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단체, “자화자찬 대구시, 코로나19 준비 부족 잊어”

18:03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29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감염증 대응에 자화자찬하는 대구시를 비판하고 나섰다. 연대회의는 “준비 부족으로 입원 대기 중 사망자 만들고도 ‘방역 한류 출발지 대구’라 자랑”하고 있다며 “뼈를 깎는 반성도 모자라다”고 질타했다.

지난 2월 18일 이후 폭증하던 코로나19 감염증 환자들이 감소세에 들어가면서 언론은 지난 두 달간 보인 대구의 방역 대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외신에서도 코로나19에 잘 대응한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대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권영진 시장을 비롯한 대구시가 반성보다는 자화자찬으로 언론에 대응하는 점이다.

지난 20일 <동아일보>는 권 시장과 서면 인터뷰 기사를 실었는데 여기에서 권 시장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유족들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기업들은 매출 급감으로 피해가 막대하다. 전통시장은 최악의 경기를 체감하고 있다”면서도 “위기에 강한 대구시민의 유전자(DNA)는 코로나19에 맞서 놀라울 정도의 저력을 보여줬다. 메디시티(의료도시) 대구의 힘을 확인했다”고 자찬했다.

22일 보도된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도 권 시장은 “집단감염원에 대한 신속한 대응, 드라이브 스루와 이동 검진을 통한 대량 전수조사, 대구시의사회의 비대면 환자 모니터링, 중증환자와 경증환자의 분리를 통한 의료자원 관리는 대구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코로나19 대응”이라며 “2009년부터 11년 동안 대구시와 의료계가 운영해온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역할이 컸다”고 자평했다.

대구시는 28일 생활치료센터 운영 종료 보도자료를 내면서 초기 병상 부족으로 생긴 피해에 대한 반성보단 ‘세계 최초’, ‘방역 한류’, ‘신의 한수’ 같은 표현으로 공치사에 공을 들였다. 2월 18일 대구에서 첫 환자 확인 후 생활치료센터 운영이 결정된 지난달 1일까지 13일 사이에 대구에서 15명이 숨졌고, 그중에는 입원 대기를 기다리다 숨진 환자도 있었지만 이런 사실은 간과했다.

연대회의는 이를 두고 “코로나 사태 70일이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 대구시는 자화자찬에 너도나도 공치사하기 바쁘다”며 “이런 평가는 과연 누가 해주고 있는 것인가? 이런 평가를 받을 만큼 해왔나?”라고 힐난했다.

이들은 “2015년 메르스 백서를 자랑하면서 대구시장은 ‘24시간 비상대응체계 들어간다, 신속한 역학조사와 검사 등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다’, ‘심각단계에 준해 방역과 예방을 강화하고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한국에 첫 코로나 환자 발생 후 대구 환자 발생까지 한 달 동안 대구의 준비는 처참한 지경”이라고 짚었다.

특히 이들은 우리나라 코로나19 대응에 큰 성과로 꼽히는 진단 능력에서도 대구시 준비가 미흡했다는 사실을 꼬집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월 코로나19를 진단하는 새로운 검사법 개발에 들어가 2월 7일부터 새로 개발된 진단키트를 민간 병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2월 7일 공개된 진단 가능한 민간 병원 중 대구·경북 대형 병원은 하나도 없었다. 지역 대학병원이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 대학병원들은 이후 진행된 2차 신청 기간에 민간검사 기관으로 지원했고, 질본이 공개한 자료에 기준하면 20일부터 진단이 가능한 기관으로 선정됐다.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이틀이 지난 뒤다. 2월 20일 확진자는 40명이었지만, 진단검사를 해야 할 신천지 신도 수천 명이 대기 중이었다.

연대회의는 “2월 7일 질병관리본부에서 전국 병원에 6시간 내 감염여부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도록 검사기관을 지정하기 위해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의료기관 신청을 공고했다”며 “대구시는 1차에서 신청하는 곳이 없었고, 대구의료원은 기준 미달로 신청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뼈를 깎는 반성으로 하반기 도래할 대유행을 제대로, 투명하게 준비할 것을 촉구한다”며 “대구시 초기대응이 보다 선제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이 되었다면 대구지역 사망 환자는 좀 더 줄이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