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7) 대구시의원, “직원이 보고서 쓰지, 의원이 쓰는 경우 있나?”

연수 횟수와 비용 많은 대구시의회, 보고서 내용은 갸우뚱
경제환경위원회 미국 보고서 표절률 32% 등
개별 소감 보고서 하나도 없고, 연수지 소개는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14:19

[코로나19 여파로 대구시와 8개 구·군 기초의회 국외공무 연수도 멈췄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기 직전까지 다녀온 연수는 과거보다 좀 나아졌을까. <뉴스민>은 대구시의회와 대구 8개 구⋅군의회가 지난 2018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다녀온 31개 국외공무연수 보고서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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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매끄럽게 작성하려면 의원들에게 의견을 듣고, 행정기관 담당자(의회 사무국 공무원)가 작성하지, 의원이 작성하는 사람이 있냐.” 2018년 하반기부터 2020년까지 연수를 가장 많이 다녀온 대구시의회 임태상 의원의 말이다.

대구시의회는 상임위 별로 2번 이상 4번까지 다녀왔다. 1인당 여비 상한액(340만원)도 기초의회보다 많다. 공식 행사 참석 등을 제외한 대구시의회에서 다녀온 공무국외연수는 15회였다. 모두 상임위별로 진행했고, <카피킬러>가 보고서 내용을 인식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총 14개 보고서를 살펴봤다.

▲ 대구시의회는 기획행정위원회, 문화복지위원회, 경제환경위원회, 건설교통위원회, 교육위원회 5개 상임위별로 총 15회 공무국외연수를 진행했다. 초청행사 등의 공무출장은 제외했다. 표는 과거 순부터 일부.

대구시의회는 2020년 1월까지 연수를 다녀왔다. 국외연수는 ▲기획행정위원회(4회) ▲문화복지위원회(3회) ▲경제환경위원회(3회) ▲건설교통위원회(3회) ▲교육위원회(2회) 5개 상임위별로 진행했다.

▲ 대구시의회가 상임위별로 진행한 15회 연수 비용은 총 2억 9천 69만 8천원이다.

15회 공무국외연수에 총 2억 9천 69만 8천 원을 썼다. 경제환경위원회가 2020년 1월 미국으로 다녀온 연수는 1인 비용이 3백40만 원을 초과해 자부담이 일부 포함됐다. 그러나 연수 결과물은 부족했다. 보고서 작성자가 누구인지 확인이 어렵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개별 의원 소감이 들어간 보고서는 하나도 없었다. 소감, 시사점, 활용 방안보다 방문지 현황과 소개로 채우고 있었다.

자부담까지 해서 간 경제환경위원회 미국 연수
상당수 Kotra에서 가져온 내용… 출처 표시는 하나마나
2018년(11%), 2019년(14%) 보고서, 표절률 낮지만 시사점 2쪽 뿐

대구시의회 보고서 중 표절률이 가장 높은 것은 32%다. 2020년 1월 경제환경위원회(하병문(국민의힘) 위원장, 이태손(국민의힘) 부위원장, 장상수(국민의힘) 부의장, 홍인표(국민의힘)‧김동식(더불어민주당) 의원)가 미국 라스베가스와 샌프란시스코 일대를 7박 9일간 다녀와 쓴 보고서였다. 2020년 경제환경위원회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와 실리콘밸리 기업을 방문하고, 시사점 및 활용방안, 향후 출장자를 위한 조언을 남겼다. 보고서 내용 중 표절로 나온 일치 문장은 33개, 의심 문장은 59개였다. 상당수가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해외뉴스 트렌드 항목에서 가져왔다.

