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는 공장으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사드는 미국으로”

13개 투쟁사업장 노동자들, 20일부터 4박 5일간 전국 투쟁현장 순회
'노동악법철폐 노동법전면 재·개정 노동3권쟁취 투쟁본부' 건설 제안

09:27

22일 ‘노동탄압 민생파탄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 소속 노동자 50여 명이 사드 배치 철회 투쟁을 벌이는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를 방문했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가 적힌 몸자보 위에 파란 리본을 단 투쟁본부 참가자들.

구미 아사히글라스 해고자 차헌호 씨도 다시 성주를 찾았다. 차 씨는 성주 성산포대 사드 배치가 발표된 지난 7월부터 틈날 때마다 성주를 방문해 성주군민과 함께했다. 사드 문제가 성주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구미에서 복직을 위해 투쟁하는 입장에서 성주사람들을 보며 기운이 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차 씨는 개인적으로 올 때도, 노조 조합원(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과 함께 방문할 때도 있었다. 2016년 연말부터는 성주군민과 김수상 시인이 함께하는 글쓰기 모임 ‘다정’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차 지회장은 다정 활동에서 주민을 인터뷰하며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됐다. 이날은 소성리 주민들과 연대를 위해 전국 12개 투쟁사업장이 참여하는 투쟁본부와 함께 왔다.

차 씨는 박근혜 씨가 파면된 상황에서 노동자·민중을 위한 법·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정치인을 통해서 이뤄낼 수 없다고 본다. 촛불 민심이 박근혜 씨를 파면한 것처럼, 그 이후 변화도 노동자·민중이 스스로 나서서 쟁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차 씨와 함께 소성리를 방문한 투쟁본부 사람들도 같은 취지로 소성리를 찾았다. 이들은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해 군산, 거제를 돌며 순회투쟁을 시작했다.

“사드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기 때문에 성주 투쟁은 노동자들의 투쟁이기도 해요. 박근혜는 파면됐지만, 그 적폐는 아직 남아있어요. 여기서 투쟁을 끝내면 그 적폐는 계속 이어지는 겁니다. 사드 철회부터, 세월호 인양, 국정교과서 등 과제가 많이 남아 있어요. 정치인들은 이제 정치는 자기들에게 맡기고 우리에게는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해요. 그런데 우리는 돌아갈 일상이 없어요. 우리 노동자들에게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 노동 악법을 폐기하고,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도록 노동법 전면 재·개정이 가장 시급합니다. 지금 싸워야 합니다.”(차헌호 씨)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소성리 주민에게 인사하자, 주민들은 ‘사드가고 평화오라’라고 적힌 파란 깃발을 흔들며 환영했다.

▲투쟁본부 소속 노동자 50여 명은 22일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 열리는 사드 배치 철회 집회에 참여했다.

이인근 지회장은 “사드가 정권을 위해 주민 의사와 아무 관계 없이 추진되고 있다. 국민을 위해 사드를 물리쳐야 한다. 여생을 편하게 보내야 할 어른들이 국가 때문에 투사가 돼 투쟁하고 있다”라며 “정치인들은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을 위해 주민을 활용하려 한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돼야 한다. 대통령이 파면됐지만 우리 삶과 생존권은 권력자가 보장해주지 않는다. 주민이 원하는 국가정책을 시행하는 성주도 마찬가지다. 국민적으로 사드 몰아내자. 주민과 함께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이 지회장 발언이 끝나자 주민들은 “우리는 하나다. 해고자는 공장으로, 비정규직 정규직으로, 사드는 미국으로, 박근혜는 깜빵으로”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집회 종료 후 참가자들과 진밭교까지 행진했다. 공동투쟁은 동양시멘트지부, 사회보장정보원분회, 세종호텔노동조합,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콜트콜텍지회,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 하이디스지회,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민주노조사수 투쟁위원회(추), KTX열차승무원지부, 현대자동차울산비정규직지회,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자동차판매연대지회, 지엠군산비정규직지회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대선을 앞두고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재개정, 노동3권 쟁취 투쟁본부(가칭)’ 구성을 제안했다. 이들은 23일 오전 울산과 강원도 삼척으로 이동해 투쟁본부의 취지를 알려낼 계획이다.

▲투쟁본부 소속 노동자 50여 명은 22일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 열리는 사드 배치 철회 집회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