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머리와 이슬람 혐오···대구 이주민 인권 향상 위한 과제는?

12일 대구지방변호사회 인권 세미나 개최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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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갈등이 이슬람 혐오로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구지방변호사회 주최로 이주 외국인 인권 문제를 살펴보는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서는 무슬림 유학생을 향한 혐오가 단순히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변화하는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의 부실과 인권 외면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오후 4시 대구지방변호사회는 대구지방변호사회관에서 ‘이주외국인의 인권과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한 과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육주원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가 주 발제에 나섰고 토론자로는 김동창 변호사, 이소훈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 구본준 청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이 참여했다.

▲왼쪽부터 구본준 소장, 이소훈 교수, 육주원 교수, 구인호 변호사, 김동창 변호사, 박순종 목사

육주원 교수는 세계화에 따른 초국적 이주 증가 상황과 한국이 이주민 송출국에서 송입국으로 바뀌는 과정, 그 과정에서 제도적 변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국에서 이주민 인권 침해를 방치하는 제도적 문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분석했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과정에서 비치는 이슬람 혐오 현상에 대해 육 교수는 무슬림에 대한 공포나 잘못된 상상에 기인하며, 이런 상황에서 선주민과 이주민 간 긍정적 상호작용을 일으킬 법, 제도, 행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육 교수는 “국민국가라는 것이 사회를 보는 기본 틀로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동시에 급속한 세계화도 경험하는 상황은 국민국가의 중요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이주민이 올 때 노동력만 오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둘러싼 것이 따라온다. 그걸 문화라고 부른다. 특정한 요소(노동력, 결혼 등)만 뽑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사회통합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잘 통합된 사람들보다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이주민이 자꾸 배제되면 사회 문제를 일으키기가 더 쉽다”며 “이런 과정을 보지 않고 이주민이 들어오면 사회통합이 저해된다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육 교수는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국가적 지위 얻는 상황에서 우리는 얼마만큼 사회적, 시민 의식적으로 준비가 됐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인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선주민과 이주민 간 긍정적 상호작용을 일으킬 법, 제도,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구인호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동창 대구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간사는 북구청의 공사중지처분의 실체적 위법 사유와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재 형사사건 등의 쟁점을 설명했다.

이소훈 교수는 서구사회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의제를 표본으로, 이민으로 인해 인구변화가 일어난 나라에서 다양성 존중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박순종 목사는 한국에서 이주민들이 현실에서 겪는 차별을 실제 사례를 통해 알렸고, 구본준 소장은 외국인 인권과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한 정부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 취지에 대해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출생률 저하로 위기라는 목소리가 있다. 출생률을 높이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장기과제이고, 이를 늘리기 위해서는 이민에 대한 관점도 바꿔야 하는 시점이다. 이주 외국인에 대한 인권과 법적 지위 향상이 급선무”라며 “대구지역 이슬람사원 건축에 대한 주민 반대와 찬반 여론으로 갈등이 있다.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것도 법조계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