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선우] 식상한 설정, 화려하기만 한 액션 ‘용루각:비정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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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루각:비정도시>는 지난 10월 열린 제2회 충주국제무예액션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이 영화제는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해외 액션 영화를 소개하고, 고전 액션 명작을 관객들과 즐기기 위해 마련됐다. 세계 각국의 무예·액션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에서 이따위 영화가 개막작이라는 게 의문이 든다. <용루각:비정도시>의 모든 게 엉망이라서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지 개탄스러울 지경이다.

<용루각:비정도시>는 중국집으로 위장한 사설 복수 대행업체의 이야기를 다룬 액션 느와르 영화다. 철민(지일주)과 용태(배홍석), 지혜(정화), 승진(장의수), 곽 사장(정의욱)이 한데 모여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범죄를 심판한다는 설정이다. 1980년대 홍콩 액션영화에서 봐 왔고, 최근에는 국내 드라마에서도 다뤄져 식상한 이야기다.

식상한 설정보다 더 큰 문제는 각본과 연출, 액션, 연기 모두 형편없다는 점이다. 먼저 액션은 영화의 소재 성격과 배경을 무시하고 그저 화려하기만 하다. 납득이 어려운 인위적인 액션 시퀀스가 나열된다. 용루각의 철민과 용태는 일대 다수의 결투가 가능한 무술 고수다. 심지어 상대가 휘두르는 쇠파이프를 팔로 막기도 한다. 둘은 넓은 공간에서 여러 명의 상대를 순식간에 때려눕힌다. 그런데 범죄조직의 행동대장격인 민기(노영주)는 용태의 주먹을 맞고도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맷집이 세다. 용태는 민기를 상대로 고전하지만 찰나의 순간에 발차기로 상황을 역전시킨다.

주인공만 화려하게 보여주기 위해 성립 불가능한 액션 시퀀스를 잡은 것도 단점이지만 액션의 컷 전환 연출은 엉망이다. 길이 짧은 컷을 연달아 이어 붙여 동작의 전달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본 시리즈>나 <테이큰 시리즈>처럼 쉐이키 캠(Shaky Cam)을 활용해 빠른 호흡으로 편집한 게 아니라 컷이 잘린 것처럼 배우가 어떤 동작을 하는지 관객이 제대로 알 수 없게 편집됐다. 액션 연출에서 화면이 쓸데없이 크게 흔들리고 타격감이 느껴지도록 화면을 잡는 것도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개가 박약하다는 점이다. 서사가 연계되지 않는 데다 장면의 시퀀스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볶음밥 하나로 조직의 갈등이 촉발되고 범죄의 전말이 너무 쉽게 밝혀진다. 다혈질의 용태가 상대 조직을 습격하다가 제압당한 뒤에는 돈에 혹해 배신한다. 추격신은 박진감이 전혀 없다. 곽 사장은 칼에 찔리는데, 옷에는 피가 묻었지만 몸에는 핏자국이 없다.

이 영화의 가장 심각한 약점은 배우들의 연기다. 등장인물 가운데 평균 이상의 연기를 내보이는 배우는 단 한 명도 없다. 배우 지일주는 심각한 표정만 짓고 배우 배홍석은 시종일관 화만 낸다. 배우 장의수는 까불거리기만 하다가 겁을 먹는 연기만 한다. 배우 정화는 독백 연기를 선보이는데, 감정이 터져 나올 때 그의 어색한 연기력이 역력하게 보인다. 그런 장면에서 그는 마음이 아픈 것보다는 알코올에 속이 쓰린 표정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배우들은 어느 기준으로 보더라도 능숙한 연기를 펼치지 않는다. 그런데 영화는 될 수 있는 한 그들의 연기를 억누르지 않고 대놓고 보여준다. 영화 제작 계기가 어떻고, 제작 과정이 어떤지는 관객이 알 수 없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져도 어느 한 부분은 관객의 마음에 드는 수준이어야 한다. 이따위 수준의 영화를 고객에게 보여주는 건 관객을 우롱하는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