▲ 2020년 미국 출장을 다녀와 작성한 경제환경위원회 보고서가 대구시의회 연수보고서 중 표절률이 가장 높은 32%가 나왔다. CES 2020의 5가지 기술 트렌드를 설명하면서 코트라(kotra) 해외뉴스(2019년 11월)에서 내용을 가져왔다. 출처 표기는 각주로 표시되지 않았고, 보고서 맨 마지막장에 ‘kotra’로 적었다. <카피킬러>는 이같은 부분을 상당수 표절로 분류했다.
▲ 경제환경위원회(2020년 미국 방문) 보고서는 다른 설명 없이 사진만 붙여넣기한 부분이  9쪽이나 된다.(왼쪽) ‘불친절한’ 보고서다. 맨 마지막장에 실린 출처(오른쪽)도 어느 부분에서 어떤 것을 발췌하고 참고했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카피킬러>는 상당수 표절로 판단했다.

자료 출처를 남기려는 노력을 했으나, 하나마나 했다. 어떤 부분을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최소한의 형식도 갖추지 못한 표기로 표절률이 높게 나온 것이다. 보고서 중 9쪽은 사진을 넣었는데, 해당 사진에 관한 설명이 빠졌다. 사진을 통해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신, 분량 채우기 용도로 썼다.

하병문 의원은 “자부담까지 하면서 다녀왔고, 관광성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여튼 도움이 많이 된 해외연수였다”며 말했다. 코트라에 나온 자료 출처가 해당 보고서에 많은 것에 관해서는 “그것까진 잘 모르겠다. 일일이 기억은 못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환경위원회가 2018년(싱가포르, 말레이시아)과 2019년(대만, 태국) 작성한 공무국외 연수보고서는 표절률 11%, 14%로 낮지만, 보고서 분량이 20쪽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출장 목적과 개요, 일정, 방문국 현황, 방문 장소 등으로 내용을 채웠다. 방문 장소를 설명하면서 백과사전 등에서 내용을 가져왔는데 출처를 적지 않았다. 시사점 및 활용 방안도 2쪽으로 내용이 빈약했다.

예를 들어 방문 장소 설명을 하면서 ‘업무 수행 결과’로 포장했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관광객으로서 업무 수행’을 한 것처럼 보인다. 태쿡 방콕 룸피니 공원을 방문하면서 ‘도심공원 활성화 및 관광상품화 방안연구’를 한다고 적었는데, 공원에 어떤 시설이 있다는 서술 외에 다른 내용은 없다. 시사점 및 활용 방안에도 해당 공원을 본 뒤 ‘대구대공원 조성과 관련한 정책 방향 제시’, ‘국채보상공원과 인근 쇼핑센터 연계방안 연구’, ‘대구대표 센트럴파크 조성을 위한 두류공원 리뉴얼 사업에 대한 방안 제시’라고만 적었다. 구체적 내용이 없다. 형식적 요건을 갖추기에 급급했다. 실제 내용을 들여다 보면 해당 사안에 대해 고민하고 경험한 발자취를 느끼기 어려웠다.

▲ 경제환경위원회가 2019년 작성한 공무국외 연수보고서 일부. 태쿡 방콕 룸피니 공원을 방문하면서 ‘업무 수행’을 했다고 적었다. ‘도심공원 활성화 및 관광상품화 방안연구’를 한다고 적었는데, 공원에 어떤 시설이 설치해 있다는 것을 서술한 것 외에 다른 내용은 없다.(왼쪽) 시사점에 관한 내용도 구체적 정책 방향 제시는 없고, ‘~에 대한 내용 제시’라고 적은 것이 전부다. (오른쪽)

기획행정위 2018년과 2019년 보고서 표절률 26%
당시 연수단장 의원, “다들 보고서 작성은 행정기관 담당자가 한다”
표절률 낮은 보고서에도 포털 백과사전 정보, 출처 없이 사용

표절률 26% 보고서는 기획행정위원회가 2018년(스페인)과 2019년(일본)에 다녀온 공무국외연수 후 작성된 것이었다. 당시 연수단은 임태상(국민의힘) 위원장, 윤영애(국민의힘) 부위원장, 이만규(국민의힘)‧정천락(국민의힘)‧김혜정(더불어민주당)‧김지만(국민의힘) 의원으로 동일했다. 보고서 작성자는 확인할 수 없었고, 동일하거나 의심스런 문장이 60개(2018년)와 46개(2019년)가 나왔다. 표절은 상당수 스페인과 일본의 국가, 제도 설명에서 비롯했다. 출처 표시 없이 내용이 쓰였고, 보고서 작성자나 참석자 개별 소감 등 개별 의원 존재감도 드러나지 않는다.

