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불러온 출입국 보호소 과밀···”보호일시해제 요건 완화해야”

올해 전국 보호일시해제 87건, 대구출입국은 2건
"방마다 가득 찬 상황에서 출국이 미뤄지고 있어"
갑자기 혼자 남은 가족은 고통···"보호일시해제 요건 완화돼야"

16:52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후 전국 출입국 보호소가 가득 차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출국 조치도 여의치 않은 상황을 고려해 인도적 차원에서 보증금을 받고 수용을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보호일시해제 제도의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베트남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A(29) 씨는 지난 8월 18일 남편(33)이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소에 수용된 후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8개월 된 딸을 갑자기 혼자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 생활 정리, 귀국 방법까지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집에 혼자 남은 A 씨는 막막한 상황이다. 딸을 돌봐줄 사람은 없는데 혼자 귀국 준비를 할 수 없어서, 대구이주민선교센터와 베트남 교민회에 도움을 청했다. A 씨는 항공편 마련, 퇴직 처리 업무 등 신변 정리를 위해 남편이 일시적으로 석방되기를 바랐다.

A 씨는 보호일시해제가 결정되면 보증금 2,000만 원을 내야 해서 보증금을 준비하고, 대구출입국에 가서는 A 씨 본인도 자진출국하겠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대구출입국은 보호일시해제를 기각했다.

▲자진 출국 신고와 남편 보호일시해제 청구를 위해 A 씨가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를 방문했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는 현행범이 아닌 이상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신고됐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출입국에 인계해서는 안 되며, 출입국은 수용 중인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보호일시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는 “항공편이 없는데 단속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만 쌓이고 있어 전국의 보호소가 가득 찬 상황”이라며 “가득 찬 상황 자체가 코로나19 감염에도 위험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인도적 차원에서 보호일시해제를 하는 쪽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민 권익옹호를 위한 단체로 법무부의 출입국 보호소 관련 업무 등을 감시하는 아시아의친구들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단속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출국 항공편이 없어 전국적으로 보호소가 가득 차는 상황이다.

아시아의친구들 관계자는 “과거 단속 외국인은 대부분 1개월 이내에 출국했지만 지금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단속 외국인 70% 가까이가 1개월 이상 체류하고 있다”며 “적체가 확인되고 있고, 코로나 확산세 때문에 앞으로도 보호소 과밀 문제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외국인 증언을 들어보면 방마다 가득 찬 상황에서 출국이 미뤄지고 있어 스트레스가 높다고 한다”며 “출입국도 안 쓰던 장소를 보호시설로 확대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인원도 추가로 필요해서 어렵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1개월 이상 보호 중인 외국인의 최근 비율은 70%가 아닌 약 3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인도적 사유, 도주 우려 여부, 피보호 외국인의 품성 등을 심사해 보호일시해제 청구를 검토한다. 대구출입국에 따르면 올해 들어 보호일시해제 허가 건수는 단 2건이다. 지난 7월 20일 기준 전국 출입국과 화성·청주·여수보호소의 보호일시해제 허가 건수는 87건이다.

7월 20일 기준 전국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외국인은 923명이며, 법무부는 보호소 정원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화성·청주·여수보호소에는 의료전담인력이 각각 3명씩 있지만, 지역 출입국 내 의료전담인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