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노동기본권 쟁취!” 노동의 목소리 세상에 울려퍼져라

[기고] 서울 광화문 광고탑 고공단식농성 중인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오수일입니다.

14:53

[편집자 주=지난 4월 14일 정리해고, 노조 탄압으로 수년째 길거리 투쟁 중인 노동자 6명은 광화문 사거리 광고탑에 올라 고공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오수일 대의원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이 글은 <민중의 소리>에도 동시에 게재했다.]

▲4월 14일 광화문 인근 건물 광고탑에 오른 노동자들. [사진=아사히비정규직지회]

나는 자영업과 작은 사업 실패로 또 다른 출발을 꿈꾸며 회사에 취직했다. 구미공단 4차단지에 위치한 일본투자기업 아사히글라스라는 액정유리 제조업체 사내하청 GTS에 입사했다. 적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절실했다. 처음엔 일 잘한다는 인정도 받았다.

3개월 후부터는 쉬는 날이 없어졌다. 연차도 마음대로 쓰지 못했다. 그래도 참아야 했다. 가족을 더 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실수한 사람에게 징벌용 조끼를 길게는 한 달 이상 입혔다. 그것을 참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이도 있었다.

2015년 4월 노조결성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드디어 노조가 만들어지고, 짧은 기간에 170명 중 138명이 조합원이 됐다. 회사는 두려웠던가 보다. 노조설립 한 달 만에 전기공사를 이유로 GTS 전 공정에 하루 휴무를 준다. 9년 만에 공장이 처음 쉬는 날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쫓겨났다. 처참하게 버려졌다. 우리는 억울했고 분했다. 온갖 투쟁으로 회사와 싸워왔다. 그런데 돌아오는 건 온갖 소송과 벌금, 심지어 집행유예까지 받아야했다. 같은 기간 우리는 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관련 고소를 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1년 동안 담당 과장을 두 번이나 교체하고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검찰에서 노동부로 재수사를 하라며 사건을 몇 번이나 되돌려 보냈다. 담당 검사 부재중이라고 시간 끌고, 이제는 중앙노동위원회 행정소송 결과를 보고 하겠다고 한다. 2년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우리는 만신창이가 됐고, 22명만 남았다.

우리가 겪어왔던 일들을 오는 5월 29일 노조창립일 2년 되는 날, 책으로 나온다. 공단에 핀 들꽃 같은 남자 22명의 투쟁 이야기다. 힘들었던 생활이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솔하게 직접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운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책을 팔아서 생계기금을 마련하고 싶은 절실한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투쟁과 우리 삶을 쓰기 시작하면서 우리를 알리고 싶다. 우리가 왜 “비정규직을 철폐하라”고 요구하고 투쟁하는지, 생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투쟁을 멈출 수 없는지, 우리가 왜 고공에 올라가 단식을 하게 되었는지, 여러 동지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책이 곧 나온다는 기쁨과 설렘으로 고공단식농성을 견뎌내기도 한다.

우리는 2015년 10월부터 ‘정리해고철폐! 비정규직철폐! 민주노조사수!’ 노동탄압 민생파탄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을 만들어 11개 사업장이 함께 싸우고 있었다. 2016년 10월 중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우리는 곧바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 시국농성에 돌입했다. 촛불의 힘은 대단했다. 그 촛불 선봉에는 우리가 있었다.

노동자가 선봉에 섰다. 박근혜가 쫓겨났다. 그런데 아무것도 변한 건 없다. 오히려 대선후보들 밥상만 차려준 꼴이다. 대선주자 어느 누구도 노동 관련 공약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쫓겨나는 현실을 저들은 외면하고 있다.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을 만들면 계약을 해지해 노조를 파괴해도 되는 나라, 정치인들은 국민을 투표하는 기계 따위로 보고 있는 나라, 이런 나라가 과연 정상일까? 참다못해 더 강도 높은 투쟁을 결심하게 되었고 고공단식에 들어가게 됐다.

어느덧 고공단식농성 8일 차. 오늘도 동지들의 아침문화제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쪽 옆은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동지들이 행진 준비로 분주하다. 행진하며 우리가 있는 광고탑에서 멈췄다. 여섯 명의 동지들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전해준다. 우리는 광고탑 위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대신한다. 오늘은 구미 아사히 생계기금 마련을 위한 주점을 하는 날이다.

아사히 동지들은 몹시 바쁘다. 서울 고공단식농성장도 지켜야 하고 주점도 해야 하니 말이다. 걱정이다. 주점이 잘 돼야 조합원들 생계비를 줄 수 있는데 신경이 쓰인다. 투쟁만 해도 힘든데 생계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너무 싫다. 더 이상 이런 걱정 없이 노동자도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번 투쟁이 세상을 뒤집어 버리는 투쟁으로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7년 1월 25일, 경북 구미 아사히글라스 천막 농성장에서 만난 오수일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