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이 버는 돈,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가?

[의료와 사회] 국내 첫 영리병원 승인 이후 의미와 과제

15:40

<의료와 사회>는 우리 사회의 건강권과 보건의료운동의 쟁점을 정리하고 담아내고자 하는 대중 이론 매체입니다. 건강을 위한, 건강한 사회 변화를 논의하는 장이 되고자 하는 <의료와 사회>(☞ 바로 가기 : 보건의료단체연합)의 허락을 받아 앞으로 전문 혹은 축약된 형태로 함께 읽어볼 만한 글을 본지에 싣습니다.

지난 12월 18일 박근혜 정부가 기어이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 설립을 승인했다. 이로써 한국에 첫 영리병원 도입이 실질적으로 시작됐다.

국내 일부 지역에 영리병원 설립이 법적으로 가능해진 것은 2003년이었지만,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 여론 때문에 정권이 세 차례나 바뀔 동안 실질적 ‘설립 허용’은 가로막혀 왔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답게 이 정권은 끝내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는 아랑곳없이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최악의 영향을 미칠 영리병원 도입을 강행했다.

거짓과 기만

박근혜 정부의 광기에 가까운 영리병원 도입 의지는 이미 ‘싼얼병원’ 사태로 한 차례 망신을 당했다. 2014년 말, 첫 영리병원으로 승인될 뻔한 싼얼병원의 모회사는 회장이 사기죄로 구속된 부도기업이었고, 나중에는 국내투자에서도 이미 철수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시민단체 등이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자 정부는 마지못해 싼얼병원 승인을 불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부와 제주도청은 사과와 반성은커녕 불과 반년만인 지난 4월 싼얼병원과 똑같은 형태의 녹지병원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녹지병원은 싼얼병원과 마찬가지로 성형, 피부, 내과, 가정의학과 4개과이고, 병상도 48병상으로 47병상인 싼얼병원과 판박이인데다 응급의료체계가 미비하다는 점까지도 닮아있었다. 게다가 의사, 간호사 포함 의료진이 고작 40여 명인 병원이면서 행정직만 100명이라는 사실은 돈벌이 환자유치에만 열을 올릴 계획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정부는 새로운 투자자로 나선 ‘녹지그룹’이 자본력을 갖춘 중국국영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 병원의 실질적 운영주체는 국내 성형외과 출신 의료진이며, 국내에 우회 투자하는 국내영리병원이나 다름없다는 의혹이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제기되었다. 애초 정부는 “중국 녹지그룹에서 전액 투자했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녹지병원 제2투자자인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 소속 최대 규모의 병원이자, 녹지병원의 “설계부터 병원 운영까지를 전담”하는 실질적 주체가 국내 의료진이 세운 병원이라는 의혹은 실체적 근거가 있었다.

이러한 의혹이 퍼지자 정부와 제주도는 공개적으로 국민에게 해명하는 길이 아닌 사실 자체를 은폐하는 방법을 택했다. 제주도는 지난 5월 법적조건 미비를 핑계로 사업신청을 철회했다. 그러면서 마치 형식상의 법적조건의 문제가 핵심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다. 그리고 5월 사업계획서 취소와 동시에 6월 설립계획서를 새로 접수받은 사실은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6월은 국민들이 메르스 사태와 정부의 무능한 대처로 고통받고 있을 때였다. 정부는 국민을 감염병 공포 속에 방치하고 영리병원 밀실 추진에 몰두하고 있었다.

영리병원 추진이 뒤늦게 알려진 후에도 정부는 사업계획서조차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국민의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국내 첫 영리병원 사안이 개별 기업의 영업활동보다 못 하다는 태도였다. 이는 한편으로 기존의 비영리 병원과는 다른, 정부의 공공적 통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영리병원의 사(私)기업적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다. 결국, 최소한의 운영계획이 담긴 사업계획서조차 끝내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채 박근혜 정부는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했다.

영리병원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여론은 분명했다. 지난 9월과 12월 <제주MBC>, <제주KBS>가 각각 벌인 여론조사 결과 각각 도민 67.6%, 61.6%가 영리병원에 대한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 6월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 및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와 ‘제주도민 운동본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74.7%의 도민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런 국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는커녕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상당히 잘못된 생각“이라며 “제주도민이 왜 반대하는지 답답하다”고 불평했다. 결국, 이 정부는 여러 차례 드러난 국민의 압도적 반대 여론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승인 도장을 찍었다.

