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4) 대구 동구의회, 의장 인사말·성과까지 베꼈다

강서구의회, 종로구의회, 과거 동구의회와 '똑같이' 느낀 연수
블로그, 백과사전, 다른 의회 다양한 출처... 표기 하나도 없어

15:17

[코로나19 여파로 대구시와 8개 구·군 기초의회 국외공무 연수도 멈췄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기 직전까지 다녀온 연수는 과거보다 좀 나아졌을까. <뉴스민>은 대구시의회와 대구 8개 구⋅군의회가 지난 2018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다녀온 31개 국외공무연수 보고서를 분석했다.]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예천군의회 사태 이후 달라졌을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1) 대구중구의회 보고서 표절률 1위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2) 표절률 27%-6%로 차이 큰 달서구의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3) 19명 간 수성구의회, 보고서 소감은 3명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4) 대구 동구의회, 의장 인사말·성과까지 베꼈다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5) 대구 서구의회, 달서구도 베낀 보고서 ‘복붙’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6) 좋은 보고서 쓴 대구북구의회, 하지만 소감 표절도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7) 대구시의원, “직원이 보고서 쓰지, 의원이 쓰는 경우 있나?”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8) 민주당 의원 참여 따라 달라진 대구남구의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끝) 잘하도록 제도 지원, 못하면 패널티 부과해야

대구 동구의회 공무국외연수 보고서를 표절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로 살펴보니, 표절률 38%로 2위였다. 보고서는 출처 표시가 하나도 없었고, 보고 느낀 ‘견문록’이 아닌 사실관계를 나열한 ‘설명문’이었다.

▲ 대구 동구의회는 2018년 11월 재적 의원 모두가 공무국외연수를 다녀왔고, 2019년 관련 규칙 개정 이후 간 연수는 없다.

2018년 11월 12일부터 4박 5일 동안 일본 도쿄와 요코하마 일대로 당시 의장이던 오세호(국민의힘) 의원 등 전원(16명)이 공무국외연수를 갔다. 연수단은 ▲도쿄 생활협동조합 ▲도서관 ▲청소공장 ▲요코하마 시의회 ▲노인복지센터 ▲시민방재센터 등을 방문해 우수사례를 배우고자 했다. 연수는 2019년 7월 공무국외연수 규칙 개정 전에 갔고, 이후엔 연수를 가지 않았다.

보고서 전체 237개 문장 중에서 동일하거나 표절이 의심되는 문장이 113개였다. 1/3이 넘는 내용이 출처 없이 ‘복사-붙여넣기’로 가져온 정보라는 말이다. 포털사이트 백과사전 설명을 조사나 표현만 조금 바꿔 출처 없이 쓴 문장이 대부분이었다. 일본에 대한 <위키백과> 내용이 그대로 있었다. 보고서 상당 부분은 독창적 정보 대신 포털 백과사전, 블로그, 과거 보고서, 다른 의회 보고서 등 다양한 곳에서 ‘그냥’ 가져왔다. 기본도 지키지 않은 부실한 보고서다.

▲ 포털사이트 <위키백과>에 나온 일본에 관한 설명(오른쪽)이 조사나 표현 등만 약간 수정해 보고서에 그대로 담겼다.

과거 동구의회 보고서를 그대로 베껴온 것도 눈에 띈다. 2015년 당시 동구의장(허진구) 인사말이 2018년 의회 연수보고서에도 날짜와 장소 등 주요 정보만 바뀐 채 오세호 의원의 인사말로 바뀌었다.

▲ 2018년 의회 연수보고서(왼쪽)에 과거 동구의회 공무국외연수 보고서에 들어간 내용이 거의 그대로 옮겨졌다. 2015년 당시 동구의장(허진구) 인사말이 날짜와 장소 등 주요 정보만 바뀐 채 오세호 의원의 인사말로 바뀌었다.

 

견학 장소를 찾아 직접 얻은 정보와 소감을 적어야 할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블로그를 짜깁기해 방문지 현황과 소감으로 ‘붙여넣기’ 했다. 일본 도시재생 사례로 하나인 요코하나 미나토 미라이 기술관 방문과 관련된 내용이 2017년 쓴 블로그 내용과 유사하다. 개요, 주요시설, 개발 평가 등 사실과 의견을 보고서에 가져와 의원들의 소감처럼 쓰였다. 연수 성과 부분에서도 2015년 서울 강서구의회 보고서와 일치치했다. 연수 방문지의 구체적 소감은 2010년 종로구의회의 일본 공무국외 출장 보고서 내용을 일부 가져다 썼다.

▲ 대구 동구의회 보고서(왼쪽)는 서울 강서구의회가 2015년 일본을 다녀와 쓴 보고서를 참고했다. 베껴쓰지 않은 부분 중에 이런 부분도 있다. ‘부족한 전문성과 역량제고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여러 언론에서 지방의회 해외연수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한다’고 지적했다.
▲ 2010년 종로구의회에서 일본을 다녀와 쓴 보고서(오른쪽)에서도 연수 방문지 소감을 가져다 썼다. 다른 의회가 거의 10년 전에 방문한 내용을 동구의회가 자신들의 창작물처럼 가져다 쓴 것은 유감스럽다.

보고서에는  참석자 이름만 있고, 개별 의원 소감은 없다. 31쪽 분량 보고서 중 연수 내용은 각 방문지 현황, 방문목적, 사진, 소감의 형태로 소개하고 있다. 목적과 소감 역시 단편적이다. 예를 들어 생활협동조합 팔시스템 방문 목적을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인간중심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협동조합의 배경을 배우고자 한다’ 등으로 제시했다. 실제 소감도 ‘협동조합이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인간중심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모습에 놀랐다. 우리 연수단에게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협동의 가치를 알리고자 하는 그 마음들이 느껴졌다’와 같은 동어 반복, 피상적 감상이다. 실제 현장을 견학하고, 지역 현안과 연계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

보고서 마지막에 첨부 문서로 각 방문지에서 연수단이 기관 관계자에게 한 질문지가 실려있다. 그러나 정작 해당 기관 관계자 누구에게 질문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기본 정보조차 미비하다.

오세호 의원은 높은 표절률에 관해 “연수 방문지가 다 비슷하다보니 그렇지 않겠냐”며 “방문한 공직자와 수행 공무원이 다른데 같은 내용이 쉽게 나올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오 의원은 “같이 간 의원들이 간 곳마다 각자 했던 질문이나 소감을 개별적으로 전문위원과 수행공무원에게 주고, 최종적으로 수합해 보고서가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동구의회 보고서 연수 성과 내용 중에 이런 부분도 있다. ‘전문성과 역량 제고를 위한 선진 문물 제도에 대한 연수는 필수적 요소임에도 여러 언론에서 지방의회 의원의 해외연수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앞다투어 다루는 것이 현실이다.’ 그 배경을 의회가 스스로 찾을 필요가 있다.

▲ 2018년 대구 동구의회 의원들이 일본에서 공무국외연수 중인 모습 (사진= 동구의회 제공)

한편, 동구의회는 2018년 8월 2박 3일 일정으로 부산에서 16명 의원 전원이 참가하는 국내 연수도 했다. 의회 개원 후, 의원들이 원활한 의사 운영을 할 수 있도록 교육 차원의 연수였다. 동구의회는 최근까지는 국내 연수를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국내 연수 사용 경비는 1,960만 원을 예산으로 잡았으나, 실제 사용 금액은 의회 사무과도 잘모르겠다고 답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