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청년Pre-Job지원사업] (11)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허은채

10:03

[편집자 주=2016년부터 대구시 주최, 대구시민센터 주관으로 ‘대구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청년들의 공익 활동 경험을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공익 활동이 NGO에는 새로운 활력이 되고자 합니다. 2020년에는 기존 청년Pre-Job지원사업과 통합해 청년NGO 단체 활동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스민>은 대구시민센터가 진행한 청년NGO 활동가 인터뷰를 매주 목요일 싣습니다. 이 글은 ‘청년NGO활동가확산사업’ 블로그(http://dgbingo.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자기소개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에서 청년 NGO Pre-Job을 하고 있는 허은채라고 합니다.

청년ngo활동하기 전에는 어떤 활동을 주로 했는지?
=작년에 공익센터에서 주관하는 “씨앗” 모임 활동을 통해 노동법을 배우고, 배운 노동법을 토대로 동네 청년들의 아르바이트 노동 환경을 조사하는 활동을 했다. 이때 인연으로 공익센터에서 잠깐 마을+공익 박람회를 준비하는 일을 돕기도 했다.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대구 내 다양한 단체들이 서로 상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청년pre-job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생각보다 정말 다양한 단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작년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깨닫게 되어 NGO분야에 관심이 자라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분야 활동가를 많이 접하게 되었고, 특히 당시 청년NGO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활동가들을 지켜보면서 ‘언젠가 나도 경험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코로나로 칩거 기간이 점점 길어지던 차에 pre-job 지원사업 공고가 떴고, 친구가 홍보 포스터를 보내줘서 냉큼 신청하게 되었다.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는 어떤 단체인가?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는 소아암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나, 소아암을 경험했던 아이들의 완치와 삶의 질 향상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소아암은 아동질병 사망원인 1위라고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아암 환아 가족들이 적절한 시기에 효과적인 치료를 지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를 지원하고, 치료과정이나 후에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복지적 욕구에 대한 지원과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헌혈증을 모아 전달하거나 개인/기업/단체의 후원 사업을 관리하고, 병으로 인해 학교에 자주 나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체험학습, 만들기, 요리 수업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단체분위기는 좀 어떤가?
=출근 첫날 도시락을 주셨는데, 양이 정말 많았다. 왠지 다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열심히 밀어 넣고 있었는데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옆에 앉으신 선생님께서 “쌤, 남겨도 돼요···”라고 말씀해주셔서 긴장이 풀렸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회의와 대화를 통해 대부분의 사안을 처리하는 편이고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잘 적응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허은채 활동가(왼쪽 사진). 프로그램 참여한 아이가 직접 만든 문어초밥 비누.

단체에서 활동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이들이 중심에 있는 단체이다 보니,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이들이 센터에 올 때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진행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프로그램은 원래는 매주 진행했다고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요즘은 비정기적으로 소규모 인원만을 받아 진행한다. 최근에는 ‘클레이 비누 만들기’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진행했다. 내가 직접 준비한 프로그램을 아이들과 만나 진행할 생각을 하니 많이 떨렸는데, 스스럼없이 말도 걸어주고 진지하게 임해주는 아이들 덕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단체 활동에서 어떤 것을 배우는가?
=이런저런 교육을 아낌없이 지원해주셔서 일한 지 이제 한 달인데도 다양한 역량강화교육을 들을 수 있었다. 디자인 마케팅 창업하신 분께 캐릭터를 활용한 모바일 홍보·마케팅 전략을 배우기도 했고, 사업계획서 작성법도 배웠다. 일을 막 시작했을 때 ‘마을공동체’ 사업에 공모하기 위한 계획서를 쓰는 일을 맡았는데, 처음 쓰다 보니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었다. 이런 부족함과 필요성을 인지한 뒤 사업계획서 작성 교육을 듣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 밖에 공익센터에서 주관하는 비대면 매체 교육도 유용하게 배워 남은 기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는가?
=아직 많은 활동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의 아이들 하나하나를 처음 만난 순간이 모두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한 청소년이 생각난다. 처음 만난 날 어색하게 다른 선생님과 함께 떡볶이를 먹었는데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그날은 혼자 낯가린다고 많이 집어먹지도 못하고 남겼다. 살갑고 활발하기보다는 숫기 없고 조용한 편에 가까운 내 성격상 누군가와 친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걱정도 되고, ‘어떻게 친해지지?’하는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데 웬걸 그날 오후 상담을 명목으로 나란히 앉은 우리는 둘이서 어쩌다 보니 온갖 인생 얘기를 나누게 되었고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었다. 소중한 친구를 하루 만에 얻었다는 생각에 설렜던 기억이 난다. 한 사람씩 알게 되고 친해지는 모든 과정이 기억에 남고 소중한데 아직 협회의 모든 아이를 만나본 게 아니라서, 앞으로 만나게 될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도 무척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이 사업에 참여하고 나서 변화된 점이 있는가?
=시선의 확장. 세상에는 시선을 두고 관심을 가져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았는데, 나는 그동안 너무 내 경험 위주의 세계만을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당사자인 문제에만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은 아닌지···. 사업에 참여하고 다양한 단체들을 접하고, 또 내가 속한 백혈병소아암협회에서 경험하는 많은 일에 관심과 지지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게 시선이 나로부터 밖으로 확대되는 것이 기껍다.

5개월 활동 끝나고 계획이 있는가?
=힘닿는 한 다양한 영역의 현장에서 경험해보고 싶다. 그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뭐 해 먹고 살지”에 대한 건강한 답을 내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프리잡 사업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아 지역 내 NGO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라고 믿는다. 좋은 사업을 주관해주신 시민센터 담당 선생님들과 늘 도움을 주시는 백혈병소아암협회 선생님들께도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