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발레오만도지회, 산별노조 탈퇴 가능”…파기환송

노동계 반발 “친기업적인 노조파괴 판결”

20:56

산별노조 탈퇴가 조건부로 허용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업이 산별노조 탈퇴를 종용해 노조의 단체 교섭권 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김소영)는 19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발레오만도지회 간부가 “기업노조로 전환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면서 발레오전장노조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산별노조 산하 지회 지부 등이 기업별노동조합에 준하는 지위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산별노조에서 독립하여 조직 형태 변경 등에 대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지회 지부 등의 형식적 존재와 별개로 노조로서의 독립성 여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 등 노조로서의 능력이 인정되면 산별노조에 독립해서 의사결정을 하고 법률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해석이다.

재판부는 원심이 발레오만도지회가 독립성을 갖추고 있었는지에 관한 사정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앞서 1, 2심 재판부는 발레오만도지회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탈퇴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발레오만도지회의 규칙이 금속노조의 지회 모범 규칙과 같은 이상 금속노조 의결사항에 반하는 총회 결의를 할 수 없고, 발레오 전장지회는 독립된 노조가 아닌 금속노조의 산하 조직에 불과하므로 조직형태를 바꾸는 의결에 효력이 없다는 게 원심의 판결이었다. 실제로 지회의 규칙은 △금속노조의 지회 모범규칙과 동일하고 △금속노조의 의결사항에 반하는 총회 결의를 할 수 없으며 △노사 의견이 일치된 안에 대해서도 금속노조 위원장의 승인을 거치도록 규정돼 있어 금속노조로의 종속성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었다.

금속노조는 판결이 나온 후 ‘사용자 위주의 노조파괴 판결’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금속노조는 “산별노조의 해체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지배개입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1997년 노동관련법 개정으로 개별 기업노조의 산별노조 전환이 가능해 지면서, 노동계는 산별노조운동을 조직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산별노조 구축으로 사측에 대한 교섭력과 정부 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취지였다. 그 결과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 약 70만 명 중 80%가 산별노조에 가입돼 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로 지난 20년간의 산별노조운동의 성과가 무너지지 않을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산별노조 역시 이번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최장윤 금속노련 정책국장은 “산별노조의 전통과 역사를 뒤흔드는 판결”이라며 “대법원의 친기업 보수적인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19일발레오대법기자회견

한편 소송 당사자들은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정진홍 금속노조 경주지부장은 “오늘이 (사측이 직장폐쇄 시작한) 6년 3일째가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 지부장은 “이미 재판 과정에서 사건의 불법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또 얼마나 가야될 지 모르겠다”고 착잡함을 드러냈다. 사건을 담당한 김태욱 변호사는 “노조법에 조직형태변경 조항을 둔 취지와 반대되는 판결”이라며 “노조법이 아닌 민법에 의해 판단했다고 보이는 매우 부당한 법리”라고 비판했다. (기사제휴=참세상/박다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