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대구대교구 사복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대책위, “희망원 사태 합의 이행”

“정복도 입지 않고, 사전 고지도 없어...교구청 용역이랑 마찬가지”
경찰, "진압 아니라 시설보호 위해 들어온 것"
대책위, 교구장 집무실 앞 농성 이어가..."조환길 대주교 나와야"

16:17

조환길 천주교대구대교구 대주교 면담을 촉구하는 희망원대책위와 이를 저지하는 경찰 간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희망원대책위는 대구대교구 본관 입구에서 희망원 사태 합의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고, 경찰은 천주교대구대교구의 시설보호 요청으로 이를 막았다. 경찰 40여 명은 모두 정복을 입지 않고, 사복을 입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위법 논란도 일고 있다.

22일 오후 1시 30분께 희망원대책위는 대구시 중구 남산동 천주교대구대교구청 본관 앞에서 희망원 인권유린 사태 해결을 위한 합의 사항 이행을 촉구하며 2차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햇빛이 들어 그늘진 본관 1층과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이어갈 계획이었다.

1층 입구 계단에 앉아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직원 일부가 길을 터주지 않아 대책위와 마찰을 빚었다. 실랑이를 하는 사이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 30여 명이 더 붙었고, 이내 사복을 입고 검은 장갑을 낀 여성 15명도 나타났다. 모두 경찰이다. 교구 직원과 사복 경찰이 뒤섞여 50여 명이 희망원대책위 진압에 나선 것이다.

이에 희망원대책위 한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대주교님께 희망원 사태 해결하기 위해 만날 것을 요청했다”며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신사적으로 대화 요구할 때는 한마디도 않다가, 대주교 집무실 앞에 찾아오니 이런 식으로 우릴 대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희망원대책위는 예정된 시각을 1시간 넘긴 2시 30분께 본관 앞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1시간가량 경찰과 대치로 휠체어를 탄 대책위 한 활동가는 손가락이 뒤로 뒤짚히기도 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활동가는 “정복도 입지 않고, 집행 사전 고지도 않았다. 신도인지 경찰인지 구분도 되지 않고, 대책위 활동가를 무슨 근거로 막는 거냐”며 “건물에 난입한 것도 아니고, 재물을 손괴한 것도 아니다. 처음엔 정말 직원인 줄 알았다. 지금 보니 대부분 경찰이다. 그야말로 교구청 사설 용역이랑 하는 짓이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대구지방경찰청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교구청에서 시설보호 요청을 해서 병력이 들어 온 거다. 종교시설이기도 하고 아침에 미사도 있어 사복을 착용했다”며 “이미 본관 내에 대책위 관계자들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여기 계신 분들이 다 들어간다고 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희망원대책위는 오후 3시께 2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점심 식사 후 다시 조환길 대주교 면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천주교대구대교구는 희망원 인권유린과 비자금 조성 등 비리에 관련된 간부 직원 23이 낸 사표를 5월 12일까지 수리하겠다고 희망원대책위와 합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팀장 11명은 반발이 심하다는 이유로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이에 희망원대책위는 조환길 대주교에 합의 사항 이행을 요구하며 천주교대구대교구청 본관 3층 교구장 집무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