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동 골안지구 재건축, 치매 할머니는 어디로 가야 하나

"선거 때는 보이던 곽상도 의원, 이제는 볼 수가 없다"

12:29

7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동에 사는 A(78) 씨는 무더위에 잠에서 깼다. 돌아가던 선풍기가 멈춰있었다. 집안에 전기가 끊겼다. 중증 치매에 걸린 언니 B(84) 씨 생각에 화들짝 놀란 A 씨는 부채부터 찾아와 B 씨에게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대명동 골안지구의 재건축 사업 때문에 전기가 끊어진 것으로 생각했다. 지난달부터 철거 작업이 시작된 후, 비산먼지와 소음 때문에 고통스럽던 차였는데, 전기마저 끊어졌다고 생각하니 울화가 치밀었다. 전기는 몇 시간 후 다시 들어왔지만,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대명동 재건축 지역 주민 A 씨와 언니 B 씨

2016년 골안지구 정비구역 지정 이후 재건축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남구청에 따르면,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후 현재 골안지구 290여 개 동 중 90% 이상이 이주를 마쳤다. A, B 씨는 나머지 10%에 속했다.

아버지에게 상속받은 집에서 30년 넘게 살아, 다른 곳으로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거의 유일한 재산인 집의 감정 가격이 이들에게는 터무니없이 적었다. 둘 모두 결혼을 하지 않아, B 씨를 보살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감정을 받는 게 필수적인 상황이다.

누구도 사정을 봐주지는 않았다. 사업조합 측은 이들을 상대로 법원에 부동산인도 강제집행을 신청했고, 법원은 7월 30일까지 부동산인도를 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할 수 있다는 예고장을 보냈다.

“환자 때문에 집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희는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입니다. 남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으라는 법이 있습니까. 합의라도 하려고 하는데 터무니없는 감정평가만 이야기합니다. 정치인들은 뭐합니까. 선거할 때는 보이더니 곽상도 국회의원은 이제 볼 수가 없습니다.”(A 씨)

▲대명동 재건축 사업지 골안지구

다른 주민 C(40) 씨는 15가구가 입주한 원룸 주인이다. 7일, C 씨는 도시가스 배관 작업으로 인한 소음에 항의하느라 진땀을 뺐다. 2015년 빚을 내 원룸 사업을 시작했는데 2016년 조합이 설립됐다. 진행되는 사업을 중지할 수는 없지만, C 씨는 건물 세입자들의 이주비 지급과 정당한 건물 감정을 요구하고 있다.

“세입자들은 지금 마땅하게 이사할 곳이 없습니다. 시세보다 싼 가격에 여기 들어왔으니 당장 목돈도 더 필요하고, 이미 주변에 이사할 곳도 마땅하게 없는 상황입니다. 매도청구권(상대방에게 시가로 매도하도록 청구하는 것) 소송 중인데, 적어도 소송하는 동안은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먼지와 소음 때문에 살 수가 없습니다”(C 씨)

한편, 남구청은 재건축 사업이라 법적으로 이주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에서 세입자 주거 문제 해결이나 이주 대책 마련에는 법에 정해진 것이 없다”라며 “조합이 어떻게 하려는 지는 알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대명동 재건축 사업지 골안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