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지 르포-달서갑] 3주 만에 열린 ‘월요시장’, 화두는 ‘경제’

권택흥, "힘 있는 여당 후보" 강조
홍석준-곽대훈 서로 견제, "문재인 정부 심판"
주민들 지지 후보 달라도 지지하는 이유는 '경제'

12:31

지난 6일,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월요시장이 3주 만에 열렸다. 2m가 채 안 되는 거리에 펼쳐진 시장에는 마스크와 장갑으로 무장한 상인들과 주민들로 북적였다.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한 시장은 오랜만에 활기를 찾았다. 제21대 총선 달서갑 후보자들은 앞다퉈 월요시장 유세에 나섰다.

▲지난 6일, 대구 달서구 이곡동 월요시장

오후 4시께 파란색 더불어민주당 권택흥(51), 핑크색 미래통합당 홍석준(53), 녹색 우리공화당 이성우(38), 빨간색 국가혁명배당금당 안상원(52), 흰색 무소속 곽대훈(64) 후보가 나와 시장 곳곳을 무지개색으로 만들었다. 민생당 김기목(49)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나왔다.

월요시장에서 6년째 젓갈을 팔고 있는 함모(55) 씨는 “좀 시끄러워도 당분간이니까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함 씨는 “매주 장사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3주 만에 문을 열었다”며 “우리는 노점이라서 코로나 관련해서 혜택도 없는 거 같다. 어려운 사람도 혜택을 주는 후보가 되면 좋겠다. 아직 지지하는 후보는 없는데, 새로운 당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오후 4시, 무소속 곽대훈 후보가 가장 먼저 유세를 시작했다. 하얀 점퍼를 입은 선거운동원들이 시장 입구를 가득 메웠다. 현역 의원인 곽 후보는 현역 구의원, 시의원의 지원 유세 후 가장 마지막에 등장했다.

▲6일 월요시장에서 유세하는 무소속 곽대훈 후보

곽 후보는 문재인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비판하면서도, 미래통합당 홍석준 후보를 견제했다. 곽 후보는 “파도가 거칠수록 노련한 선장이 필요하다. 제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혜로 저의 마지막 공직생활을 위기의 대구, 대한민국을 구하는데 헌신하겠다”며 “저를 찍는다고 보수 분열이 아니다. 제대로 된 미래통합당을 구하는 거다”고 강조했다.

곽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던 주민 박모(55) 씨는 “컷오프됐을 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홍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박 씨는 “미래통합당이 좀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건 있다. 지금은 새로운 사람,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며 “곽대훈 의원님도 열심히 해오셨지만 안 좋은 면도 있다. 다시 당으로 돌아간다는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홍 후보의 경력을 지지 이유로 들었다. 그는 “(대구시에서 일하면서) 기업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줬고, 정치가 아니라 경제 파트에서 일을 해봤으니까 더 낫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월요시장에 유세 나온 선거운동원들

곽 후보와 홍 후보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민도 있었다. 장을 보러 나온 김모(66) 씨는 그동안 미래통합당을 지지했다고 밝혔지만, 아직 뽑을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김 씨는 “이번에 정권이 워낙 못하니까 바꿔야 한다. (통합당 후보가 갈려서) 오늘 여기 오면 유세도 들어보려고 겸사겸사 나왔다”며 “곽대훈 의원이 초선인데 그 정도면 못 한 건 아니다. 지금 내뱉는 목소리는 다 잘한다고 하지만, 공약이 실행되는 게 최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후 4시 50분께 곽 후보가 유세 중인 반대편 시장 입구에서 홍석준 후보도 유세를 시작했다. 홍 후보 역시 문재인 정부 심판을 강조하면서, 최근 불거진 재산 논란을 의식한 듯 곽 후보를 비판했다. 홍 후보는 “무소속으로 당선돼서 복당한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무소속은 문재인 정권을 이롭게 한다”며 “곽대훈 의원님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데, 네거티브하고 있다. 선거가 인간관계를 이렇게 만든다. 저는 굳건히 성서 주민과 유권자 여러분만 믿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6일 월요시장에서 유세하는 미래통합당 홍석준 후보

비슷한 시각 곽 후보가 유세를 마친 자리에 권택흥 후보가 유세를 시작했다. 권 후보는 여당 후보로서 예산 확보에 유리한 점을 내세웠다. 권 후보는 “아무리 지나가면 기억을 못 한다지만 정치는 거짓말하면 안 된다. 4년 전 대구 경제가 망한다고 곽대훈 의원을 밀어줘야 한다고 했다”며 “무소속 국회의원이 예산 못 따오는 거 다 안다. 침체된 대구 경기, 성서 경기 회복시킬 수 있는 정부 예산 따올 수 있는 힘 있는 여당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강조했다.

권 후보 연설을 지켜보던 과일 가게 상인 김한기(71) 씨는 “민주당 저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문재인 대통령이 너무 못했다. 저 사람이 나쁜 게 아니다”며 “경제도 그렇고 코로나도 그렇다. 돈도 이번에 주니 안 주니 하고 있다. 주려면 다 줘야 한다. 우리는 하루 일하고 한 달을 쉬었다. 민주당을 밀고 싶어도 대통령이 저렇게 하면 머리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혹여나 권 후보에 들릴 것을 의식했는지 기자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이번에 곽대훈 되지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곽대훈 의원이 이번에 공수처 막는데 안 드러누워서 당에서 쫓겨난 거 같다. 곽 의원이 구청장 할 때도, 국회의원 할 때도 잘했다”며 “솔직한 말로 2번(미래통합당)으로 가고 싶은데, 의리로 보면 곽대훈이다”고 말했다.

▲6일 월요시장에서 유세하는 더불어민주당 권택흥 후보

본인을 중도층이라고 소개한 주민 권모(60) 씨는 권 후보와 곽 후보 사이에서 고민했다. 권 씨는 “야당 후보는 뉴스 보니까 경제국장 하면서 재산이 많다고 해서 반감이 좀 생겼다. 연설하는 걸 보니 민주당이 진정성이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권 씨는 곧장 “곽대훈 후보도 많이 보이고”라고 덧붙였다. 

유권자들은 경제 문제 해결을 한목소리로 꼽았다. 권 씨는 “아직 누구를 뽑을지 고민 중이다. 아무래도 민주당이 진정성은 많이 보이는데 호응도가 적은 거 같다”며 “어차피 여기는 공단 지역이라서 공단을 잘 활용해서 젊은 사람들이 취직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고인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