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의료원, 의료원장 위에 의과대 교수회의?

의료원, ‘교수회의 보고-법률 검토’ 통한 잠정합의안 수정 권한 요구
박문진 고공농성 212일, 나순자·김진경 단식농성 20일, 1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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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8 17:03 | 최종 업데이트 2020-01-28 17:04

설을 앞두고 해결 가능성이 엿보였던 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은 28일 현재 212일을 넘어서고 있다. 노사는 지난 23일 교섭 결렬 이후 추가 교섭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노사 교섭이 합의 시점마다 결렬되는 데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영남대 의과대 교수회의를 의료원장이 설득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확인된다. 노조(보건의료노조)는 더 이상 의료원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재숙 영남학원 재단 이사장이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사 양측에 따르면 지난 23일 교섭이 최종적으로 결렬된 핵심 이유는 잠정 합의를 하더라도 합의안을 수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 점 때문으로 확인된다. 의료원 측이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회의에 보고하고 법률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면 합의 내용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노조와 영남대의료원노조정상화범시민대책위 등은 2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23일 실무교섭을 거듭하며 남은 쟁점을 좁혀가던 중 사측이 입장을 돌변하여 노조가 도저히 받기 어려운 양보를 요구했다”며 “사측의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 변화로 결국 설 전 노사 합의가 무산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사 대표자 간 합의가 철저히 무시되고 번복되는 영남대의료원 교섭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의료원 내부에서 대표자 간 정상적 교섭을 통해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거듭 확인됐다”며 “이제 해결방안은 영남대의료원을 실질적으로 관장하고 있는 학교법인 영남학원 한재숙 이사장이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의료원 측은 의과대 교수회의를 중심으로 제3자 사적조정안을 통해 합의된 노조 정상화 관련 조항에서 반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마련된 제3자 사적조정안 2항은 ‘2006년부터 이뤄진 조합원 탈퇴자에 대해 노조는 보직자를 제외하고 탈퇴 가부 의사를 확인하여(확인 기간 15일) 사측에 통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6년부터 이뤄진 대규모 조합원 탈퇴는 노조파괴 전문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을 통한 강압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노조 주장을 일부 수용한 조항이다.

노사는 지난 17일부터 이어온 실무교섭과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김태년 영남대의료원장 면담 등을 통해 사적조정안의 세부 내용은 수정하더라도 대원칙은 인정하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양측이 의견을 모은 대원칙은 해고자의 현장 복귀와 노조 정상화 두 가지다. 때문에 23일 교섭에선 위의 조항을 포함한 세부 내용을 수정하는 논의가 이뤄졌고, 합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영남대 의과대 교수회와 교직원 일부의 반대 의견과 법률 검토를 고려해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료원 측 요구가 합의를 무산시켰다. 김태년 원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잠정적으로 결정하고 문구는 조정하자니까 그건 안 된다고 해서 합의가 못 됐다”며 “지난번 교수회의에서 보고해달라고 했다. 노사협의회에도 의견을 들어야 한다. 거쳐야 할 산이 많다. 의료원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공통적으로 의견을 모아서 결정을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2항은 조사를 한다고 하고, 4항은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며 “여러분이 염려한다. 이걸로 과거를 정리하자는 의미인데 이게 다시 불씨가 되는 소지가 있으면, 저는 정말 일을 못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통상적인 노사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은 노사 양측의 수용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뿐 일방의 의견만 반영해 내용 수정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정을 해야 한다면, 재교섭을 통해 다시 의견 조율을 하거나 교섭이 결렬된다. 노사 양측이 교섭권한을 위임받은 대표자들로 교섭을 진행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김진경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장은 “의료원에서 요구하는 안은 협의를 통해 충분히 반영할 수도 있는데, 결정적으로 교수회 보고와 법률 검토 과정에서 잠정합의안 내용을 변경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는 수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와 시민대책위는 26일부터 한재숙 이사장 자택 인근에서 이사장의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보건의료노조는 영남대의료원 문제를 전 조직적인 투쟁 사업으로 결의할 계획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김진경 지부장은 각각 28일 현재 단식 20일, 16일차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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