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 민주당 진단서 (3) 포용력의 부재–확증편향 민주당 /만월봉

12:02

[편집자 주=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대구에서 단 1석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두고 ‘지역주의’ 부활이 언급됐습니다. 뉴스민 독자 중 한 분이 대구 민주당에 대한 고민이 담긴 글을 보내왔습니다. 실명으로 글을 게재할 수 없어 필명으로 뉴스민에 3차례 연재합니다. 관련해 다른 의견이 있는 분들의 글도 환영합니다.]

[기고] 대구 민주당 진단서 (1) 현실인식의 부재–비호감 민주당 /만월봉
[기고] 대구 민주당 진단서 (2) 정책과 전략의 부재–무능력 민주당 /만월봉

#4. 포용력의 부재–확증편향 민주당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존재는 마치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았습니다. 바로 민주당 지지자 중 강성 민주당 및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의 비율을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열린민주당은 우리나라의 과거 어떠한 정치지형에도 속하지 않는 특이한 집단입니다. 우선 열린민주당 지지층의 심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열린민주당 지지층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선명하게 지지함과 동시에, 본류라 할 수 있는 민주당과 그 지도부(특히 이해찬 대표)에 대한 반발 심리가 상당히 존재합니다.

이와 함께 검찰개혁과 언론개혁과 같은 아젠다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양태를 보입니다. 열린민주당의 창당은 이른바 우리 정치권에 팬덤으로만 존재해왔던 ‘문파’라는 집단이 기성정치권에 나타난 일대사건이었기도 합니다.

그들은 민주당의 ‘제2 위성정당’을 표방하며 지역구 투표는 민주당을, 비례투표는 열린민주당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열린민주당의 창당 후 기세는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기존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와 정의당에 실망한 유권자의 지지를 흡수하여 약 10%에 이르는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의 견제와 함께 정봉주 전 최고위원의 욕설파문 등으로 인하여 열린민주당의 지지세는 한풀 꺾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더불어시민당에게 힘을 모아야한다고 유권자를 설득하며, 열린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문파’를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결국 투표 결과 열린민주당은 그들 스스로가 목표했던 10석에 훨씬 못 미치는 3석 확보에 그쳤습니다.

왼쪽부터 열린민주당 황명필, 한지영 비례대표 후보, 손혜원 선대위원장, 주진형, 안원구 비례대표 후보.

이렇듯 열린민주당은 민주당 내 강성 지지층을 공략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강력한 검찰·언론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존 민주당 지지층에게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민주당의 견제와 정봉주의 막말이라는 이탈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열린민주당을 선택한 유권자는 가히 문재인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들 강성 지지층이 향후 정국 운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민주당은 선거 이전에도, 선거 이후에도, 열린민주당과 철저히 선을 긋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민주당은 열린민주당에 가혹하리만큼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김홍걸 당선자는 “당 만든 것 자체가 해당 행위이자 문 대통령에게 부담만 주는 꼴”이라는 평을 한 바 있으며, 이해찬 대표 또한 “열린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사칭하고 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맹비판을 내렸습니다. 정봉주 전 최고위원의 욕설 발언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아무튼 원론으로 돌아와서 열린민주당의 지지층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강성 지지층인 ‘문파’가 그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강성 지지층은 정치에 있어서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강성 지지층은 선거를 앞두고 매우 강력한 동원효과를 가집니다. 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당을 홍보하는데 앞장서며, 당과 후보의 가장 강력한 조직입니다. 그러나 이들 강성 지지층은 확장성에 큰 제약을 끼칩니다. 강성 지지층의 문제점은 지금 미래통합당의 모습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가리라 예상합니다.

