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국 서구청장 ‘의회패싱’, 예산 삭감 사업 재추진…“지방선거 포석” 지적

상중이동 주민센터 이전 후 구청사 사용두고 의회와 마찰
5월 추가경정 예산 전액 삭감했지만, 대구시 교부금 신청해

16:37

대구 서구(구청장 류한국)가 의회가 예산 삭감한 사업을 특별교부금을 통해 재추진하려고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의회에서 예산을 삭감했던 사업과는 내용적으로도 많이 달라져 류한국 서구청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행정을 펼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장태수 서구의원(정의당)은 22일 오전 198회 서구의회 임시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우리 구의 오락가락 행정이 의회 권한을 침해한 점을 강력히 성토한다”면서 관련 문제를 지적했다.

▲류한국 서구청장(가운데)이 장태수 서구의원(오른쪽)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서구는 지난 5월 곧 이전하는 상중이동 주민센터 리모델링 예산으로 1억5천만 원을 편성했다. 오는 10월 주민센터를 이전하면 구청사는 시니어클럽, 자유총연맹 사무실로 사용할 계획도 내놨다. 의원들은 구가 추진하는 사업이 의회와 충분히 상의되지 않았고, 내용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해 전액 삭감했다.

그런데 서구는 지난 7월 대구시에 특별교부금을 따로 신청해서 이 사업 예산 2억 원을 다시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시니어클럽, 자유총연맹 사무실로 사용하려던 계획을 작은도서관과 영어도서관을 만드는 걸로 바꿨다. 필요한 예산도 약 8억 원으로 늘어났다. 서구는 오는 10월 추가로 교부금 5억 원을 요청하고, 구 자체 예산을 포함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동출 서구 기획예산실장은 “이전 후 구청사 활용을 두고 고민하다가 주민들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영어도서관을 만드는 걸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장태수 의원은 “의회에서 리모델링 예산을 전액 삭감한 건 리모델링을 하지 말라는 결정”이라며 “집행부는 의회 권한을 존중하고 결정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집행부는 추경 예산 확정 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교부금을 신청했다. 주민 대의 기관인 의회 결정을 무시한 꼼수”라고 성토했다.

특히 시니어클럽, 자유총연맹 사무실로 사용하려던 애초 계획을 급작스럽게 변경한 것을 두고도 “예측 가능한 행정에서 벗어난 갈지자 행보”라며 “의회를 포함해 관련 기관에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구는 원래 주민센터였지만 이전 후 지금은 공원과 놀이터로 사용되고 있는 부지에 비산1동 도서관을 새로 신축하는 일도 추진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주민들에게 홍보하기 좋은 도서관 건립 사업이 이어지는 모양새라서 류 청장이 선거를 앞두고 선심 행정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 의원은 “도서관을 만든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게 아닌가 싶다”며 “좋은 거니까 의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건 지방선거를 앞둔 포석으로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동출 실장은 “그렇게 보면 모든 사업이 문제가 되는거 아니겠나”며 “예정대로 일정대로 사업을 하고 있는 거지, 선거와 관련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