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학재단 콜센터 노동자, “이정우 이사장님, 다른 비정규직 말고 저희도 봐달라”

노조, "재단과 모든 업체와 '3차 협의체' 구성, 코로나19 보호 조치"
재단, "3개 업체 한 꺼번에 어려워...업체별 3자 협의 가능"

18:41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노동자들이 15일 대구 동구 한국장학재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루 파업에 나섰다. 한국장학재단콜센터노조(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한국장학재단콜센터지회)는 정부 지침에 따른 처우개선 준수와 코로나19 보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콜센터 업무를 3개 업체에 민간위탁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 민간위탁 노동자는 3단계 전환 대상이었다. 정부는 3단계 전환 대상 정규직 전환 여부는 기관 자율에 맡기면서, 지난 2019년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따로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용 승계 ▲근로조건 보호 ▲위·수탁기관 간 소통 창구 마련 등을 마련하도록 했다.

노조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노조, 재단, 3개 업체가 모두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임금단체교섭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임금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1·2단계 대상과 같은 기준으로 식비, 명절상여금 등을 지급해야 정부 정책성의 일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염희정 한국콜센터지회장은 “정부가 2019년에 민간위탁 노동자 처우개선을 발표했지만 저희는 지금 식대도 받지 못한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한국장학재단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며 “정부 지침 수준의 임금은 재단이 보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파견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박근혜 정부의 파견법 개정을 비판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그는 ‘불평등의 경제학’,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 등을 펴낸 경제학자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염 지회장은 “이정우 이사장님 만큼은 저희 이야기에 화답해 주실 거라 믿는다”며 “이정우 이사장님, 다른 콜센터 상담사 말고, 다른 현장 비정규직 말고, 저희의 어려움부터 먼저 살펴주시고 직접 해결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마스크 지급 ▲가림막 확대 설치 ▲유연 근무 확대 등 코로나19 보호 조치 강화를 요구했다. 콜센터가 입주한 서울 타임스퀘어 건물에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콜센터 직원들은 4시간 동안 이동하지 못한 채 업무를 지속했다. 반면 재단이 입주한 서울 연세빌딩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정규직 직원들은 즉시 귀가시켰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염 지회장은 “저희가 있는 건물이 상업 건물이다 보니 유동인구가 많다. 확진자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 것으로도 상담사들은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업무를 지속했다”며 “마스크는 개인이 준비한다. 말을 많이 하고 땀이 많이 나다 보니까 하루에 마스크를 2개 써야 할 때도 있다. 마스크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은 노조가 요구하는 ‘제3자 협의체’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다. 업체별로 임금 체계 등이 달라 3개 업체가 한꺼번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다만, 재단은 개별 업체별로 재단-업체-노조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재단은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상담사의 근로조건 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해 개별 수탁사와 노조, 재단 간 3자 간담회가 가능하다고 지속적으로 안내해 왔다”며 “노조가 여러 수탁사가 모두 모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간담회가 개최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재단은 지속적으로 상담 근로자분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임금 요구안에 대해서는 “임금은 원칙적으로 재단이 관여할 수 없다. 수탁사 노조가 주장하는 식대 등은 2017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으로 민간위탁 사업인 콜센터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보호 조치와 관련해서는 마스크 지급 등 가능한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확진자 발생 시 대응에 대해서는 “빌딩 자체 방역 지침에 따른 것이지 정규직, 비정규직 간 차별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건물 입주 빌딩의 지침에 따라 입주 회사 모두 동일하게 조치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장학재단 콜센터는 서울과 대구, 광주 3곳에서 운영 중이다. 서울에만 2개 업체에 민간위탁을 한 상태고, 대구와 광주는 같은 업체가 위탁 맡아 운영하고 있다. 3곳에서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는 300여 명이고, 서울에만 200여 명이 근무한다. 노조는 서울 근무 노동자를 중심으로 130여 명이 조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