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동안 변하지 않은 성주촛불, "한반도 사드 반대"

작은 촛불로 큰 들불을 만드는 성주군민들의 이야기

0
2016-09-01 11:52 | 최종 업데이트 2016-09-01 11:53

DSC_5303

지난 7월 13일 성주에서 처음 시작한 사드 반대 촛불 집회가 8월 31일로 50일을 맞았다. 50일이 지나는 동안 성주군민의 옷차림은 반소매 셔츠에서 긴소매 재킷으로 바뀌었다. '외부세력 개입'이라며 군민을 공세를 펼치던 정부는 이제 '제3부지'로 방식을 바꿨다. 늘 새로운 상황이 생겨났지만, 50일 동안 촛불을 지킨 군민들의 목소리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았다.

앞서 7월 11일 예천, 포항, 양산 등과 함께 성주가 후보지로 처음 거론된 후 사드 반대 투쟁이 시작됐다. 12일 비대위가 결성된 후, 13일 국방부 발표를 거쳐 15일 황교안 총리가 성주를 방문했다. 26일 새누리당 지도부가 성주를 방문했을 때 군민들은 새누리당 장례식을 치렀고, 30일 참외밭을 갈아엎었다.

8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3부지'를 언급한 이후 성주는 시련을 겪었다. 내부적으로 제3부지 수용과 반대로 의견이 갈렸다. 보수단체가 제3부지 찬성에 나섰고, 언론이 부채질했다. 관권 개입 논란도 일었다. 김항곤 성주군수를 포함해 청와대, 국방부, 경상북도, 지역구 국회의원 모두가 제3부지를 부추겼다. 하지만 성주군에 뿌리박고 살아가는 민중은 50일째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라는 목소리로 촛불을 지켰다. 그 목소리는 이제 김천으로 퍼지고 있다.

작은 촛불로 큰 들불 만드는 군민 이야기
집회 일거수일투족 군민 자발적인 행동
날이 갈수록 쌓이는 노하우
"1년이든 2년이든 계속 간다"

31일 오후 8시에 성주군청 앞에서 50일째 촛불집회가 1천2백여 명이 모인 가운데 시작했다. 집회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자발적으로 나온 군민들은 50일의 노하우가 쌓인 듯 집회 준비에도 손발이 척척 맞았다. 어떤 이는 간격을 맞춰 돗자리를 깔고, 어떤 이는 종이컵에 촛불을 끼웠다. 음향 장비를 정비하고, 군청에 주차된 차량을 정리하는 움직임으로 광장이 분주하다.

사드를 계기로 결성된 평사단(평화를사랑하는예술단)은 성주에서 전통 타악을 하던 예술인 4명을 주축으로 군민 17명이 모였다. 50회 집회 대부분에서 율동 공연을 펼쳤다. 평사단은 이날 집회에서 처음으로 공연 ‘처음처럼’을 선보일 참이다. 이 공연 역시 집회 전 45분가량 연습한 결과물이다.

평사단의 '처음처럼' 공연
▲평사단의 '처음처럼' 공연

김기태(39) 씨는 “촛불 집회 처음부터 계속 나왔는데, 있어 보니 그냥 집회에 앉아만 있기에는 분에 차지 않았다”며 평사단 결성 계기를 설명했다. 김 씨는 “군민과 투쟁위는 많은 일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났다고 바뀐 것은 없다. 우리는 사드 자체를 반대한다”라며 “단순히 공무원 한 명이랑 싸우는 게 아니다. 동북아시아의 문제다. 쉽게 해결 안 될 거다. 평사단은 하루빨리 해체되길 바라지만, 1~2년이 걸려도 끝날 때까지 나와 공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판 싸움이 다가올수록 우리 가슴은 처음처럼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처음처럼 뜨겁게
두근거리던 처음에 마음 우리 투쟁으로 희망이 됐고 지금도 처음이라고 아아아 여긴다면은 날마다 희망이라오
저들에게 진실을 알게 하리라 우리가 지쳤다고 믿는다면 그건 하룻밤에 꿈이라는 걸
동지들아 몰아쳐 가자 끝이 보일수록 처음처럼 (처음처럼 가사 중 발췌)

집회에 앞서 촛불을 준비하던 정 모(39) 씨도 초기부터 참여했다. 정 씨는 처음 집회에 나왔을 때 학부모들이 만든 부스를 찾아가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리본 만들기, 서명 운동, 촛불 끼우기 등. “일방적인 사드배치 철회하라”라는 띠를 어깨에 두른 정 씨의 일상은 사드로 망가졌는데, 시간이 흐르며 점점 안정을 되찾고 있다.

“처음부터 와서 봉사활동을 했지요. 사드 터질 당시 청소도, 식당 일도 못 할 정도로 일상이 망가졌었어요. 그런데 이제 평온을 되찾고 있어요. 노하우가 쌓이는 거지요. 그간 외부세력이다, 제3부지다 말이 많았는데, 우리 마음에는 없는 소리예요. 내 마음에는 이렇게 봉사하고 있을 때 수고하신다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군민의 한 마디들만 쌓여요. 그 말로 기운이 나고, 그렇게 우리는 점점 한마음이 되고 있어요.”

DSC_5249

촛불집회는 참가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든 촛불로 만들어진다. 이날도 김 씨, 정 씨처럼 참여한 군민들의 조그만 불씨가 모여 들불을 이뤘다.

문화제 형식으로 열린 이날은 공연 위주로 채워졌다. 성주군민이 만든 통기타 동호회 ‘예그린’, 부산에서 올라온 인디밴드 ‘액트’, 부산과 경남의 예술인들이 만든 ‘한반도 사드배치반대 유랑극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유랑극단은 박훈 변호사, 부산 카페 헤세이티 주인 황경민 씨 등 예술인이 성주 사드 배치 투쟁을 계기로 급히 결성한 단체다. 황경민, 최정태 씨는 기타와 노래 공연을, 황미애 씨는 시낭송을, 가수 배진아 씨는 트로트 공연을 선보여 호응을 끌어냈다.

이날 집회는 성주경찰서의 집회 소음 측정으로 평소보다 다소 낮은 음량으로 진행됐지만, 별 탈 없이 집회를 마쳤다.

DSC_5285DSC_5295

한반도 사드배치반대 유랑투쟁단
한반도 사드배치반대 유랑극단

DSC_5263DSC_5295DSC_5261

tele
Print Friendly, PDF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