임태상 의원은 “보고서를 매끄럽게 작성하려면 의원들에게 의견을 듣고, 행정기관 담당자(의회 사무국 공무원)가 작성하지, 의원이 작성하는 사람이 있냐”고 했다. 의원이 아닌 동행 공무원이 의원들에게 소감을 듣고 종합적으로 작성했다는 것이다. 임 의원은 “공무국외연수를 간다고 해서 백이면 백, 다 결과를 낼 수 있나. 여러 명이 갔어도 보고 느낀 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니 꼭 다 의견이 들어갈 필요가 있나 싶다. 종합적으로 의견이 나오면 되지 않겠냐”고도 덧붙였다.

기획행정위원회가 2019년 일본 도쿄 일대를 다녀와 작성한 공무연수 보고서 내용을 보면 일본 지방자치제도를 설명하면서 일본 도쿄 지역 홈페이지에 올라온 설명을 베꼈다. 기획행정위원회가 2020년 미국을 다녀와 작성한 보고서는 표절률이 14%로 낮지만, 표절 유형은 비슷했다. 9‧11메모리얼파크를 방문하면서 9‧11테러 설명을 포털사이트 백과사전에서 서술어만 바꿔 그대로 갈음했다. 뉴욕 소방학교에 관한 내용은 2019년 소방관리자 국외 연수보고서 내용을 참고해 썼다.

▲ 기획행정위원회가 2018년과 2019년 공무국외 연수보고서는 둘다 26%의 표절률이 나왔다. 국가나 제도 등에 관한 설명을 출처 없이 내용을 가져다 썼다. 2019년 일본 동경 일대를 다녀와 작성한 공무연수 보고서는 일본 지방자치제도를 설명하면서 일본 해당지역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방자치제도 설명을 베꼈다.
▲ 기획행정위원회가 2020년 미국을 다녀와 작성한 공무국외 연수보고서. 9.11테러 설명을 포털사이트 백과사전에서 출처 표시 없이 그대로 베꼈다.

건설교통위 보고서 2018년 24%, 2019년 20% 표절률
표절률 7% 2020년 보고서… 소감 충실히 쓴 ‘좋은 보고서’

건설교통위원회(박갑상(무소속) 위원장, 김성태(더불어민주당)‧김원규(국민의힘)‧황순자(국민의힘)‧김대현(국민의힘) 의원) 공무국외연수 보고서는 표절률 24%(2018년 일본)와 20%(2019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였다. 2018년 일본 고베, 교토, 오사카 출장은 동일하거나 일부 일치하는 문장이 43개, 2019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일부 일치 문장이 34개였다.

▲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가 2018년 일본을 다녀와 쓴 보고서는 표절률 24%로, 견학장소에 대한 설명 내용을 포털사이트 지식백과에서 출처 표시 없이 가져다 썼다.

표절은 연수 방문지 설명을 홈페이지 등에서 가져오면서 출처를 적지 않은 탓이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를 한 ‘아와지유메부타이’ 설명을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가져오면서 순서나, 문장을 쪼개고 붙여 재구성했다. 2019년 표절도 방문지에 관한 설명 부분에 집중돼 있다. 2013년 한 전문지가 싱가포르 뉴워커팩토리를 다녀와 쓴 취재 기사 중 일부를 가져와 각색했다.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쓴 보고서 역시 개별 의원의 소감을 확인할 수 없다.

박갑상 의원은 “출처 표기가 미흡했던 것은 개선할 부분인 거 같다. 개인 의원들 소감도 원래 넣었어야 했는데”라면서, “기사를 통해 지적한 부분들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공식 보고서다 보니 생동감 있고, 솔직한 소감을 넣기가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 단편적인 감상 위주로 ‘무엇이 좋다, 배웠다’는 정도로만 들어간 것 같아 아쉽다”고 설명했다.

