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성주골프장에 군대가 들어왔다···“주민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

생각보다 수월했던 골프장 진입
경찰 버스만 28대···19개 중대, 1,500명 투입
9시 57분, 통화한 육군 관계자 “10시경에 체결 했어요”
“충돌 일으키지 않고 우리는 우리 일을 할거예요”

20:20

“새벽부터 움직임이 있다네”

28일 오전 6시 54분, 전화벨이 울렸다. 어제(27일) 롯데가 국방부에 넘기기로 한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CC 골프장 소식이었다. 군의 움직임이 포착된다는 이야기였다. “알겠어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장비를 챙겨 길을 나섰다.

오전 7시 36분, 골프장 입구에 도착했다. 성주읍에서 골프장까지 가는 길은 평화로웠다. 평화가 깨지는 징후는 30분께 도착한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발견됐다. 경찰 대여섯 명이 도로에서 서성였다. 그 길로 약 2km, 골프장 입구까지 경찰 버스만 16대, 충북경찰청 버스도 보였다.

입구에 서서 상황 보고를 마치고, 동태를 살폈다. 그렇게 많던 경찰이 입구에는 보이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출입을 통제하던 골프장이었다. 관리소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조용히 차를 몰아 골프장으로 진입했다. 생각보다 수월해서 놀랐다. 다시 골프장 주차장까지 약 1.2km 차를 몰았다. 왼쪽으로 골프장이 펼쳐졌다.

▲수월하게 진입한 성주 골프장 전경

생각보다 수월했던 골프장 진입
경찰 버스만 28대···19개 중대, 1,500명 투입

주차장에도 도로에 배치된 만큼 경찰이 보였다. 경찰 버스는 12대. 입구엔 보이지 않던 경찰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용히 주차장 한 켠에 차를 멈췄다. ‘어떻게 하지?’, ‘들키면 나가야 할 텐데···’. 운전석을 뒤로 젖히고 몸을 숨겼다. 20분 후 낯익은 얼굴이 차 앞을 지나갔다. 현장에서 자주 보던 타사 사진기자였다. 당당하게 한쪽 어깨에 카메라를 메고 있었다. ‘괜히 겁먹었구나’, ‘웬일이지? 취재를 허용하네?’

잠시 밖으로 나와 상황을 살폈다. 이런저런 작업을 하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상자째 물을 재 놓는 사람들, 의류 업체 로고가 새겨진 상자를 쌓는 사람들, 라면 상자를 쌓는 사람들, 불필요한 시설물을 치우는 사람들. 군복을 입은 사병 두 명은 군용차 안에서 졸고 있었다.

오전 8시 15분, “아저씨! 나가세요!” 역시 낯익은 또 다른 사진 기자에게 한 남성이 소리쳤다. 주차도 하지 못하고 사진 기자는 차를 돌려 나갔다. ‘아, 역시 들키면 안 되겠다’ 다시 몸을 움츠렸다. “선팅이 안 진한데···” 혼자 구시렁거렸다.

오전 8시 22분, 이번엔 낯익은 취재 기자가 차량 앞을 지나갔다.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는 듯했다. 1~2분 남짓 주변을 서성이던 그가 다시 차량으로 돌아갔다. 다른 것보다 선팅이 진하다는 것만 눈에 들었다. 사주를 경계하고, 선팅이 진한 차로 옮겨갔다. 선배 기자 둘이 함께 있었다. “선배 저, 여기 좀 있을게요”

문제였다. 취재하러 들어왔는데, 갇혀 있는 꼴이 어이없었다. 움직여야 했고, 움직여야 할 이유를 찾아야 했다. 골프장 밖에서 선팅이 진한 차량 선배에게 소식이 전해졌다. 장비를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들어간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자는 남아 있어요. 혹시라도 우리 둘이 들키면 한 명은 있어야 하니까” 첩보영화 한 장면처럼, 선배가 한마디를 남기고 차 밖으로 나섰다. 다시 원래 선팅이 연한 차량으로 돌아갔다.

▲28일 오전 성주 롯데골프장에 경찰이 대거 배치됐다.

‘똑, 똑’  “어디서 오셨죠?” 묻던 대위,
안내해 주겠다고 했지만···

오전 9시 19분, ‘똑, 똑’, 말끔하게 머리를 짧게 친 남자가 창문을 두드렸다. “어디서 오셨죠?”, “취재 들어왔습니다”, “죄송한데, 여기가 촬영이 제한돼서 나가주셔야 하거든요. 차후 군사시설이 되다 보니까 노출되면 안 되거든요”, “아직 군사시설이 된 건 아니잖아요?”, “그렇긴 한데, 차후에 양해 부탁드립니다. 명함 주시면 상세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소속과 관등성명을 물었다. 국방부 소속 대위였다. 버틸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대위라는 사람에게 취재를 막는 거냐고 따져 물어서 얻을 것도 없어 보였다. 명함을 건네고 순순히 시동을 걸었다. 대신 휴대폰을 꺼내 차량 거치대에 놓고, 동영상 녹화 버튼을 눌렀다. 주차장을 크게 한 바퀴 돌아, 골프장 클럽하우스 앞으로 차를 몰았다. 사복을 입은 남성 다수가 수상한 차량을 지켜봤다. 그들 사이로 1톤 트럭에서 짐을 내리는 군인들이 보였다.

