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아트홀, 재개관 2년 만에 다시 폐관 위기

김주성 대표, ‘경영난’ 이유로 잠정 휴관 공지
지역예술인들, “경영난 납득 안 돼” 반발

17:33

대구 유일의 예술영화전용관으로 문을 연 동성아트홀이 재개관 2년 만에 ‘잠정 휴관’을 알리면서 사실상 다시 폐관될 위기에 처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주성 동성아트홀 대표(광개토병원장)는 25일 SNS를 통해 동성아트홀 ‘잠정 휴관’ 소식을 전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5년 동성아트홀이 경영난으로 문 닫을 위기에 처하자 이를 인수해 운영을 맡았다. 하지만 인수 약 2년이 지나서 또다시 ‘경영난’을 이유로 휴관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동성아트홀 공식 재개관···”운영시간 외 무료 개방”파격(‘15.9.19))

김 대표는 SNS를 통해 “예술영화관 운영은 만만치 않았다”며 “예술영화지원금(영화진흥위 지원)만으로 동성아트홀을 운영하기에는 힘든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많은 돈을 들여 리모델링도 진행했다. 돈뿐 아니라 엄청난 열정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수익으로 연결되는 일은 아니었다”며 “경영수지 개선을 위해 잠시 휴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시스템을 고안해보기 위해 잠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휴관을 선언하면서 동성아트홀 명칭 사용도 포기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동성아트홀 인수로 본 극장 대표가 많은 정치, 사회적 이득을 보았다는 시선이 전제로 깔려있는 기존 직원과 영화계 일부의 본 대표에 대한 끊임없는 과도한 요구에 대해 더 이상 수용을 거부한다”며 “그런 시선의 부당함을 나타내기 위해 재개관하더라도 동성아트홀이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성아트홀이 공식재개관하던 2015년 9월 18일 관객들이 동성아트홀에 들어가고 있다. (뉴스민 자료사진)

하지만 지역예술계에서는 김 대표가 독단적으로 동성아트홀을 ‘기습 폐관’하려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민예총 대구지회를 포함한 대구지역 예술단체 및 예술인들은 26일 공동 성명을 내고 “‘휴관 후 명칭변경’이라는 표현의 장막을 걷어내고 제대로 들여다보면 김주성 대표는 ‘폐관’을 선언한 것”이라며 “김 대표 인수한 이래 잘 운영되고 있다고 듣고, 믿었던 동성아트홀이 사전에 어떤 공론의 장도 거치지 않고 급작스럽게 폐관국면을 맞이하게 된 상황이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게다가 폐관과 함께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던 다섯 명의 직원도 일괄적으로 권고사직을 종용받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매우 정의롭지 못하고 반노동적 처사”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들은 김 대표가 ‘휴관’ 이유로 밝힌 경영난을 납득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들은 각종 공공기관의 지원금, 연간 후원금, 입장수익, 부가수익 등을 합치면 인수 이전보다 2배 이상 수익이 늘었다고 추정했다.

이들은 “수익금 중 국가 지원금과 시민 후원금 등 공적 영역의 지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동성아트홀은 누구 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라 대구시민과 문화예술종사들이 공동으로 소유한 공공자산”이라고 공론화 과정 없이 휴관을 결정한 김 대표를 비판했다.

또, 김 대표가 휴관을 하면서 “직원들에게 퇴직금과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권고사직에 응하고 강요했다”며 “김주성 대표에게 따져 묻고 싶다. 당신은 과연 어떤 노동관을 갖고 있으며, 예술영화전용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타했다.

한편 동성아트홀이 휴관하면서 오는 29일부터 예정된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개소 10주년 인권영화제도 잠정 연기됐다.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는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 동성아트홀과 동성아트홀이 위탁 운영하는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스크린 씨눈’에서 인권영화제 ‘시네마 수다’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동성아트홀이 급작스럽게 휴관을 결정하면서 대구사무소는 영화제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