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팔던 사드 반대 청년, 12년만 민주당 성주군수 후보로

[사드 그리고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이강태 성주군수 예비후보

15:57

[편집자 주] 경북 성주군, 김천시에서 사드 반대 운동을 벌였던 시민들이 6·13지방선거에 출마했다. 성주군수에 이강태(43, 더불어민주당), 성주군의원에 김미영(37, 더불어민주당), 김상화(37, 더불어민주당), 이재동(50, 무소속), 김천시장에 박희주(49, 무소속), 김천시의원에 김동기(50, 더불어민주당) 씨가 출마를 선언했다. <뉴스민>은 사드 반대 운동을 벌였던 시민들이 출마한 이유를 들었다. 

경북 성주군은 2016년 7월 13일을 기점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성주읍에서 농기계 판매수리업체를 운영하던 이강태(43) 씨도 그중 한명이다. 주민과 상의 없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들이닥치자 모두들 들고 일어났다. 경상북도 청년연합회 성주군 청우회 상임 부회장이었던 강태 씨도 여기에 동참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도가 텄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함께했던 성주군수가 입장을 바꾸면서 사드 반대 운동은 규모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주민 목소리를 듣지 않는 성주군청과 부딪힐일이 잦아지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강태 성주군수 예비후보 [사진=방민주 제공]

‘저렇게 밖에 할 수 없을까. 군수라면 주민들이 힘들어하는 목소리를 들어주는 일을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던 강태 씨는 오는 6.13지방선거에 더불어민주당 성주군수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드 반대에 앞장섰던 군수와 일부 군의원들은 같은 당(새누리당) 국회의원,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입장이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했다.(곽길영, 김명석, 배명호, 백철현 군의원은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하지만 이같은 실망은 강태 씨 같은 평범한 사람이 정치에 나서야겠다는 용기도 줬다.

“사드 투쟁하면서 깨달았어요. 소수 몇몇의 목소리라고 폄하하면서 외면하는 모습을 봤어요. 시민의 권리를 이양받은 정치인이라면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주민이 있으면 이야기를 들어줘야죠. 군수가 앞장 서서 사드 반대 운동을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최소한 주민들이 반목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사드만이 아니었다. ‘클린 성주’를 내세운 성주군청은 지정폐기물매립장을 유치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을 펼쳤다. 산업단지 조성에 열을 올리는 행정은 깨끗한 농촌이라는 성주의 장점마저 없애기 시작했다. 강태 씨는 성주를 하루 이틀이라도 쉬면서 치유받을 수 있는 곳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행정은 왜 개발 사업만 벌여왔을까. 이강태 씨는 “워낙 자유한국당 세가 강하잖아요.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니까, 주민을 대변할 필요가 없었죠. 민주당도 후보를 내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고요”라고 말했다. 군수를 주민들이 뽑은 6번의 선거 가운데 무소속 당선자가 나온 1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유한국당(민주자유당-한나라당-새누리당)이 당선됐다. 민주당 후보는 2006년 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우인회 씨가 유일했다. 강태 씨는 두 번째 민주당계 성주군수 후보가 됐고, 역대 군수 출마자 가운데 2번째(2회 성주군수 선거, 무소속 주은석 후보 당시 40세)로 젊다.

▲농기계 수리를 위해 농민을 만나고 있는 이강태(오른쪽) 씨

“저는 행정 전문가가 아닙니다. 전문가인 공무원이 자기 역할을 떳떳하게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 저는 주민 대변 전문가가 되겠다” 강태 씨는 군수가 되면 주민 이야기를 듣는데 집중하겠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강태 씨는 사드 반대 촛불집회 사회를 보면서도 참가자들 이야기를 듣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나 퇴직 공무원들이 군수 선거에 출마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진 경북에서 마흔 셋의 나이는 약점이기도 하다. “끝가지 갈 것 맞느냐?”는 질문도 종종 들었다. 그럴 때면 강태 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끝까지 갈겁니다. 정치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니까요.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욕심 버리고 밀어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강태 씨는 색깔을 바꿔야 아름다운 성주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사드 문제도 마찬가지다.

▲성주읍 한 카페에서 기자와 이야기 나누고 있는 이강태 예비후보

“성주가 발전하려면 민주당 정부에서는 여당과 같이 가야 합니다. 그동안 짝사랑만 해왔는데 이제는 짝사랑 말고 밀당을 할 시기가 왔어요. 사드도 마찬가지에요. 대통령 선거 끝나고 정부도 미국 눈치보느라 사드를 배치했죠. 그러나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비핵화를 진행하면 사드 배치 명분은 사라지고, 당연히 무용지물이 되겠죠. 이곳 성주에서 변화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강태 씨는 3일 선관위에 성주군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지난 3월 11일 마감한 자유한국당 공천 신청 결과 김지수(63) 전 경북도의원, 이병환(60) 전 경북도의회 사무처장, 전화식(61) 전 성주군 부군수, 정영길(53) 경북도의원, 최성곤(57) 계명대 교수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