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평의원회 의장 ‘비정규 교수’ 선출 4개월 만에 직인 반납 요구 파행

의장직에 최초로 강사가 선출됐으나 규정 미비·임기 해석 문제돼
법적 판단은 없어···회의 개최 난망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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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평의원회가 개점휴업 상태다. 평의원회 의장으로 비정규직 교수가 당선된 이후 4개월 만에 평의원회 내부에서 의장 임기 규정문제가 불거지면서다. 논란 상황에서 학교 본부가 평의원회에 현 의장 직인(관인) 반납을 요구하고 나서 ‘의장 임기 만료’ 입장에 무게를 싣는 듯했지만, 관련 문의에 본부는 “의장 임기는 평의원회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의장 임기 논란은 경북대 평의원회 규정상 평의원회 의장 임기와 관련한 조항이 없는 탓에 불거졌다. 규정상 평의원 임기는 2년(학생 평의원은 1년)으로 명시돼 있지만, 의장과 관련해서는 의장의 권한과 선출 방법 등만 명시돼 있을 뿐 의장을 포함한 임원의 임기 규정은 없다.

지난 2월 27일 이시활 교수는 평의원 임기 만료(4월 27일)를 2개월 앞둔 상황에서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 교수는 3월 평의원으로 재추천 받아 2년 더 연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평의원회에 일부에서 이 교수의 평의원 임기가 만료된 뒤 새로 임기를 시작하게 됨에 따라 의장 임기는 직전 평의원회 임기 종료와 함께 끝났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경북대 평의원회 비정규직 교수 의장 당선···전국 최초(‘23.2.27))

지난달 31일 열린 평의원회 정기회에서는 평의원 임기 종료와 함께 의장 자격도 종료됐으니 의장을 다시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과 규정이 미비한 상태에서 이시활 교수의 평의원 자격 중단이 없는 상황에서 의장직을 박탈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대립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대신 평의원회는 대학 본부에 법률적 판단을 구해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내부적으로는 의장의 회의 소집 권한에 대한 평의원 개별 의견을 조회했다. 의견 조회에선 이 교수를 제외한 평의원 19명 중 11명이 응답하지 않았다(찬성 7명, 기권 1명). 이때부터 평의원회는 개점 휴업 상태다.

대학본부는 정부법무공단과 법무법인 2곳 등 3곳에 “평의원이 의장에 선임된 후 평의원 임기가 만료되었으나 평의원으로 재추천되는 경우 의장직이 당연 승계되는지 여부에 관한 법적 검토”를 요청해 자문 받았다. 자문 결과 3곳 모두 임기 만료와 함께 의장 임기도 만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다만 법률 자문은 질문 범위 내에서 답변을 하기 때문에, 본부가 평의원회 의장 임기를 관행적으로 2년 수행해 온 사정을 제시하면서 의장 선출 이후 의장 임기가 2년 더 발생하는 것인지 물었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또한, 규정상 의장 호선 당시에 평의원 신분을 요구할 뿐 평의원 지위를 계속 보유해야 한다는 조항도 없어서 의장 자격 상실 상태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의견도 있다.

논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학본부는 이 교수에게 의장 직인을 반납하거나 직무대행인 평의원회 부의장에게 인계하라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직인을 임의로 사용하면 책임이 뒤따를 수 있다고도 알렸다. 경북대 본부가 평의원회 의장 임기가 끝났다고 해석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임상규 경북대 교무처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평의원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의장 지위에 다툼이 있어서 그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권한의 임의적 행사를 자제하도록 부탁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임 처장은 “자격이 없다는 해석이 아니라, 일방적 권한 행사를 자제하기 위한 것이고 이 문제가 해소되면 (직인을) 당연히 드린다”며 “본부가 법률적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없고, 평의원회 자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활 교수는 “현재 대학 시스템(KORUS)상 평의원회 의장은 직무대행 체제로 표기돼 있고, 실제로도 본부가 적극적으로 의장 임기 만료로 간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평의원회 의사결정도 없는 상황에서 본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보궐 선거도 아닌 정식 선거에서 선출됐으니 임기가 2년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도 문제가 있다면 임기가 만료됐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소송 등 공식적으로 법적 분쟁을 제기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평의원회 의장직 임기는 1기(이형철) 2019년 4월 15일부터 2021년 4월 14일까지, 2기(김성룡) 2021년 4월 15일부터 2023년 4월 14일까지 예정돼 있었으나 김성룡 당시 의장이 2021년 11월 의장직에서 사임하면서 이시활 의장 선임 전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