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유일 진보정당 3선 도전, 경산시의원 엄정애 후보

사회적 약자 바라본 의정활동 8년···“당은 몰라도 엄정애 이름은 다 안다”

13:39

수성구에서 경산으로 들어서는 길을 아파트가 빼곡히 둘러싸고 있다. 경산 초입 중산지구에는 신축 아파트 공사 작업이 한창이다. 금리 인상, 전국적인 아파트값 하락, 건설 경기 침체 여파는 경산에 아직 미치지 않았다. 2013년 21동, 2014년 44동, 2015년 107동의 아파트가 신축됐다. 경상북도 23개 기초자치단체 중 17개가 인구 감소에 허덕이는 데도 인구가 증가한 경산. 2017년 10월 경주를 제치고 도내 인구 3위 등극, 2018년 경산시 예산 1조 원 돌파, 연도별 지역 내 총생산(GRDP) 170억 원 증가(2010년 대비 2015년 기준)···2019년 시 승격 30주년을 앞두고 경산의 성장은 파죽지세다.

▲경산시 중산지구 한 신축 아파트 현장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는 불평등이 있다. 저소득·한부모가족 가구 수 181가구 증가(2011년 877가구→2015년 1,058가구), 독거노인 1,443명 증가(2011년 7,247명→2015년 8,690명). 한국 사회 추세를 따라 경산도 저출산 고령화와 양극화 증가 등 사회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피부로 어려움을 느끼는 시민들이 늘어나지만, 이들이 딱히 호소할 곳은 마땅찮다. 대구처럼 시민사회단체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민생 전반을 보살피는 곳이 시청이라지만, 문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엄정애(47, 정의당) 경산시의원 후보는 불평등의 그늘을 주시했다. 2010년, 2014년 시의원에 당선됐다. 유일하게 경북에서 재선에 성공한 진보정당 기초의원이다.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3선에 도전장을 냈다. 엄 후보 외에도 경산시의원 가선거구(남천면, 서부1동, 남부동)에는 더불어민주당 황동희(48), 자유한국당 박명호(52), 한영권(64), 최춘영(65), 바른미래당 전봉근(57), 대한애국당 박성일(53), 무소속 최병열(58) 후보가 출마했다.

엄 후보는 지난 1일 경산 시내 곳곳을 다녔다. 택시운전사·비정규직 노동자·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엄 후보에게 특별히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1일 오전 10시, 엄정애 후보가 경산시장 앞에서 김종필(파란색 셔츠) 씨와 택시 운전사들을 만났다.

“이번에 당선은 당연하니까 택시 승강장 문제 좀 신경 써주이소”

택시운전을 20년 째 하고 있는 김종필(51, 남천면) 씨는 엄 후보를 만나자 이렇게 말했다.

요금 수수료, 콜장비 문제 등으로 경산시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그때마다 제대로 된 답변을 받기가 어려웠다. 엄 후보는 택시 운송사업 지원 조례 발의 참여했고, 부가세 경감분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관행도 지적하며 경산시에 시정을 요구했다.

엄정애 후보는 안전한 택시 운행과 택시운전사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바꿔야 할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른 도시에 비해 긴 장시간 노동과 10부제 시행으로 부족한 휴일을 문제라고 여겼다.

“일하는 환경이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어요. 그런데 경산은 아직까지 멀었어요. 지금 제일 개선해야 할 것은 승강장이에요. 여기 봐요. 너무 협소해서 위험하고 일하기도 어려워요. 이런 얘기 하는 것 제일 편한 사람이 엄 의원입니다. 이제 또 시의회 들어가니까 살펴봐 주이소.”(김종필 씨)

비정규직 노동자 양혜숙 씨,
“엄 의원이 주변 곳곳에서 자꾸 눈에 밟혔다”

비정규직 노동자인 양혜숙(58, 옥곡동) 씨는 ‘캣맘’이다.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양 씨는 2015년 신대부적지구(압량면)에서 울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보고 사료를 주면서 캣맘이 됐다. 3년째 캣맘 생활을 이어오고 있지만, 최저임금 노동자로서 지갑 사정을 저울질하지 않을 수 없었다. 1일 오전 11시, 경산시 백천동 한 마트 앞에서 유권자에게 인사를 하고있는 엄 후보를 보자마자 양 씨는 최근 집에 들인 새끼 고양이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길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서 진물이 나고 있길래 일단 주사라도 맞히려고 데려왔어요. 그런데 걔가 너무 사나워서 어찌할 지 모르겠어요. 병원에 데려가서 주사 맞히고 나니 일단 낫긴 했는데, 수의사가 사람 손을 타버리면 밖에서도 적응을 못 한대요. 괜히 잡아 왔나, 그냥 둬야 했나 그런 생각도 드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양혜숙 씨)