미래통합당 구성원들은 태극기 세력에 휘둘려 극단적인 언사를 내뱉고, 유튜버의 주장에 이끌려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칩니다. 당장 지지층은 이러한 발언을 원하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데에는 결코 좋지 않은 스탠스입니다. 미래통합당이 이번 총선에서 실패한 원인이 바로 저런 ‘막말 파동’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미래통합당 강성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불행히도 대구의 민주당은 민주당 지지층 중 강성 지지층의 비율이 더욱 높은 비율을 보입니다. 이를 데이터로 증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꺾은선 그래프는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정치지형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범보수는 미래통합당+우리공화당+친박신당+기독자유통일당의 득표율을 합친 값이고, 범진보는 더불어시민당+정의당+민중당+열린민주당의 득표율을 합친 값입니다. 전국적으로는 범진보세력이 약 10%가량 우위를 보이고, 호남지역의 경우 범진보세력이 절대적인 우위를 보입니다. 이와 반대로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범보수세력이 절대적인 우위니다. 이렇듯 대구경북의 범진보세력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형국에서 열린민주당의 득표율은 어떠한 함의를 가질까요?

사실 대구경북의 열린민주당의 득표율 자체는 높은 편이 아닙니다. 제일 낮은 편입니다. 대구경북의 열린민주당 득표율은 전국 평균인 5.42%를 훨씬 밑도는 3.03%, 2.86%으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불어시민당 득표율 대비 열린민주당 득표율(이하 대비 득표율)’은 전국에서 제일 높은 수준인 18.70%, 17.75%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세종시와 제주도 또한 대비 득표율이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들 지역은 범진보세력이 20% 이상의 지지를 얻는 진보 절대우세지역입니다.

대구경북과 같이 범진보 절대열세지역임에도 높은 대비 득표율이 나타나는 것은 다음과 같은 함의를 가집니다.

① 민주당의 지지층 자체가 상당히 얇다.
② 얼마 되지 않는 민주당 지지층 중 강성 세력의 비율이 상당히 많다.

이러한 형국에서 대구 민주당은 주류의 언어가 아닌, 비주류·소수의 정서와 언어를 공유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러한 강성지지층 위주의 당 운영은 민주당을 대구에서 더욱 고립시키는 주된 원인이 됩니다.

즉, 주류를 차지하지 못한 채 항상 주변부를 맴도는 주변인과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대구의 민주당 지지자들의 모습입니다. 이번 총선과 같은 현상이 지속할수록 집단 내부의 순수성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과대대표 될 가능성이 클뿐더러 교조화, 맹목화와 같은 부정적인 현상이 일어날 우려가 더욱 커집니다.

대구 민주당은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조직 내부에서 덧셈의 정치가 아닌, 뺄셈의 정치를 요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대구 민주당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대구 시민과 함께하는 민주당이 될 수 있을까요?

#5. 글을 마치며-처방전

이야기를 잠시 돌려, 미래통합당 이야기를 잠깐 하고자 합니다. 미래통합당의 참패 요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선거가 한 달 이상 지난 지금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라면 미래통합당이 왜 이번 총선에서 패배했는지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총선에서의 미래통합당의 패인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대교체의 실패와 미래통합당 내 혁신적 리더십의 부재, 몇몇 후보의 무능한 행태와 막말 파문. 태극기 세력과 극우 유튜버에 휘둘리는 모습, 집권당의 정책을 넘어서는 대안과 비전 부재. 보수정당에 불리해진 정치적 지형.

그리고 이 명제들의 주어를 바꾸어 대구 민주당에 그대로 대입해보겠습니다.

세대교체의 실패와 대구 민주당 내 혁신적 리더십의 부재, 몇몇 기초의원들의 무능한 행태와 막말 파문, 극단적 민주당‧문재인 대통령 지지 세력에 휘둘리는 모습, 미래통합당의 정책을 넘어서는 대안과 비전 부재, 민주당에게 불리해진 정치적 지형.

앞서 지적한 내용들이 그대로 대구 민주당에도 대입되는 것에 저 또한 상당히 놀랐습니다. 미래통합당이 능력 있는 대안정당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을 우리가 알고 있듯이, 대구 민주당이 능력 있는 대안정당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을 우리는 사실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미래통합당 앞으로 다음과 같은 처방전들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세대교체와 혁신적 리더십의 구축
무능과의 결별 및 막말 정치인 퇴출
다수의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공감하는 자세
정책적 능력 있는 대안세력화
불리한 정치적 지형을 극복하는 전략 수립

해답은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이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제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비록 민주당이 대구에서는 25:0이라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전국적으로는 180:103이라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미래통합당의 패배를 타산지석 삼아, 대구 민주당이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잘 곱씹어본다면 생각보다 문제는 쉽게 해결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