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마당’ 자활지원사업 마무리, 58명 재취업 나서

대구여성인권센터, 3년 동안 90명 자활지원
"자활할 수 있는 시간을 사회가 제공했다는 것 큰 성과"
"우리가 기억할 것은 90명 개인이 아닌 110년 여성들의 삶"

17:29

이제는 사라진 대구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 그곳에서 일하던 성매매피해자 자활지원사업이 3년여 만에 마무리됐다. 이를 통해 58명이 재취업에 나서는 성과를 보였다.

8일 오후 2시 대구여성인권센터는 대구시 중구 대구예술발전소에서 “1909 자갈마당, 2019 우리의 기억” 토크콘서트를 열고, 자갈마당 폐쇄 과정과 성매매 피해 여성 자활지원사업 성과를 보고했다. 행사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50명 이하로 참석 인원을 제한했고,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지난 2016년 제정된 ‘대구광역시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에 따라, 대구시는 자갈마당 여성 종사자를 대상으로 성매매 피해 실태조사와 상담, 자활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대구여성인권센터 성매매피해상담소 ‘힘내’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이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했다.

자활지원사업이란 성매매 피해자에게 정기적인 상담, 자활지원금 지급 및 관리, 자활 자립 프로그램 지원, 직업 훈련 지원 등 탈성매매 후 지속가능한 사회생활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자활지원 대상에 선정되면 10개월 동안 생계비, 주거비, 직업훈련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대구여성인권센터는 지난 3년 동안 자갈마당에서 일하던 여성 116명을 실태 조사했고, 91명이 성매매 피해자 자활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중 1명은 다른 법령에 따른 지원을 받는 것으로 확인돼 대상자에서 제외돼 최종 대상 인원은 90명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자갈마당 여성 종사자는 110여 명이었다.

이들 90명 모두 생계비를 지원받았고, 86명이 주거비, 31명이 직업훈련비를 지원받았다. 특히 직업 훈련을 통해 연인원 58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서비스직, 창업, 판매직, 정보시스템운영자 등 직군도 다양하다.

▲자갈마당 관련 역대 기사를 모은 전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자활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가장 기대한 것은 경제적 지원을 통한 생활 안정이었고, 자활지원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탈성매매한 후 가장 걱정되는 것 또한 경제적인 문제였다.

대구여성인권센터가 자활지원 사업에 참여한 90명 중 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업소를 벗어나 자활지원사업을 신청하면서 가장 기대한 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41.7%가 ‘생활 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지원’이 26.4%로 뒤를 이었고, ‘기대 없음’, ‘전업’, ‘탈업소’, ‘탈성매매’ 등 순으로 나타났다.

업소를 벗어나 자활지원사업을 신청하면서 가장 염려되는 것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는 38.9%가 ‘생계’라고 답했다. 이어 ‘정보 유출’이 15.5%, ‘자신감 부족’ 13.9%, ‘업주 연락’ 5.6% 순으로 답했다.

자활지원사업 후 본인에게 어떤 의미 또는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47.2%가 ‘생활 안정’을 꼽았고, 이어 ‘심리적 안정’ 26.4%, ‘탈성매매’ 18.1% 순으로 나타났다.

▲자갈마당 폐쇄 및 자활지원사업 과정

장은희 대구여성인권센터 성매매피해상담소 ‘힘내’ 소장은 “조례를 통해 여성이 자활할 수 있는 10개월의 시간을 제공한 것과 주거 지원은 큰 의미가 있었다”며 “기존의 직업훈련 상담이나 생계비 지원이 일차적인 지원이었다면,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이후의 삶을 계획해나갈 수 있는 시간을 사회가 제공했다는 것이 이 사업의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장 소장은 “우리가 기억하고자 하는 것은 자갈마당에서 110년의 역사를 살아낸 여성들의 삶이지, 90명 개인의 신상이 아니”라며 “그들이 어떻게 자활했는지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를 끊임없이 받고 있다. 이 사업의 진정한 성과를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사회에서 성매매를 하지 않고 살아갈 힘이 본인들에게 있다는 것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국적인 집결지 폐쇄는 재개발이나 도시 재생 사업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지방자치단체에 역할을 미루어왔다. 여성가족부와 국가의 책임 회피를 반드시 꼬집어야 한다”며 “결국 젠더 위계와 불평등한 경제 구조는 여전하다. 여성이 최초로 성매매에 유입되는 과정은 대부분 경제적 이유다. 그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1909년 일제강점기 유곽으로 문을 연 ‘자갈마당’은 지난해 6월 110년 만에 철거됐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는 지난 2014년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를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자갈마당 폐쇄와 성매매피해자에 대한 자활지원 등을 요구해왔다. 2016년 대구시는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곧이어 ‘도원동 도심 부적격 시설 정비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갈마당은 폐쇄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해 6월 민간개발 사업자가 선정되면서, 성매매집결지 흔적은 모두 사라졌다.

▲철거를 시작한 자갈마당(2019, 뉴스민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