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세월호’ 작품 검열 공무원 개입, 대구시청 책임자는?

블랙리스트 조사위,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와 같아···상부 지시 규명 못해"

11:25

대구시가 대구아트스퀘어 행사 준비 과정에서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검열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최종 책임자가 밝혀지지 않아 향후 대구시의 조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8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공동위원장 도종환, 신학철)가 대구아트스퀘어 블랙리스트 사태 조사 결과, 대구시 공무원의 개입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구아트스퀘어 블랙리스트 사건은 지난해 10월 전시 행사 준비 과정에서 ‘사드’, ‘세월호’, ‘박정희’ 등을 다룬 작품이 전시 행사에서 배제되며 발생한 예술 검열 사태다.

▲7일 대구엑스코 앞에서 열린 작가 검열 반대 기자회견

조사위는 지난 12월부터 대구아트스퀘어 검열 사태 진상 조사를 시작했고, 조사 과정에서 당시 전시 감독(A)·대구미협 관계자(B)·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 공무원(C, D)의 진술을 받았다.

조사위에 따르면, 조직위 회의 하루 전인 2017년 10월 12일, 대구 공무원(C)은 대구미협 관계자(B)와 통화 중 박문칠(40)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이 출품한 사드 관련 작품에 대해 문제 삼았다. 이들(B, C)은 부인했지만, 조사위는 당시 대구미협 관계자(B)의 지시를 받은 담당 큐레이터의 진술과 당시 작성된 이메일 내용 등을 종합한 결과 “B와 C의 전화에서 박문칠과 관련된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진술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검열 사태가 발생한 10월 13일 행사 조직위 회의록에 “정치적 성향이 강한 작품 내용 검토 후 권고”라고 적힌 점도 작품 검열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전시 감독(A) 등 복수의 참고인은 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공무원(D)도 ” 사드와 관련한 작품 전시 반대에 동의”했다고 진술했다.

이외에도 조사위는 박정희 전 대통령 얼굴이 포함된 설치작품(윤동희, <망령>)이 배제된 것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세월호를 언급한 작가노트(이은영,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에서 세월호를 언급한 부분에 대한 수정 요청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이번 사건은 사드 반대, 세월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성향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전시 주최, 주관 측이 모두 부담을 느껴 해당 작가들에게 작품 수정 등을 요구한 사건”이라며 “차별 방식에 있어서 박근혜 정부 시기 블랙리스트 사건과 동일한 유형”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구시 공무원들의 본연의 역할과 권한을 넘어선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라며 “권력에 비판적인 의견과 행위를 한 문화예술인을 주최 측인 대구시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권영진 대구시장을 포함한 문화예술정책과 상위 부서 등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조사위는 규명하지 못했다.

진상조사위는 5월 중 대구시 검열 사태 관련 후속 조치 권고 사항을 결정할 계획이다. 진상조사위는 문체부에 검열 관련자에 대한 수사의뢰 권고나 징계를 권고할 수 있다.

작품 검열 사태에 반발해 전시를 보이콧한 작가(박문칠, 윤동희, 이은영, 김태형)와 이민정 당시 전시 협력 큐레이터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직위 회의 당시 박문칠의 작품만 특정해서 상영되고 검토됐다. 이 자리에서 대구시 공무원은 참관을 넘어서 사드 관련 작품에 대한 반대 발언이 했다는 점도 진상조사 결과 드러났다”라며 “대구시 공무원이 검열을 막기는커녕 동조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원만 하고 간섭은 하지 않는다던 권영진 대구시장의 입장과는 달리 대구시가 사건을 촉발하고 악화시킨 주요한 당사자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구시와 대구미협에 ▲피해 작가들에 대한 공개 사과 ▲관련자, 관련 단체에 대한 징계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한만수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지난 8일 <뉴스민>과의 통화에서 “행사에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게 저희 입장이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그렇게(대구시 공무원의 부당 개입) 났다면 시에서도 여기에 따른 것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라며 “시각과 관점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좀 더 면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권영진 대구시장은 작가들의 보이콧에도 작품 검열 사태에 대구시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7일 행사 개막식에 참여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작품검열 사태에 대한 질문에 “대구시는 행사를 지원하고 개입하지는 않는다. 운영은 민간에서 다 한다. 전시하라 말라 하지 않는다. 관이 개입하면 예술을 망친다”라고 답한 바 있다.

▲7일 대구엑스코에서 열린 2017 대구아트페어 행사에 참여한 권영진 시장

대구아트스퀘어는 작품 판매를 위한 ‘대구아트페어’, 청년 예술가들이 참여한 ‘대구청년미술프로젝트’ 행사로 구성됐고, 지난해 11월 8일부터 12일까지 열렸다. 대구아트스퀘어 조직위원회는 청년미술프로젝트 운영위원회(6명), 대구아트페어 운영위원회(6명), 조직위원장 총 13명이다. 대구아트스퀘어 행사에는 대구시 보조금 4억 5천만 원이 지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