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1) 대구중구의회 보고서 표절률 1위

도시 설명 부분 상당수 포털 백과사전과 동일...출처표시 미흡
공무국외연수 연수 취지 살렸다 보기 어려워

11:35

[코로나19 여파로 대구시와 8개 구·군 기초의회 국외공무 연수도 멈췄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기 직전까지 다녀온 연수는 과거보다 좀 나아졌을까. <뉴스민>은 대구시의회와 대구 8개 구⋅군의회가 지난 2018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다녀온 31개 국외공무연수 보고서를 분석했다.]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예천군의회 사태 이후 달라졌을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1) 대구중구의회 보고서 표절률 1위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2) 표절률 27%-6%로 차이 큰 달서구의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3) 19명 간 수성구의회, 보고서 소감은 3명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4) 대구 동구의회, 의장 인사말·성과까지 베꼈다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5) 대구 서구의회, 달서구도 베낀 보고서 ‘복붙’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6) 좋은 보고서 쓴 대구북구의회, 하지만 소감 표절도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7) 대구시의원, “직원이 보고서 쓰지, 의원이 쓰는 경우 있나?”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8) 민주당 의원 참여 따라 달라진 대구남구의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끝) 잘하도록 제도 지원, 못하면 패널티 부과해야

8개 구‧군 국외공무 연수보고서 31개를 표절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로 살펴봤더니 대구 중구의회 보고서 표절률은 44%였다. 오상석, 우종필, 이정민 중구의원이 2019년 11월 독일로 연수를 다녀와서 작성한 보고서다.

당시 의장이었던 오상석(국민의힘), 운영행정위원장인 우종필(당시 국민의힘, 현 무소속), 이정민(국민의힘) 의원은 사무과 직원 2명과 2019년 17일부터 4박 6일간 독일로 국외공무 출장을 떠났다. 연수 목적은 친환경도시 조성, 도시재생 추진 현황 등 다양한 지역특색, 노인복지 등 선진정책 학습을 위한 의정활동 역량 강화의 일환이다.

주요 견학 장소는 ▲프랑크푸르트(노인복지시설) ▲하이델베르크(반슈타트) ▲바트홈부르크(고용센터) ▲도이체스 에크 ▲괴테 생가 ▲쾰른 대성당 ▲미디어 하펜 ▲졸페라인 ▲하이델베르크 고성 등이었다.

▲ 2019년 대구시 중구의회 오상석, 우종필, 이정민 의원은 독일로 4박 6일간 공무국외연수를 떠났다. 프랑크푸르트 노인복지협회에서 방문 기념 사진을 찍고있다. (사진= 중구의회 제공)

높은 표절률은 출처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었다. 출처 표기를 했더라도, 포털사이트에서 출장지 정보를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한 정보가 상당수라면 수 천 만원을 들여 해외로 갈 이유가 있을까?

카피킬러가 판단하는 표절 기준은 6어절 이상이다. 인용이나 출처를 표기했다면 표절로 판단하지 않는다. 해당 보고서는 전체 194개 문장 중 65개가 동일했다. 조사와 부사가 똑같았다는 말은 사실상 내용을 그대로 옮겨 붙였다는 뜻이다. 1/3정도의 내용이 포털사이트 백과사전, 기사에 나온 내용이었다.

국외공무연수 보고서는 최소 20페이지 이상 분량을 요구한다. 출장지에서 충실하게 답사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용을 채우기 부담스럽다. 총 32페이지로 분량 조건은 충족했지만, 절반을 도시와 방문지 소개로 할애하고 있다. 대부분 온라인 백과사전, 블로그 등의 내용과 일치한다.

▲ 해당 보고서는 표절률이 44%로 각 기초의회가 다녀온 31개 보고서 중 가장 높았다. 전체 194개 문장 중 65개가 동일했다. 1/3정도의 내용이 포털사이트 백과사전, 뉴스 기사 등과 동일한 문장이 발견됐다. 

중구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 규칙 별지 서식에도 수집자료 및 참고문헌 등을 표기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출처나 참고 문헌 표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출장 계획에 따라 현지 일정이 진행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도 첨부해야 한다. 하지만 항공권, 열차‧버스 승차권, 호텔 등 숙박비 영수증 또는 청구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특히 실효성 있는 보고서를 위해 규정상 ▲최신 정보․기술 및 제도 개선에 관한 사항, 보고 내용의 활용 방안 ▲유사 목적으로 출장하게 될 출장자를 위한 조언 ▲기타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항을 포함하도록 했다. 활용 효과를 높이기 위해 관련 통계‧법령‧문헌 등 구체적인 근거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미흡했다. 특히, 질의 응답 일부와 소감 부분 등은 단편적 사실, 몇 년 전 뉴스 기사 등을 그대로 옮겨왔다.

회의 참석 또는 기관 방문 시 면담‧회의 장면 사진은 ▲프랑크푸르트(노인복지시설) ▲하이델베르크(반슈타트) ▲바트홈부르크(고용센터) 세 곳의 방문지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질의 응답과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은 대체로 충실하게 작성됐다. 다만 질의 응답 일부에서 1년 전에 보도된 기사와 동일한 부분도 발견됐다.

▲ 이들은 프랑크푸르트(노인복지시설), 하이델베르크(반슈타트), 바트홈부르크(고용센터) 세 곳의 방문지에서 기관 담당자와 질의 응답을 했고, 해당 내용을 보고서에 실었다. 이 부분은 대체로 충실하게 작성되어 해당 출장의 취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질의 응답 일부에서 뉴스 기사 등과 동일한 부분이 발견되기도 했다.

독일의 역사, 배경 등의 정보 부분에서 포털사이트 백과사전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연수 당사자의 소감 부분에 표절이 나온 것은 아쉽다. 오상석 의원이 쓴 내용 일부는 2016년 양산시의회에서 쓴 보고서에서 같은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우종필 의원 역시 2010년에 나온 인터넷 기사에서 상당수 영감을 받은 듯 했다. 해당 기사에 있는 문장이 보고서에서 그대로 확인됐다. <카피킬러>가 표절로 분류는 하지 않았지만, 참고했다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직접 방문한 출장자의 소감을 충실하게 반영하지 못한 보고서인 셈이다.

▲ 오상석 의원이 쓴 소감 중 2016년 양산시의회 공무국외출장 보고서 소감 부분과 동일한 문장이 확인된다.

오상석 의원은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국외출장을 통해 많은 걸 배우는 유의미한 시간이었다”며 “함께 방문한 세 명의 의원이 나눠서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열심히 작성했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우종필 의원이 쓴 소감 부분 역시 연수 당시, 9년 전에 나온 뉴스 기사와 문장이 일치하거나, 유사한 부분이 발견된다.

한편, 중구의회는 같은 기간 총 3차례 국내연수를 다녀왔다. 그러나 국외공무연수처럼 계획서나 보고서를 요구하지 않아서, 적절하게 연수가 이뤄졌는지 확인이 불가했다. 이는 다른 의회도 마찬가지다. 구체적 사용 경비 내역 역시 확인이 어려웠고, 실제로 계획에 따라 지출이 됐는지 여부 등도 확인이 불가했다. 2019년 12월 연수는 신범식‧이정민‧오상석‧우종필 의원이 다녀온 것으로 확인된다.

▲ 중구의회 국내공무연수 현황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