영리추구가 우선인 기업형 병원

영리병원에 대한 전 국민적 반대여론이 워낙 크다보니 정부는 영리병원을 ‘외국병원’으로 둔갑시켜 외국인 정주시설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추진했었다. 실제로 2003년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영리병원이 허용될 때만 해도 이 영리병원은 외국인만 설립할 수 있고 외국인 환자만 받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이 최초 법 개정 당시부터 주장했듯이 자본과 정권은 지속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국내 환자도 진료할 수 있고 국내 자본이 진출할 수 있는 병원으로 바꿔치기했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에 승인한 영리병원은 결코 ‘외국병원’이 아니다. 외국 투자지분이 50%여야 한다는 규정뿐, 국내 의사가 진료하고 내국인이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어떻게 외국병원인가? 말만 외국병원이지 사실상 국내영리병원이나 다름없다.

영리병원은 영리 추구가 목적인 ‘기업’으로, 환자 치료가 아닌 이윤이 존립목적인 기업형 병원이다. 이러한 모순적 존재는 필연적으로 여러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녹지병원의 모기업이 병원 운영경험이 전무한 부동산 투기기업이라는 사실부터가 영리병원의 철학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런데 의료시장주의자들은 한국의 95% 민간병원들은 지금도 영리행위를 하므로 사실상 영리병원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의료법에서 말하는 ‘영리행위’는 일반적 돈벌이가 아니라, 외부 투자자의 투자를 받고 이윤을 배당한다는 뜻이다.

영리병원은 이렇게 투자자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업적 운영을 하게 되는 병원을 뜻한다. 반면 한국에 허용된 비영리병원은 병원에서 번 돈을 병원에만 재투자하게 돼 있다. 95%에 가까운 민간의료기관이 난립한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비영리병원’ 규정으로 그나마 병원의 상업성이 제한되고 병원 자본의 외부 유출이 차단된다. 이는 이미 극도로 상업화된 한국 의료체계에서 그나마 공공성을 유지해온 버팀목이 되어왔다.

영리병원은 돈벌이가 목적인 병원이기 때문에 의료비가 비싸고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에 대한 비교 연구가 이뤄져 왔고, 영리병원의 1인당 의료비는 비영리병원보다 20% 정도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영리병원이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려 하고, 행정비용도 영리병원이 더 높으며, 경영진들에 대한 상여금 또한 비영리병원보다 높기 때문으로 설명됐다. 한편 영리병원의 사망률은 비영리병원보다 높았다. 숙련 인력의 고용을 줄이고 의료의 질과 밀접히 관련된 비용을 줄이기 때문에 질이 낮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접근도, 비용-효율성, 자선사업 등 모든 측면에서 비영리병원이 영리병원보다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2002년~2013년 사이의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들을 총 개괄한 논문도 대체로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비해 사망률과 치료비가 비싸다는 사실을 밝혔다.

▲ 미국의 의료비 상위 50개 병원 중 25개(50%)를 CHS 영리병원체인, 14개(28%)를 HCA 영리병원체인, 4개(8%)를 Tenet Healthcare 영리병원체인 소속 병원이 차지하는 등 영리병원이 98%를 차지했다. 같은 치료를 받아도 메디케어 환자 의료비가 10만원일 때 영리병원의 의료비는 126만원까지 환자에게 청구될 수 있다.
▲ 미국의 의료비 상위 50개 병원 중 25개(50%)를 CHS 영리병원체인, 14개(28%)를 HCA 영리병원체인, 4개(8%)를 Tenet Healthcare 영리병원체인 소속 병원이 차지하는 등 영리병원이 98%를 차지했다. 같은 치료를 받아도 메디케어 환자 의료비가 10만원일 때 영리병원의 의료비는 126만원까지 환자에게 청구될 수 있다.

공적 건강보험을 훼손시킬 영리병원

한국의 영리병원 찬성론자들은 제주영리병원이 규모가 작고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작아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가 ‘일차적 승인의 의미가 크다’고 한 것처럼 정부는 분명 이 병원을 영리병원 전국 확대의 디딤돌로 보고 있다. 이제 물꼬를 튼 영리병원은 제주도뿐 아니라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대구, 부산 등 3개의 광역시를 포함하여 전국을 아우른다.