오전 9시 46분, 소성리 회관에 도착했다. 마을은 여전히 조용했다. 한켠에서는 원불교 교도들이 기도실을 만들고 있었다. 들어갈 땐 보이던 경찰이 보이지 않았다. 군과 경찰은 감시를 피해 산에 숨은 사진 기자들을 찾느라 혈안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곳 군 상황을 통제하는 육군 50사단 관계자에게 연락했다.

“국방부 직원이 나가라고 하던데, 군사시설이 된 건 아닌 거로 아는데, 국방부 직원이 들어온 건 어떤 상황인건지 알고 싶어서요”
“조금 전에, 롯데하고 국방부하고 부지 교환이 체결됐어요. 지금부터는 국방부 땅이거든요. 군사시설보호구역을 떠나서요. 국방부 시설이지 않습니까? 국방부 시설에 대해서 출입은 당연히 군사보안업무 규정에 따라 절차를 밟아야 하고, 그래서 저희가 기자분들 나가달라고 요청하는 중이에요”
“계약은 언제 체결된 건가요?”
“10시경에 됐어요. 국방부에서 공식 발표가 곧 있을 겁니다”
“그럼 안에서는 관련된 작업 하려고 국방부 직원이랑 군인들이 와 계신 건가요?”
“여기 계신 분들은 대부분 경찰이세요. 군인은 소수만 들어와 있어요. 계약 체결되면 시설 책임져야 하니까, 소수 인원이 시설 인수 인계 문제 때문에 들어와 있는 거예요”

전화를 끊고,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9시 59분에서 막 오전 10시가 됐다. 전화를 건 시간을 확인했다. 9시 57분, 국방부와 롯데는 이날 오전 10시에 최종 계약을 체결하기로 사전에 합의한 듯 보였다. 국방부와 롯데 계약 소식과 골프장 상황을 간략하게 작성해 송고했다. 조금씩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9시 57분, 통화한 육군 관계자 “10시경에 체결했어요”
“충돌 일으키지 않고 우리는 우리 일을 할거예요”

11시 28분, ‘헌병’이라 적힌 승용차가 마을 회관 앞을 지나쳤다. 병사들을 태운 버스 두 대가 뒤따랐다. 헬기로 물자 수송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골프장이 숨어 있는 산 너머로 헬기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길 반복했다. 군경 눈을 피해 골프장 인근 산에 숨어든 사진 기자들을 찾느라 경찰 400명이 동원됐다는 풍문도 떠돌았다.

오전 11시 43분, 김충환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이 회관에 모습을 보였다. 기자들이 들러붙어 대책을 물었다. “경찰이 많이 배치됐고, 군도 들어간다는데 어찌할렵니까?” “그러게요. 왜 저렇게 많이 왔데요. 저러고 있으라 하소” 김충환 위원장은 태연하게 대답했고, 기자들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당연히 ‘결사 항쟁’ 류의 대답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소성리 할머니들이 피켓을 들고 도로 한 켠에 자리 잡았다.

김 위원장은 세 가지 대책을 내놨다. 첫 번째는 몇 차례 기일을 정해 평화로운 집회로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세를 보여준다. 두 번째는 국회를 압박한다. 세 번째는 법률 대응을 한다. “경찰을 저렇게 많이 배치한 것 자체가 우리랑 충돌해서 한 번에 꺾어보겠다는 건데, 굳이 대응할 이유가 없어요. 충돌 일으키지 않고 우리는 우리 일을 할거예요”

기자들이 원하는 ‘그림’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오후 2시께야 일부 소성리 할머니들이 한적한 도로 한쪽 차선에서 의자를 두고 앉아 피켓을 들었다. 부랴부랴 경찰이 달려왔다. 충돌이 일었다. “이것도 못하게 하냐?”, “우리 마을에서, 너희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우리는 이것도 못하냐”, “이게 무슨 법이냐?”, “우리나라에 법이 어딨냐” 화가 난 주민들이 경찰에게 항의했다. 순식간에 경찰 200여 명이 마을회관 앞 도로에 가득 찼다. 그 앞에 피켓을 들거나, 트랙터에 오른 주민 10여 명이 섰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오후 3시 14분께, 주민 30여 명이 ‘사드철회’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집회 신고가 소성리회관에서 골프장으로 향하는 도로 2km 중 약 1km 지점까지 나 있었다. 경찰은 그곳까지만 행진을 허용하고, 해산을 요구했다. “우리는 지금 평화 순례길을 가는 중인데, 왜 이 길을 막는 거냐” 원불교 교무인 김성혜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이 경찰을 붙잡고 물었지만, 특별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답을 못 들은 건 주민뿐이 아니었다. 오전에 연락주겠다던 대위도 여태 연락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