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첫 도입 ‘학교장 역량평가’ 당일 평가 연기해 혼란

평가위원-용역기관 간 평가기준 문제로 미흡한 준비 드러내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학교장 소통·인성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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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교육청(교육감 우동기)이 학교장의 권한과 책무성을 강화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한 ‘학교장 역량평가’ 제도가 모호한 기준과 미흡한 준비로 평가 당일 일정이 연기되는 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대구교육청은 올해 1월 대구시교육청은 교장 자격을 지닌 교원을 대상으로 학교장 역량평가를 실시해 합격자에 한해 승진·임용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5월 대구교육청은 외부전문기관에 위탁해 지난해 교장 자격을 취득한 초등·중등교원 80명을 대상으로 대구교육연수원에서 집합 연수를 했다.

그리고 8일부터 10일까지 매일 오전 9시, 12시 두 팀으로 나눠 3가지 영역별로 학교장역량평가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교육과 평가를 위탁받은 외부기관이 준비한 평가 기준과 시험 문제에 대해 평가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부교육감이 현장에 직접 방문해 평가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평가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오전 9시에 평가장에 왔던 교장 승진 대상 교원은 돌아갔고, 12시에 평가를 받기 위해 대구교육연수원으로 오던 교원들도 연기 소식을 전화로 통보받고 돌아갔다.

연수와 평가에 참석한 교원들은 대구 학교에서 문제가 잇따라 불거진 데 대한 장치 마련에 동의하면서도, 모호한 기준으로 제도를 도입해 학교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키는다는 지적이다. 이날 평가가 연기된 원인도 이미 연수 중 수차례 지적된 바 있었다.

연수와 평가에 참여한 교장 승진 대상 A 교원은 “연수 중에도 그랬고, 평가위원들도 위탁한 용역기관에 불만을 토로했다. 연수를 받아보니까 역량하고도 큰 관계가 없었다”며 “참석한 교감들 대부분이 스트레스를 받고 업무를 제대로 못 볼 정도였다. 교장들이 사고를 많이 일으켜서 추진했다고 하는데,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A교원은 “우동기 교육감이 대구 교장들이 하도 사고를 많이 내서 도입한 제도 같은데 품성과 소통이 부족한 부분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했다. 오히려 많은 양의 문서를 빠른 시간 내에 정리하는 순발력을 요구하는 평가 등을 해 취지와 전혀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은 3일에 걸쳐 서류함기법, 역할연기, 그룹토의 등을 평가할 계획이었다. 평가 결과 총점 60% 이상 점수 취득자에 한해 승진·임용하고 불합격자는 승진·임용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불합격자가 승진하기 위해서는 다음 연도에 재평가를 받아 합격해야 한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용역업체가 평가 준비과정에서 평가위원 개개인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는데 요구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문제가 됐다. 평가위원이 문제를 제기했고, 부교육감님이 직접 연기를 결정했다. 큰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교장 자격을 갖춘 이들을 다시 평가해 이중평가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교장이 되기 전에 판단하기는 그렇다. 대구 학교에 문제가 많이 벌어지고 있어, 교장 자격을 지니고 있는 교원을 대상으로 의사소통, 인성 역량을 강화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