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들, “일본제철 주주인 포스코가 나서라”

“주주총회 등에서 판결 무시한 현 경영진 책임추궁 앞장서야”

17:40

일본 강제징용 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를 위한 법원의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은 일본제철 주주인 포스코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일본제철은 우리 법원의 자산압류명령에 대해 즉시항고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포스코에 책임을 촉구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일 대구지방법원에 따르면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 국내 자산압류명령은 공시송달 절차와 무관하게 2019년 1월 9일 효력이 발생한 상황이다. 이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 국내자산 매각명령을 신청했고, 이 판결이 나오면 손해배상금에 대한 현금화가 이뤄진다.

일각에서 보도된 4일 0시 공시송달 효력 발생과 함께 일본제철에 불이익이 가해져 한·일 관계가 틀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 공시송달의 효력 발생으로 일본제철은 자산 처분을 할 수 없지만, 다른 불이익이 당장 발생하진 않는다.

대구지방법원 관계자는 “압류명령 효력은 2019년 1월 발생했고, 송달 효력 발생이 된다고 직접적인 영향이 간다고 볼 수는 없다”며 “채권자(강제징용 피해자) 쪽에서 주식 매각명령을 신청했기 때문에 이 결과가 나와야 현금화가 이뤄진다. 주식압류명령에 대해서는 즉시 항고할 경우 항고법원에서 다투게 된다”고 말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자산압류명령에 즉시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3일 KBS 보도를 보면 일본제철은 “징용과 관련된 문제는 국가 간 정식 합의인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즉시항고를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포스코 소송 제1차 소송단에 참여한 일제 피해자들은 성명을 내고 일본제철 주주인 포스코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한국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난 후에는 포스코가 일본제철 주주총회에서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법부의 확정판결은 존중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자발적 판결 이행을 주장했더라면 현재와 같은 한·일 갈등은 원초적으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포스코가 아무런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은 포스코의 탄생 자체가 일제피해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 진 것을 고려할 때 피해자들은 이중의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포스코는 일본제철의 주인으로서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이행을 이해관계자로서 함과 동시에 주주총회 등에서 판결을 무시한 현 경영진의 책임추궁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신일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이 결정을 근거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제철 국내 자산인 PNR에 대한 자산압류신청을 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2019년 1월 9일 PNR 주식 8만 1,075주에 대한 압류명령을 송달했다.

공시정보에 따르면 PNR은 제철 부산물 자원화전문업체로 자본금 390억의 포스코 계열사다. 포스코가 70%, 일본제철이 30%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의 역할과 함께 우리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최봉태 변호사는 “개인청구권이 있음에도 일본 아베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한국 대법원 판결에 개입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포스코가 이제라도 책임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우리 정부의 메시지에도 문제가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일 합의가 잘못됐다고 하면서도, 일본 정부에 기금을 돌려주는 등의 실질적인 절차에 나서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일제 피해자 문제에 적극 나서지 않을 거라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2007년 4월 히로시마 공사장으로 끌려가 가혹하게 노동을 강요당했다며 중국인 피해자와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도 개인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