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희망원 또 민간 위탁?···희망원대책위, “공적기관이 투명하게 운영해야”

"대구시가 36년 동안 시립 시설 민간에 방치한 책임져야"

15:59

천주교재단이 36년 동안 위탁 운영하며 각종 인권침해와 비리로 물의를 일으킨 대구시립희망원을 대구시가 또다시 민간 위탁하는 방안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희망원대책위)가 대구시립희망원 운영 방향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희망원대책위는 공적 기관이 희망원을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점진적 탈시설 정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또 다른 민간 위탁 업체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이사장 조환길 대주교)이 대구시에 운영권 반납 의사를 밝힌 지 4개월이 다 되어 간다.

희망원대책위와 대구시는 지난 24일까지 4차례 희망원 운영 방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희망원대책위는 ▲희망원 사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 운영권 즉각 반납 ▲희망원 공적 운영 ▲향후 희망원 폐쇄 및 기능 전환 ▲생활인 탈시설 및 자립 지원 등을 요구했다.

특히 희망원대책위는 당장 희망원 운영과 관련해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 운영권을 대구시가 받아 일시적으로 대구시가 직접 운영하면서 점차 대구시 직영 운영 또는 대구시가 출자⋅출연한 공적 기관에 위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조민제 희망원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민간 위탁이 아닌 공공시스템이 운영을 책임지는 구조여야 한다”며 “대구시가 36년 동안 시립 시설을 민간에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하는 데도 더 나은 민간 업체에 위탁하면 안 되냐는 굉장히 단순한 대안만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구시는 오는 3월 민간 위탁 공고를 내고 새로운 업체를 선정하고, 생활인 실태 조사 등을 거친 뒤 향후 4년 동안 전체 생활인 10% 수준인 100명의 탈시설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만주 대구시 보건복지국 복지정책관은 “공공기관이 직영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민간 위탁을 하더라도 철저히 지도, 감독, 감사를 해서 인권침해나 비리가 발생할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드려고 한다”며 “민간 복지재단은 어떻게 보면 사회 복지 전문가들이기도 하다. 위탁하더라도 이미 검증된 재단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28일 오전 10시 희망원대책위 관계자 50여 명은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들은 “더 이상 인권유린과 비리를 단죄하지 않고 넘어가는 악순환은 끊어야 한다. 대규모 수용시설에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사람을 ‘수용’하는 복지모델은 사라져야 한다”며 “희망원 공적 운영을 통한 시설 폐쇄 및 기능 전환, 탈시설과 자립 지원을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온 수사 검찰 결과, 업무과실상치사 및 감금 급식비 횡령 등으로 구속된 배 모(63) 전 대구시립희망원장을 비롯해 전⋅현직 임직원 18명과 달성군 공무원 2명 등 25명이 입건됐고, 이 중 7명이 구속기소, 1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