달성군 농기계부품사 조양한울, 분회장 해고 뒤 정리해고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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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일간 파업 후 현장에 복귀한 대구 달성군 농기계부품사 ‘조양·한울기공’(조양한울)의 노동조합 분회장이 해고됐다. 손기백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대구지부 조양한울분회장은 이달 9일 절도,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사유로 해고 처분을 받았다. 회사는 다음 달 정리해고까지 예고했다.

조양·한울기공은 전 직원이 29명인 작은 회사다. 2022년 금속노조 가입 후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회사 쪽이 분회장을 업무방해,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하는 등 노동조합과 갈등을 벌였다. 단체교섭이 결렬되자 노동조합이 지난 5월 2일 파업에 돌입했고, 바로 다음 날 회사가 직장폐쇄를 단행하면서 100일을 넘겼다. 8월 21일 노동조합은 사측과 합의한 뒤 회사에 복귀했지만 3개월 순환휴직에 들어갔다. (관련기사=달성군 농기계부품사 조양한울, 파업 끝나자 조합원만 순환휴직(‘23.09.13.))

사측은 11월 9일 ‘절도(E200A 현대위아 CNC선반 기계장비에 저장된 30개 가공프로그램을 메모리카드에 다운받아 임의 처분), 재물손괴(E200A CNC선반 양산 기계장비에 저장된 38개의 가공프로그램 40개 공구톨 옵셋 프로그램을 고의로 삭제해 회사의 자산을 손괴), 업무방해(위와 같은 행위로 E200A CNC선반 장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고의로 훼손) 등의 사유로 징계위를 열어 손 분회장을 해고했다. 손 분회장은 곧바로 재심을 청구했으나, 21일 ‘1차 양정(해고) 유지’ 처분이 적힌 재심 통보서를 받았다.

손 분회장은 “금속노조 가입 직후 한 번 해고했던 것과 동일한 사유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것”이라며 “파업에서 복귀한 직후 사측이 조합원들 대상으로만 3개월 순환휴직을 진행했는데, 12월 안으로 구조조정까지 한다고 밝힌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한울기공 대표이사가 업무 지시를 해서 진행한 것을 두고 기경도 조양 대표가 일방적으로 고소했다”며 “검찰에서 불구속 기소 하자마자 징계 해고했다. 징계위원회의 절차는 요식행위일 뿐 조양 대표이사의 주관적인 판단이다.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경도 대표이사는 “노동조합 파업으로 회사가 입은 손해가 크다. 일이 없어서 12월 중 50% 이상 정리해고할 계획”이라며 “애초 분회장의 범법 행위 때문에 파업이 시작된 것이다. (노동조합 파업은) 공장에 불을 지른 것과 같은 짓이다. 잘 나가던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한편 기 대표이사가 올해 초 손 분회장을 절도, 업무방해, 재물손괴 혐의로 형사 고소한 건은 현재 검찰에 넘겨진 상황이다. 지난 7월에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이 기경도 대표이사의 부동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으며 9월에는 노동조합이 대표이사를 업무상 배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달성경찰서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