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대화” 강조했지만…성주군민 사드 의문에 확답없이 떠나

26일 성주군민-새누리당 대표단 간담회
“울화통 터진다. 묻는 말에 제대로 답하지 않아”
“성주 군민 우롱하는 국방부와 대화할 수 없어”

14:56
▲성산포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운데), 이완영 의원(왼쪽), 김도읍 원내 수석부대표
▲성산포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운데), 이완영 의원(왼쪽), 김도읍 원내 수석부대표

“간단하게 안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대표단이 오면, 정진석 원내대표, 김항곤 군수, 김관용 도지사가 인사말을 진행하고, 질의응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26일 오전 10시 36분께, 경북 성주 군청 5층 대회의실. 김동창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내무조직국장의 안내말은 금방 회의실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었다. 김 국장이 말을 마치자 “그런 게 뭐가 필요하나?”, “토론시간이 많아야지!”, “그렇게 지끼면(말하면) 토론시간이 어딨노!” 등 반발이 잇따랐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포함한 새누리당 대표단-성주군민 간담회는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10시 36분까지 대표단은 간담회 장소에 도착하지 못했다. 성산포대 방문 일정이 늦어진 때문이었다.

간담회에 참석키로 한 군민들은 10시부터 대회의실을 찾아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준비된 의자 92개에는 10시 27분까지 75명이 앉아 자리를 지켰고, 간담회가 시작될 무렵 모두 채워졌다. 대표단은 예정된 시각보다 30분가량 늦은 11시 4분께 회의장에 도착했다. 한 참석자는 “시간을 이렇게 안 지키면서 무슨 간담회고”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성주군민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새누리당 지도부와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항곤 성주군수
▲성주군민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새누리당 지도부와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항곤 성주군수.

정진적 원내대표, “대화” 11차례 언급했지만…
“백지화하고 대화합시다”, “군민 우롱하는 국방부와 대화 안 돼”

반발이 있었지만, 간담회는 예정한 대로 간단한 국민의례와 정진석 원내대표의 인사말로 시작했다. 정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대화”만 11차례 언급하면서 소통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성주군민과 경북도, 성주군, 미군, 새누리당. 대화 주체가 모두 참여하는 성주안전협의체를 당장 구성해서 공식적인 대화 창구를 만들어서 이 문제를 처리해나가야지 않겠느냐”며 당정민이 모두 참여하는 대화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정 대표가 말하는 “대화” 강조는 성주 군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정 대표가 대화를 강조하며 말을 이어가는 와중에 한 군민은 “백지화하고 대화합시다!”하고 소리쳤고, 정 대표 인사말이 끝나고 간헐적인 박수 소리가 나자, “박수치지 마라”, “박수는 왜 치노”라며 지청구가 쏟아지기도 했다.

첫 질문자로 나선 도희재 씨도 “대화가 정말 필요한 시점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며칠 전 국방부 차관이 내려와서 투쟁위와 접촉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투쟁위가 거절했다고 거짓보도를 했다. 그런 식으로 투쟁위를 매도하고, 성주 군민을 우롱하는 국방부와 대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 씨는 “거짓을 일삼는 국방부와 대화할 수 없으니,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국회의원님께서 분명히 하셔서 정상적으로 진솔한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쏟아지는 질의에 응하는 대표단의 대답도 깨진 신뢰 관계를 되돌리긴 어려워 보였다. 정 대표는 시종 “대화”를 강조했지만, 국회 비준 동의에 대한 견해를 묻자 “국회 비준 동의는 불필요하다”고 잘라 답했다.

“대통령의 성주 방문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는 부탁에도 “대통령님의 성주 방문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몇 차례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졸속으로 사드배치를 결정한 국방부에 청문회를 열 의향이 없느냐”는 물음에도 “청문회 이상이라도 조치가 필요하면 못할 이유가 없다”고 청문회 개최에 확답을 주진 않았다.

정 대표가 간담회에서 명확하게 대답한 것은 성주 사드배치에 필요한 환경영향평가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한 가지였다. 정 대표는 “환경영향평가 결과 인체에 유해하다고 결정이 나면 사드배치는 철회되어야 한다”면서도 “다만, 일부 떠드는 이야기처럼 다소 과장되게 민심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과학적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해 주민의 염려를 ‘사드 괴담’으로 일축하는 정부, 보수언론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간담회를 지켜본 배정하 씨는 “울화통이 터진다.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도 하지 않고, 면치레만 하러 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배 씨는 “제대로 된 자료, 보고서 공개하겠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고, 투명하고 엄정한 조사를 통해 재배치하거나 한반도 사드배치 철회를 하겠다는 약속을 얻어야 했는데 전혀 그런 이야길 듣지 못했다”고 간담회를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