▲경산시 백천동에서 지지자 양혜숙 씨와 대화 중인 엄정애 후보

놔둬도 안 될 것 같고, 시청에 신고하면 10일 이후에 안락사한다고 했다. 양 씨는 다시 지갑을 열었다. 병원비 6만 원이 나왔지만 겨우 깎아 5만 원에 해결했다. 양 씨는 최소한의 동물 의료 지원과 중성화 비용 지원, 그리고 캣맘들을 위한 기초 행동 요령 교육 등을 요구했다. 양 씨는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시청 문턱을 넘었고, 교육프로그램에 참가 중인 엄 후보를 만났다. 엄 후보는 경산시캣맘협의회와 자주 만나면서 협의회 요청을 경산시청에 전달하고, 중재도 했다.

양 씨는 마을도서관에서 봉사 활동을 할 때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석한 엄 후보를 봤다. 양 씨는 “자꾸 주변에서 눈에 보인다”라며 친숙함을 표했다.

“엄정애? 당은 몰라도 이름은 알아”
“정치는 자고로 여자가 해야 합니다”

오전 11시 20분, 엄 후보는 백천사회복지관 경로식당에 인사차 방문했다. 식당 앞은 배식을 기다리는 노인 50여 명이 일렬로 줄 서 있었다. 그 자리에서 무료급식을 기다리던 한 할머니가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왔다.

김순애(가명, 85, 백천동) 할머니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다. 남편도, 자식도 없는 김 할머니는 사실 젊은 시절 모아둔 재산이 있었다. 퇴직하고 나서 별다른 벌이가 없었고, 사기를 당해서 통장에 넣어 뒀던 돈을 몽땅 날려 먹었다. 연금이 10만 원 정도 나왔지만 먹고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직접 경산시청에 수급자 신청을 하겠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다. 동네 통장이 할머니의 사정을 알게 되자 최근 겨우 수급자가 될 수 있었다.

▲백천사회복지관 경로식당 앞

김 할머니는 앞으로도 계속 엄 후보를 보고 싶다고 한다. 당장 배고픈 처지가 되고 보니 자기 문제에 관심을 두는 한 사람이 소중했기 때문이다.

“처음 본 건 시청에서였는데, 그 뒤로 자주 봤어요. 경로당에서도 자주 봤고, 여기 경로당 사람들 엄정애 하면 다 알아요. 착하다는 소문이 자자해요. 정치는 자고로 여자가 해야 합니다. 말도 안 흘려듣고 남의 돈도 안 먹어요. 여기서 아무리 ‘새누리당, 한나라당’ 그래도 중요한 건 사람이지요. 난 엄정애 당도 몰라. 일 잘 하고 우리 같은 사람들 사정 잘 알아주니까 알아요. 배고픈 사람들의 아픔을 잘 알아야 합니다.”(김순애 씨)

‘아픔을 알아본다’는 것 때문일까. 1일 하루 엄정애 후보를 만난 이들은 거리낌 없이 ‘아픔’을 꺼내 놓았다. 엄 후보는 소외당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지켜보다 정치 입문을 결심했다. 야학 교사로 활동하던 대학 시절 가르치던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생일 선물로 책가방을 갖고 싶다는 말을 듣자 엄 후보는 “세상에 눈을 뜨게”됐다고 한다.

“경산은 복지정책을 보완해야 합니다. 지금 경산시는 용역을 줘서 복지정책을 개발하는데 용역업체가 아니고 지역 사람들이 해야 합니다. 지역에는 취약계층이 많이 있어요. 어린이, 노인, 북한 이탈 주민, 장애인 이들이 모여서 정책을 만들고 경산시가 받아들이도록 아래에서 올라오는 제대로 된 복지 정책이 필요합니다. 표만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제대로 정치를 하려면 지역에 눈을 돌려야 해요. 소외된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모여요. 사람들이 모여 힘을 내면 지역 문제도 해결됩니다.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다 끝나는 환경은 바뀌어야 해요.”

▲1일 오후 2시, 경상북도 장애인권익협회 경산시지회에 방문한 엄정애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