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대구대교구, 희망원 비리 관계자 사직 합의 불이행···“성직자가 믿음 깼다” 비난

천주교대구대교구, 약속한 23명 중 12명만 사직처리
“남은 11명 강제사직 불법이라며 반발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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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가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희망원대책위)와 맺은 합의 이행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 통보하면서 일단락되던 희망원 사태 분쟁이 다시 점화됐다.

천주교대구대교구는 지난달 29일 자정을 조금 넘겨 희망원에서 벌어진 인권유린과 비자금 조성 등 각종 비리에 책임 있는 간부 직원 23명이 낸 사표를 5월 12일까지 처리하겠다고 합의했다. 당시 합의문에는 이종건 천주교대구대교구 사무처장 신부가 서명했고, 조환길 대교구장도 합의 당사자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대교구는 합의 시한 12일을 하루 넘긴 13일, 대책위에 보낸 ‘상호합의서 이행결과 및 면담요청에 대한 회신’ 문서를 통해 23명 중 12명의 사직 처리를 완료했지만 11명은 반발이 커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서를 보면 대구대교구는 “희망원 시설장 및 사무국장급 8명 전원과 팀장급 4명 등 총 12명에 대한 사직서를 12일자로 수리 및 행정 처리 완료한 상태”라며 “주요 운영진의 사직으로 정상적인 시설 운영이 불가한 상황에서 조속한 시간 내에 인계, 인수를 진행하고 사업에서 완전 철수하기로 대구시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근무자 12명에 대하여는 사표 수리 및 행정 처리를 완료했으나, 나머지 직원들은 그들의 적극적인 반발로 지연되고 있다”며 “그들은 강제사직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에 관해 대구시와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속해서 합의 이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희망원 대책위에 따르면 대구대교구는 어제(17일) 합의 이행을 할 수 없겠다고 공식 답변을 남겼다.

▲희망원대책위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천주교대구대교구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희망원대책위는 18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 천주교대구대교구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 파기를 규탄하고 새로운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박명애 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는 “4월 29일 합의 보고 오는 새벽길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일이 끝나서 좋은 게 아니라 믿음 있는 곳은 역시 다르구나 하는 걸 알게 돼 좋았다”며 “하지만 언제나 뒤통수를 맞으며 살아온 우리여서 계속 마음이 불안했는데, 결국 아니나 다를까 이따위 짓을 했다”고 대교구를 성토했다.

박 대표는 “처장 신부가 사제 자리를 걸고 지키겠다고 했다. 오죽하면 저런 말을 하겠느냐 그런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믿음을 깨는 이따위 짓을 한 것”이라며 “사람 대 사람의 믿음 일을 깨버린 것”이라고 힐난했다.

은재식 공동대표도 “아직도 희망원에 대한 진상규명은 멀었다. 우리가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천주교가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 해서 원장신부와 간부들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약속한 걸 지키라고 합의했다”며 “조환길 대주교도 합의에 승낙했고 12일까지 자기 직인을 찍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주범은 조환길 대주교”라고 대교구 책임자인 조환길 대주교를 강하게 비판했다.

권택흥 공동대표는 대교구가 남은 11명의 강제사직이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답한 것을 두고 “대구대교구가 50여 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대교구가 그쪽에서 일하도록 판단하면 된다. 상식의 문제를 법을 핑계로 하지 않겠다는 건 희망원 문제를 풀지 않겠다는 의중”이라고 꼬집었다.

권 대표는 “적폐청산이란게 현실로 구체적으로 되기 위해선 인적 청산이 되어야 가능하다. 세월호 기간제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이 지난 3년 동안 그렇게 상식적으로 요구해도 안 됐는데 사람이 바뀌니까 이렇게 쉽게 됐다”며 “23명에 대한 문제는 그분들의 일자리를 빼앗겠다는 문제가 아니라 적폐 청산의 첫 출발이고 그분들 스스로 약속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희망원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교구 본관 건물에 합의서를 붙이며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후 해산했다. 이들은 추후 조환길 대주교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 박 모 희망원 원장신부를 포함한 간부 직원 23명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태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히곤, 의혹이 진실로 드러나면 사직하겠다고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후 6일 만에 박 모 신부 등 당사자가 참석한 인사위에서 사표를 철회했고,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대책위가 반발하면서 지난달 29일 합의에 이르게 됐다.

한편, 천주교대구대교구 측에 입장 확인을 위해 이종건 사무처장 신부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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