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합법/불법 열쇠 쥔 성주군청이 ‘불법집회 대응계획’ 수립

    26일 불법집회 대응계획 세운 성주군
    정보공개청구 요청에 비공개 통지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영향을 미칠 우려있어"

    17:57

    경북 성주군이 50여 일 째 군민들이 벌이고 있는 사드 반대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대응계획을 세운 사실이 확인됐다. 합법/불법 집회 열쇠를 쥔 성주군이 불법집회 대응계획을 세운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군민들이 촛불집회를 벌이는 군청 앞마당은 성주군이 동의를 하지 않으면 집회신고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는 지난 7월 13일부터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매일 저녁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성주투쟁위는 군청에 앞마당 사용 요청을 한 다음, 성주경찰서에 옥외집회 신고를 했다.

    ▲8월 19일 촛불문화제 참석한 김항곤 군수. 김 군수는 8월 4일 촛불문화제 이후 처음 참석했다.
    ▲8월 19일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참석한 김항곤 군수. 김 군수는 이날 이후 촛불문화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동안 김항곤 성주군수도 촛불집회에 참석했고, 성주군도 군청을 개방하고 집회에 적극 협조해왔다. 이에 성주투쟁위는 8월 1일부터 27일까지 집회신고를 했고, 이후에도 사드 배치 철회 결정까지 촛불집회를 이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항곤 군수가 19일 저녁을 끝으로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22일 오전 국방부에 ‘3부지 검토 건의’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촛불집회에서 김 군수를 비판하는 발언이 잇따르자 성주군청은 28일 이후 촛불집회에 대한 군청 앞마당 사용 승인을 하지 않아 왔다. 이후 성주투쟁위의 끈질긴 요청에 9월 3일까지 잠정적 사용 승인을 했고, 9월 2일이 돼서야 4일부터 10일까지 군청 앞마당 사용 신청을 승인했다. 이 와중에 성주군은 ‘사드배치 반대 불법집회 대응계획’(총무과-14133, 2016.8.26)을 수립했다.

    성주군 총무과 관계자는 “총리 왔을 때(2016.7.15)도 상황이 생겼는데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여러 상황에 대한 조치 때문에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군청 앞마당 촛불집회의 신고절차의 열쇠를 성주군이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주군은 ‘불법집회 대응’을 위해 계획을 세웠다지만, 합법/불법 집회 여부는 성주군의 앞마당 사용 신청 승인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뉴스민>은 ‘사드배치 반대 불법집회 대응계획’을 정보공개청구했고, 성주군은 비공개 결정을 통지했다. 성주군은 비공개 사유로 “촛불문화제 집회신고가 당초 2016.8.1 ~ 8.27까지로 되어 있고, 이후 집회신고 연장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었음. 그에 따라 8. 28 이후 군청 전정 촛불문화재 행사 또한 가능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계획”이라며 “본 내용이 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비공개로 함”이라고 밝혔다.

    ▲성주군은 '불법집회 대응계획'의 정보공개청구 요청에 대해 비공개 결정 통보를 했다. 붉은색은 기자가 강조한 것. [사진=정보공개청구포털 갈무리]
    ▲성주군은 ‘불법집회 대응계획’의 정보공개청구 요청에 대해 비공개 결정 통보를 했다. 붉은색은 기자가 강조한 것. [사진=정보공개청구포털 갈무리]

    성주군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촛불문화제 집회신고 연장 여부는 성주군이 앞마당 사용 요청을 승인하면 큰 무리 없이 진행된다. 단, 성주군이 거부하면 집회 신고 절차 진행이 멈추고, 이 상황에서 촛불집회를 열면 불법집회가 되는 것이다.

    성주군 총무과 관계자는 해당 문서 비공개 사유에 대해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여러 조치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계속 집회가 반복되고 있는데 대응계획을 공개하면 집회하는 사람도 다 알게 되고, 목적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해당 담당자 이외에는 성주군 내에서도 본 계획에 대해 비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군청의 사용 승인이 떨어져야만 집회신고가 가능한 점도 문제가 있다. 성주경찰서는 군청 앞마당 사용에 대해 성주군 승인 이후 집회신고를 받고 있는데, 집회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로 신고제를 원칙으로 한다. 성주군의 동의가 필요하다면, 집회신고 접수 후 보완통고를 하는 게 현행법상 절차에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