영리병원 찬성론자들은 영리병원이 건강보험체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사실이 아니다. 영리병원은 주변의 병원에 영향을 미쳐 의료비가 덩달아 오르게 한다. 이른바 뱀파이어 효과다. 지역의 공공병원이나 비영리병원도 경쟁 때문에 돈벌이 진료행태를 따라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영리병원은 환자 부담 의료비를 높일 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도 악화시킨다.

또한, 제주도에 허용된 녹지병원의 경우, 건강보험적용 예외 병원이다. 이런 병원이 확산된다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어떤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국민들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는 무너진다. 정부는 의료비가 비싼 영리병원을 찾는 내국인 환자가 극소수일 거라고 주장하지만 지금도 고가의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고, 이런 환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병원들이 있다. 영리병원이 늘어나면 이른바 ‘명의’들과 부유층 환자들은 영리병원으로 몰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건강보험 의무가입에 불만을 토로하게 될 것이고, 민간보험으로 쏠리는 현상은 확대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건강보험 존속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한국은 공공병원이 10%도 안 되는 나라다. 지금도 민간이 압도하는 의료체계 때문에 공공병원이 적정진료와 의료비 안정화의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여있다. 여기에 영리병원까지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면 한국 보건의료의 공공성은 크게 훼손되고 말 것이다.

의료시장주의자들은 북유럽 복지국가들도 영리병원을 허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영리병원이 허용된 OECD 국가들은 대부분 공공병원이 70~90% 이상으로 한국과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과제

정부는 의료를 산업으로 보면서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취해왔고, 얼마 전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2016년 업무보고서’도 의료산업론 일색이었다. 그러나 ‘의료산업’이 버는 돈은 누구에게서 나오는가? 바로 평범한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의료비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선전하지만, 이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실제로 ‘의료산업화론’이 겨누는 대상은 국내 의료체계의 공공성을 유지해온, 그리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온 국내규제들이다.

국내 첫 영리병원 도입의 책임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영리병원 규제완화의 역사를 함께 써왔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여당과 함께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을 통과시켜줬다. 이 법은 해외환자 유치를 통한 돈벌이가 국가 차원에서 장려해야 할 일이라는 사회적 명분을 세워줬다. 영리병원 허용 명분에 동참한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의료영리화에 반대하는 일부 보건의료 전문가들도 의료의 산업화는 불가피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제약, 의료기기, 생명공학 산업을 통해 국부를 쌓는 것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최근 IT, BT 등을 내세우며 벌이는 정부의 의료산업화 주장과 만나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의료수출과 성장론을 내세운 원격의료 허용, 의약품·의료기기 평가 간소화, 입증되지 않은 줄기세포·유전자치료 기술에 대한 규제완화는 박근혜 정부가 우선순위로 놓고 추진하고 있는 의료산업화이며, 이는 의료비 급증만이 아니라 국민건강을 크게 훼손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의료를 산업으로 키우고 돈벌이를 해도 괜찮다는 논리에 발을 들여놓으면 의료영리화에 뒷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게 된다.

▲보건복지부 2016년 업무보고 ‘바이오헬스산업 세계 7대 강국 만든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의료영리화 정책들은 바로 의료기기 및 바이오제약 산업 육성, 의료관광 및 의료해외진출 등 ‘의료산업화’를 앞세워 추진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2016년 업무보고 ‘바이오헬스산업 세계 7대 강국 만든다’?박근혜 정부의 핵심 의료영리화 정책들은 바로 의료기기 및 바이오제약 산업 육성, 의료관광 및 의료해외진출 등 ‘의료산업화’를 앞세워 추진되고 있다.

제주 영리병원이 2017년 완공될 예정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에 맞선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심사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어떤 진료가 이뤄지는지 알기 어렵고 따라서 무분별한 줄기세포 시술 등이 이뤄져도 규제가 어렵다. 같은 이유로 감염병 관리에 있어서도 극히 취약하다.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예방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이제부터 제주 영리병원의 사례가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막아내야 한다. 그리고 조선일보와 같은 역차별 논리에 맞서 국내영리병원 허용이 이뤄지지 않도록 영리병원의 문제점에 대한 여론을 다시금 환기해야 한다.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빼앗아야만 유지되는 영리병원은 이윤 중심의 사회가 낳은 가장 끔찍한 괴물이다. 과로로 병들고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사회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세상이 아니다. 이러한 상식의 관점을 모두가 공유하는 한 한국의료의 공공성을 지키는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의료민영화를 막아온 힘을 다시 모아 의료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강한 투쟁과 인간다운 세상을 향한 더 넓은 연대로 우리의 삶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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