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마당’, 은폐된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무료 급식소와 전시관

18일, 전시관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개관
업주 반발 여전...대구시, 내년 1월 정비 용역 완료
자갈마당 종사자 9명 탈성매매 상담·지원 진행 중

17:33

18일 오전 대구시 중구 도원동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 매주 첫째, 셋째 주 수요일은 노숙인 무료 급식소가 열리는 날이다. 같은 날 오전 전시관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가 개관했다.

한터전국연합 대구지부는 지난 6월부터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자갈마당 폐쇄 여론에 반발해 직접 자갈마당을 재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미 문을 닫은 업소 ‘팔팔관’과 ‘태화관’ 사이 골목길을 지나면 큰 공터가 있다. 점심시간이 되려면 한참 남았지만, 이미 50여 명의 노숙인이 무료 급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시철도 3호선 달성공원역에서 대구예술발전소까지 직선거리로 지나가면 성매매 업소인 이른바 ‘유리방’을 마주치지 않을 수 있다. ‘팔팔관’과 ‘태화관’도 이 거리에 있다. 이 거리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다.

▲자갈마당 입구,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

이 거리에서 편의점을 낀 골목으로 들어가면 유리방 행렬이 시작된다. 아트스페이스는 이 골목 한가운데 있다. 여기부터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이다.

지난밤 청소를 끝낸 한 여성이 걸레질을 격하게 하고 있었다. 고무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입은 여성은 양손에 대형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들고서 골목에 내놨다. 요구르트 아줌마가 잠옷을 입은 여성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아트스페이스를 찾아온 취재진과 전시관 관계자들이 골목을 오갔다. 유리방과 화장품 가게 사이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는 옛 안마시술소 건물이다.

아트스페이스 첫 전시는 ‘기억정원, 자갈마당 展’이다. 정종구 책임기획큐레이터는 “이곳 자갈마당을 어떻게 기억하고 변화시켜야 할지 질문하는, 100년의 삶이 담긴 장소를 깨끗이 지워버리기 전에 과거와 미래를 잇는 기억의 정원으로서 자갈마당을 기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주변 업소들은 여전히 영업 중이다.

전시관 3층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됐다. 1층에 걸린 깨진 대형 거울과 홀딱 벗은 여성 그림도 그대로다. 이날 전시를 소개하던 최창재 큐레이터(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는 “작가들에게 자갈마당과 건물에 대한 해석에 맡긴 결과다. (관람객들이) 성매매 업소에 대한 호기심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트스페이스 골목은 곧 무료 급식소 뒤편과 통했다. 급식을 준비하는 업주들은 아트스페이스에 오가는 사람들을 주시했다. 한 업주는 “여기 한가운데 있는데, 누가 미술관 구경하러 오겠습니까”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여기는 개인 땅인데, 시에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개발하려고 한다”며 “밤에 여기와서 한 번 봐라. 타격을 많이 입었다. 지금 있는 아가씨들은 나이가 많아서 겨우 문만 열어놓고 명목만 유지하고 있다. 지원 여건이 현실적으로 맞지를 않는다”고 반발했다.

▲한터전국연합 대구지부가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

대구시는 도원동 주변 정비 기본구상 연구 용역을 내년 1월까지 마친 후, 본격적인 정비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대구시 미래전략담당관 관계자는 “이곳이 성매매집결지로 오랫동안 낙후돼 있었다. 보안등이나 CCTV를 설치해 일대 정비를 하는 과정”이라며 “공공이 나설지, 민간이 나설지, 재개발될 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시에서 여러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갈마당은 이제 일반인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차츰 바뀌고 있다. 유흥가를 상징하던 옛 아라비안 나이트는 할렐루야 교회로 바뀌었다. 오는 10월 말 아파트 단지 입주가 마무리되고, 청년예술창조공간도 들어선다. 대구여성인권센터 힘내상담소도 이곳에 문을 열었다.

대구시는 지난 9월 성매매 피해자 자활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9명의 자갈마당 성판매 여성이 지원해, 상담과 자활 지원을 받고 있다. (관련 기사 :대구여성인권센터 힘내상담소, ‘자갈마당’ 현장 상담소 열고 성매매피해자 지원)

이 관계자는 “성매매 여성의 탈성매매를 위한 지원도 진행 중이다. 현재 9명이 탈성매매를 하고, 힘내상담소와 상담을 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성매매 규모가 얼마만큼 줄었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자갈마당에는 37개 업소, 110명 여성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 중구 성매매집결지 현장기능강화사업 실적을 보면, 상담 인원 41명 중 32명이 탈성매매를 했다.

한터전국연합회는 오는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성매매집결지 폐쇄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아트스페이스 3층 전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