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3) 19명 간 수성구의회, 보고서 소감은 3명만

'우르르' 몰려간 국외연수... 알찬 보고서 나오기 어려워

09:21

[코로나19 여파로 대구시와 8개 구·군 기초의회 국외공무 연수도 멈췄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기 직전까지 다녀온 연수는 과거보다 좀 나아졌을까. <뉴스민>은 대구시의회와 대구 8개 구⋅군의회가 지난 2018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다녀온 31개 국외공무연수 보고서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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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3) 19명 간 수성구의회, 보고서 소감은 3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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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의원 20명 중 다수가 참여한 2018년(19명)과 2019년(17명) 국외공무연수는 제대로 이뤄졌을까. 보고서는 의장과 상임위원장 등 3명만 소감을 썼고, 나머지 의원은 소감이 없었다. 많은 인원이 참여한 국외연수는 ‘무임승차자’가 생길 우려가 있다. 2019년 5월 공무국외연수 규칙 개정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 의회 재적의원(20명) 중 19명이 떠난 해외연수. 해당 연수를 다녀온 뒤 작성된 보고서는 김희섭 의장 등 3명의 개별 소감만이 확인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인원이 참석하게되면 ‘무임승차자’를 만들 우려가 있다. (사진 = 수성구의회 제공)

수성구의회 국외공무연수 보고서를 표절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로 확인하니, 2019년 5월 공무국외출장 규칙 개정 후 표절률은 줄었다. 2018년 당시 의장이던 김희섭(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19명이 다녀온 싱가포르 연수 보고서 표절률은 26%, 2019년 김 의원을 포함한 17명이 호주를 다녀와 쓴 연수보고서는 표절률 13%가 나왔다. 보고서 내용 개선 효과도 있었다. 보고서 분량은 33쪽에서 40쪽으로 늘었고, 활용 방안에 관한 내용도 과거보다 구체적 서술로 바뀌었다.

▲ 대구 수성구의회는 2018년(싱가포르)과 2019년(호주)로 2차례 공무국외연수를 떠났고, 표절률은 26%에서 13%로 감소했다. 2019년 관련 규칙 개정 효과가 수성구의회 연수보고서에도 나타났다.

2018년 싱가포르 해외연수는 물관리시스템을 파악해 수자원 관련 현안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도시재생과 재개발 등의 사례를 배우기 위해 떠났다. 연수단은 싱가포르 도시재개발국과 물관리기관인 뉴워터비지트센터와 마리나베라지, 국립도서관 등을 견학했다.

해당 보고서(표절률 26%)는 전체 142개 문장 중 동일한 문장 11개, 일부 일치가 51개였다. 과거에 나온 싱가포르에 관한 뉴스 기사를 상당수 참고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에 나온 기사에 나온 도서관 설명, 5년 전 뉴스에서 설명하는 싱가포르 정책을 그대로 옮겨왔다. 2011년 옥천군의회가 싱가포르 수질관리방문자센터(뉴워터 비지터센터)에 국외연수를 다녀온 뒤 작성한 보고서에서 가져온 내용도 있었다. 당시 옥천군의회가 ‘2003년 2월 설립되서 85만명이 다녀간’ 센터의 방문객 숫자가, 2018년 수성구의회가 방문했을 때와 같았을까? 출처 표시를 했더라도, 수년 전에 나온 뉴스 기사와 타의회 보고서 정보는 효용성에 문제가 있다. 기본 사실 확인도 미흡한 보고서는 의미 있는 결과물이 아니다.

▲ 연수보고서 중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에 대한 설명이(왼쪽) 2008년 10년전에 나온 파이낸셜 뉴스 기자가 쓴 칼럼 내용과 일치한다.
▲ 5년 전인 2013년 <데일리안> 뉴스 기사에 나온 싱가포르 소개와 연수보고서 23쪽에 있는 싱가포르에 관한 설명 부분이 유사했다. 해당 부분은 당시 의장이던 김희섭 의원이 쓴 연수 소감 중 일부다.
▲ 2011년 옥천군의회가 싱가포르 수질관리 방문자센터(뉴워터 비지터센터)를 방문해 쓴 내용(오른쪽)과 2018년 수성구의회가 같은 장소를 다녀와 쓴 내용이 같다. 특히 2011년 당시 85만명이 다녀갔다던 해당 장소는 2018년에 그대로 쓴 점은 기초적인 사실 확인조차 미흡했음을 보여준다.

