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돋보기] 스쿨미투,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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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9 12:51 | 최종 업데이트 2018-09-19 13:16

대구 여중과 여고에서 스쿨미투 운동이 활발하다. 피해당사자인 학생들이 SNS를 통해 제보한 내용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ㅎ고에 붙은 스쿨미투 대자보(출처:제보자)

“야하게 입고 다니면, 그걸 남자가 참을 수 있겠냐? 강간당하는 게 당연하지?”
“대통령, 국회의원 말고 대통령 국회의원 부인이 되는 게 속 편하다. 골치 아프다.”
“행동거지 똑바로 하고 항상 얌전해라. 생활기록부 나중에 시집갈 때 남자 집에서 다 떼본다.”
“너는 얼굴이라도 예쁘니 다행이다. 공부 대충해도 시집만 잘 가면 되잖아. 시집 잘 간 년이 최고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20년이 훌쩍 넘었는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학생들에 대한 2차 가해 양상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30년 가까이 된 사건이다.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고, 가정상황을 이유로 눈에 보이는 차별적 언어를 내뱉는 교사에게 “선생님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그런 이유로 제가 혼나야 할 것 같지는 않아요”라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순간 따귀가 날아왔다. 복도를 지나가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동작이 순간 멈추었고, 그 순간 역시 내 기억 속에 박제되어 멈춘 상태로 새겨져 있다.

그날 이후 대드는 아이, 버릇이 없는 아이, 되먹지 못한 아이 등의 표현이 가끔 등장했다. 그러다 성적이 잘 나오면, ‘너 같은 애가 대학 가면 공부 안 하고 데모만 하지?’ 등의 비아냥거림으로 2차 가해를 자행했다. 학년을 마칠 때까지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폭력의 피해자는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여학교에서 성희롱은 언어뿐만은 아니었다. 무릎에 앉혀 놓기도 했고, 담배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 은근슬쩍 등에 손을 대고 속옷 여밈 부분을 집중해서 쓰다듬기도 했다. 팔뚝 살 안쪽을 잡고 비틀어대기도 했으며 귓불을 잡고 흔들기도 했다. 학생들은 모여서 가해 교사에게 ‘변태’라며 욕을 해대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는 없었다. 1년이면 담임은 바뀌고 3년 안에 졸업할 수 있다는 법칙에 기대어 참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수많은 폭력이 학생들을 상대로 발생하고 있었지만, 저항할 방법은 배우지 못했고, 도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떻게 대처하고 신고해야 하는지 교육하지도 않았고, 학생들이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학교와 교육당국은 즉각적인 구제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이야기를 외치는 순간 사회적 2차 가해는 시작되고 ‘가만히 있으라’고 이야기한다. 학교는 학생들을 미성숙하다는 전제하에 주장은 곧 묵살된다. 잠시의 외침이고 아직 판단이 어리석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만일 뿐이다. 분명히 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모든 폭력행위는 학교폭력이라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교사의 폭력은 문제삼기 불편한 것으로 침묵하기를 강요한다.

대부분이 경험한 학교생활이다. 그러니 학교의 문제는 다 인지하고 있다. 어쩌면 그 익숙한 폭력이 누구나 마주하는 당연하고 흔한 문제로 인식한다. 문제는 당연하지 않아야 문제가 된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순간 현상일 뿐이다.

그래서 지금 포스트잇에 적혀진 학생들의 스쿨미투가 더욱 값지다. 학교가 학생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교육하기 두려워하는 시간만큼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겪는 수많은 성희롱과 차별의 시간은 더욱 길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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