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산책로 사업 제안한 대구시, 결자해지하라”

대구환경·동물권단체 등 함께 기자회견 열어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하는 '삽질'" 비판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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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환경단체 등은 금호강 팔현습지 산책로 조성사업이 국가사업으로 추진해달라는 대구시 공문을 공개하면서 대구시가 환경부의 ‘삽질’을 조장했다며 규탄했다. 동물권단체 등도 연대단체로 이름을 올리고,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파괴될 것을 걱정했다. 대구시는 단체의 지적에 “통상적인 민원 전달”라고 설명했다.

15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동물권단체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지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 15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동물권단체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지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호강에서 서식하는 ‘흰목 물뗴새’ 탈을 쓴 기자회견 참가자가 발언하고 있다.

이들은 “산과 강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금호강 팔현습지 일대에 ‘환경부발 삽질’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 사업을 애초에 제안한 것이 대구시란 것이 최근 확인됐다. 대구시가 위험한 ‘토건 삽질’을 조장한 것”이라며 “대구시가 결자해지할 것을 요구한다. 금호강 야생 생태계를 말살하는 사업이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이 이은주(정의당, 비례) 국회의원을 통해 확보한 문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7월 자연재난과에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현재 낙동강환경유역청)에 “우리시에서 금호강에 계획 중인 ‘금호강 좌안 자전거도로·산책로 연결사업’과 대구시 수성구 ‘금호강 사색있는 산책로 조성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정비가 필요해 국가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건의하니 조치해 주시기 바란다”고 되어 있다.

이승렬 대구환경운동연합 의장은 “팔현습지는 대구지방환경청이 2015년 람사르습지로 등재 노력을 했을 정도로 생태적 풍요로움과 중요한 곳인데, 대구시가 2017년 야생동물 보호구역 해제를 국토부에 요구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됐다”며 “수리부엉이와 새매, 얼룩새코미꾸리가 자리잡은 이곳에 개발의 삽질을 시작해서 대구의 자연 파괴를 종용하고 조정하는 원흉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대구시의 구태의연하고 낡아빠진 토건행정으로 팔현습지의 생명체들과 대구 시민은 우리의 터전이 더럽혀지고 망가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대구시장과 실무자들은 이 목소리를 똑똑히 들어야 한다. 환경보존을 위해 노력해야할 의무를 다하라”고 덧붙였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동물권행동 카라, 녹색당 동물권위원호, 동물해방물결, 비긴, 정의당 생태위원회 등 동물권단체도 연대단체로 이름을 올렸다. 대구 청년 예술가들로 이뤄진 ‘금호강 디디자’ 소속 활동가들도 박스 등을 재활용해 직접 만든 금호강 서식 동물탈을 쓰고, “팔현습지를 지켜달라”고 목소리냈다.

허재훈 녹색당 동물권위원회 위원은 “많은 종이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에 의해 멸종됐고, 지금도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많은 나라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야생동물의 멸종을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어 노력하고 있다”면서 “연대 동물권단체들은 환경부 장관과 대구시장에게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 야생동물의 보호 의무 책임을 다해줄 것을 요구한다. 인공 구조물 교량형 보도교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팔현습지의 야생생물 보존에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가 공개한 대구시 문서 (사진=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대구시 맑은물하이웨이추진단 금호강개발과 관계자는 “부서 개편이 있다보니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산책로를 조성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됐고 해당 구간이 국가 관리 구간이라 통상적인 민원 전달 행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절차상 문제를 따져볼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검토위원회에 따라 낙동강환경유역청이 판단을 하지 않겠냐”며 “산책로 조성을 요구하는 시민들과 환경단체가 우려하는 부분이 같이 해소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사업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법정보호종 서식 검토를 미흡하게 했다는 지적이 받아들여짐에 따라 오는 20일 대구지방환경청은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관련기사=대구 금호강 팔현습지 보도교 건립, 부실 환경영향평가 논란(‘23.09.12))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