▲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가 2019년 싱가포르를 다녀와서 작성한 보고서 중 일부. 해당 보고서 표절률은 20%로, 방문지에 대한 설명이 과거 뉴스 기사 등 다른 곳에서 출처 표시 없이 가져와 사용했다.

2020년 건설교통위원회가 프랑스, 스위스, 독일, 체코 일대를 다녀와 쓴 보고서는 표절률이 7%에 불과했다. 의심 문장이 28개로 스위스, 독일 등 나라 설명에서 출처 표시 없이 내용을 가져와 <카피킬러>가 표절로 판단했다. 방문 장소 설명에 참고한 웹사이트를 적었고, 질문 답변 내용도 별도로 정리했다. 시사점 및 제언에 관한 분량은 10쪽으로 전체 보고서의 1/4정도였고, 대구시가 정책으로 접근하면 좋을 방향을 제시했다. 낮은 표절률 만큼 충실히 소감이 반영된 보고서라 할 만했다.

문화복지위 2019년 21%, 2020년 15%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출처 없이 인용해

믄화복지위원회(이영애(국민의힘) 위원장, 이시복(국민의힘) 부위원장, 김규학(국민의힘)‧김태원(국민의힘)‧강민구(더불어민주당) 의원)가 2019년 중국을 다녀온 연수는 21%, 2020년 스페인은 15%로 나왔다. 2019년 보고서는 똑같거나, 비슷한 문장이 53개였다. 중국 현지를 설명하는 내용 부분에서 표절이 나왔다. 예를 들어 중국 연길을 설명하면서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조사와 서술어를 조금씩 바꿔 넣었다.

▲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의 2019년 중국 연수보고서는 표절률이 21%로, 출처 표시도 하지않고 포털사이트 백과사전 내용을 베꼈다.

교육위 보고서, 표절이라 할 부분 크게 없어

상임위별로 떠난 대구시의회 연수보고서 중 표절률이 가장 낮은 것은 교육위원회였다. 2018년 일본 연수 뒤 작성한 보고서는 16%, 2020년 미국 동부는 3%로 나왔다. 해당 보고서에서 표절로 일치하는 문장은 하나도 없었다. 2018년 보고서도 <카피킬러>가 표절 분류한 부분이 연수를 다녀와서 나온 언론 보도여서 베꼈다고 하기 어려웠다. 2020년 보고서는 공립 도서관이나 하버드대학교 설명 부분이 일부 문장이 일치한다고 했지만 전체 문맥상 표현 상 일치로 보였다.

다만 5개 상임위는 <뉴스민>이 공무국외 연수 보고서에 첨부된 사진을 요청하자, 제공을 꺼려했다. “보관된 사진이 있는 지 모르겠다”거나 “기사가 어떤 내용으로 나가냐”고 물었다. 각 상임위 관계자들은 “공무국외연수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많아 사진을 제공하기가 조심스러워서 그렇다”고 했다. ‘베껴 쓰고, 부실한 보고서’와 ‘방어적인 의회사무국 직원들’의 태도가 현재 공무국외연수의 문제를 드러낸다. 관계자들은 ‘일단 찔리고’, 실제로도 ‘부실한 보고서’가 시민들의 공무국외연수에 대한 인식의 근거다.

한편, 대구시의회는 코로나19 상황으로 2020년부터 지금까지 국내 연수도 전면 중단했다. 2018년 충북 단양과 2019년 전남 신안으로 총 2회 연수를 했다. 의회 사무국은 행정사무감사기법이나 지방자치법 개정 대비 특강 등 의정 실무와 관련된 연수를 진행하고, 의원 전원이 참석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강사에게, 어떤 일정으로 받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 대구시의회는 2018년과 2019년 두차례 국내연수를 진행했고, 최근까지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취소됐거나 미정인 상황이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