당시 연수단 단장이었던 김희섭 의원은 다수 의원들이 한꺼번에 연수를 다녀온 것에 대해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18년은 의회가 출범하고, 함께 잘 해보자는 의미에서 기존에 상임위별로 가던 것을 함께 가게 됐다. 2019년에는 자매도시인 호주 블랙타운시를 방문하게 되어 의회 차원에서 함께 갔다”며 “단체로 가면서 비용도 일부 절약하고, 연수 진행도 효율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의원 개개인의 연수 효과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많은 인원이 함께 가다보니 보고서상 개개인 참여가 드러나지 않는 부분은 저도 아쉽다”며 “그렇지만 연수 준비 단계에서부터 연수과정 모두 모든 의원들이 열심히 했다. 연수단장으로서 의원들을 못 챙긴 부분들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 2019년 수성구의회는 호주 공무국외연수에서 블랙타운시 호주 왕립 공군기념공원(2018년 9월 건립)에 있는 평화기념비(korean Peace Monument)를 찾아 묵념했다. 기념비는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되어 호주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위해 블랙타운시가 공원 부지를 제공하고, 한국이 건립비를 부담한 것이다. (사진 = 수성구의회 제공)

수성구의회는 2019년 10월 28일부터 6박 8일간 자매결연 25주년을 맞은 국제자매도시 호주 블랙타운시 방문을 비롯해 교육 운영 시스템, 문화 인프라 시설 등을 배우기 위해 국외연수를 갔다. 연수단은 ▲블랙타운시 어린이집, 공립초등학교, 요양시설 ▲평화기념비 ▲스포츠 파크 ▲뉴캐슬 박물관 ▲로얄보타닉 가든 등 교육과 문화 시설을 방문했다. 방문지 블랙타운시와의 교류 현황, 연수 준비 공문서를 보고서에서 확인 가능했다. 방문 사진에 대한 사진 설명 등을 꼼꼼히 붙인 점도 눈에 띈다.

낮아진 표절률(13%) 만큼 보고서 내용을 충실히 채우고자 노력했다. 다만 전체문장(160개) 중 동일하거나 의심되는 문장이 38개였다. 방문 장소에 관한 설명을 포털사이트 백과사전 등을 일부 참고해 썼는데, 출처 표시가 없어 <카피킬러>가 표절로 분류했다. 예를 들어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에 관한 설명을 위키백과에서 보고서로 옮기면서 조사나 단어, 설명 순서 바꿔 차용하는 식이었다.

한국교육개발원 등 수집 자료와 참고문헌 4개를 마지막에 별도 표시했지만, ‘세계유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같이 적었기 때문에 해당 자료가 어디서, 어떻게 나온 것인지 확인이 어려웠다. 보고서 가이드라인에서 요구한 영수증 등 방문 증빙 자료 역시 보고서에서 찾을 수 없었다.

▲ 2019년 당시 수성구의회가 방문한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에 관한 설명이 위키백과 내용과 비슷했다. 이를 참고한 것으로 보이지만, 출처 표기가 되어있지 않았다.

해당 연수보고서에서 행정자치위원회, 사회복지위원회, 도시보건위원회 분야별로 복지제도와 교육제도, 도시건축과 문화시설 등 활용 방안 내용이 구체화된 점은 지난해 연수보고서에 비해 발전한 성과다. 개별 의원의 구체적인 감상이 없는 점은 마찬가지로 아쉽다. 참여 의원들 모두에게 충실한 공무국외연수였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2019년 보고서는 당시 운영위원회 위원장이던 백종훈(국민의힘) 의원이 작성했다.

백 의원은 “소관 부서별로 관련 방문 시설과 소감 내용을 종합해서 받고, 필요한 부분은 제가 추가로 수정해 보고서를 완성했다. 위원회별로 위원장을 중심으로 서로 의견과 자료를 공유하며 모든 의원들이 열심히 참여하셨을 것”이라며 “당시 일정이 빡빡해서 의원님들께서 힘들지 않았을까 한다. 국외출장에 관해 부정적인 주민도 있다보니 외유성 연수로 비춰지지 않기위해 (의회 차원에서) 더 신경썼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성구의회는 4차례 국내연수를 다녀왔다. 다른 기초의회보다 비교적 많은 국내 연수를 진행한 편이고, 참석률도 높았다. 방문지 역시 서울, 군산, 제주, 순천으로 다양했다. 연수는 의정활동 기초 지식 습득 외에도 청년 일자리 등 지역형 사업 발굴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