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8)민주당 의원 참여 따라 달라진 대구남구의회

2019년 중국 보고서는 26%... 출처 표시 제대로 안 돼 표절로

09:23

[코로나19 여파로 대구시와 8개 구·군 기초의회 국외공무 연수도 멈췄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기 직전까지 다녀온 연수는 과거보다 좀 나아졌을까. <뉴스민>은 대구시의회와 대구 8개 구⋅군의회가 지난 2018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다녀온 31개 국외공무연수 보고서를 분석했다.]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예천군의회 사태 이후 달라졌을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1) 대구중구의회 보고서 표절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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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3) 19명 간 수성구의회, 보고서 소감은 3명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4) 대구 동구의회, 의장 인사말·성과까지 베꼈다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5) 대구 서구의회, 달서구도 베낀 보고서 ‘복붙’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6) 좋은 보고서 쓴 대구북구의회, 하지만 소감 표절도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7) 대구시의원, “직원이 보고서 쓰지, 의원이 쓰는 경우 있나?”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8) 민주당 의원 참여 따라 달라진 대구남구의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끝) 잘하도록 제도 지원, 못하면 패널티 부과해야

대구 남구의회 공무국외연수 보고서는 타 기초의회와 비교해 표절률이 낮았다. 분석 대상 보고서 3개 중 2개는 4~6%로 표절이 거의 없는 ‘클린 보고서’였다. 2019년 중국을 다녀온 뒤 작성한 연수 보고서는 26% 표절률로 높았고, 출처 표시가 문제였다. 표절률 차이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참여 여부에서 나왔다.

▲ 대구 남구의회 공무국외연수 중 2018년(일본)과 2019년(스위스 등) 연수는 표절이 없었다. 2019년 중국 보고서는 표절률이 26%로 출처 표시가 문제였다.

2019년 5월 15일부터 8박 10일 남구의회 이정현(더불어민주당), 정연우(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구의회 안경완(더불어민주당), 유병철(무소속), 한상열(더불어민주당), 김지연(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연수단을 꾸려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일대로 다녀왔다. 연수단장이자, 통역은 지방자치 전문가인 안권욱 고신대 교수(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정책부위원장)가 맡았다. 연수단은 주민 직접참여정치, 자치권, 자치단체 협력시스템을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터쿨룸 게마인데’ 지역 법원과 소방서 등 공공기관을 방문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총회를 참관했다. ‘라우에넨 게마인데’ 지역에선 자치 수력박전소, 노인요양시설, 교육시설 등을 견학하고, 호텔 대신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해 현지 주민과 교류했다.

▲ 2019년 5월 15일부터 8박 10일 남구의회 이정현(더불어민주당), 정연우(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구의회 안경완(더불어민주당), 유병철(무소속), 한상열(더불어민주당), 김지연(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연수단을 꾸려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일대로 다녀왔다. (사진 = 이정현 의원 제공)

이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표절률 6%로 나왔는데, 출처 표기를 했지만 <카피킬러>가 인식하지 못한 부분이거나, 단순 표현 상 일치로 보였다. 표절로 나온 문장을 보니, 연수 국가 현황과 스위스 국가조직 구성 내용을 외교부와 북구의회 연수보고서를 참고했다고 출처 표기를 했다.

의회 직원이 동행하지 않고, 자부담을 통해 전문가 초빙을 한 유일한 연수였다. 일반적으로 공무해외연수는 여행사나 대행업체 등을 통해 정해진 코스에 따라 이뤄진다. 이들은 안권욱 교수를 통해 섭외를 진행하고, 직접 항공기 티켓과 숙소를 예매했다. 직원이 동행하지 않아 직접 운전하거나, 일정을 챙기는 어려움도 따랐다. 일부 자부담을 했고, 현지 물가를 고려해 아침 저녁은 주로 숙소에서 직접 해먹었다.

현지에서 연수를 하는 모습을 직접 촬영하고, 돌아와서 편집한 1시간짜리 영상을 유튜브에도 공개했다. 이정현 의원은 “영상을 보시면, 한 눈에 국외연수에서 어떤 것들을 했는지 잘 알 수 있다”며 “연수에서 경험한 것들을 구민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현지 일정, 이후까지 충실하게 해당 사안을 공부한 흔적이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연수 장소에서 통역을 통해 들은 내용과 직접 느낀 소감 등이 상세히 있었다.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연수인 만큼 할 말도 많아 보였다. 2명의 의원이 쓴 보고서는 총 57쪽에 달한다.

이정현 의원은 “의원이 되고 처음 갔던 2018년 일본 연수를 갔다 와보니 아쉬움이 많았다. 대부분 연수가 연수를 대행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비슷한 연수에, 정해진 코스를 따라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평소 관심 있던 ‘지방자치’ 선진국으로, 마음이 맞는 동료 의원들과 수개월 전부터 사전 준비를 하고, 몇 주 전까지 일정 조율을 했다.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옮기다 보니 보고서를 작성 과정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 남구의회 이정현, 정연우 의원 등 연수단이 에어비엔비로 잡은 현지 숙소 주인 부부와 현지 생활, 복지 등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 =이정현 의원)

표절률 4%는 2018년 10월 31일부터 6박 7일 동안 일본 도쿄와 삿포로를 다녀와 쓴 보고서다. 연수단은 정연주(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제외한 남구의회 의원 전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도쿄 아라카와 노인복지센터 ▲츠루미 하천 유역센터 ▲노보리베츠 시의회 ▲ 노보리베츠시 도시정비부 토목공원과 등을 방문했다. 이들은 선진 의회제도와 도시하천 정책, 재난안전관리 시스템, 노인복지제도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연수를 진행했다. 참여 의원 모두의 소감이나 노보리베츠시 의회와 나눈 질문-답변 내용도 있었다. 다만 출처가 링크로 달려 정확하게 확인이 어려웠다. 일부 링크에는 홍보자료라는 설명이 달려 있기는 했지만, 옥에 티였다.

▲ 2018년 10월 일본을 방문하고 작성한 보고서. 출처가 링크로 적혀있어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

26% 표절률 보고서는 2019년 12월 23일부터 4박 5일 동안 중국 남경, 황산, 항주, 상해 지역을 돌아보고 작성한 것이다. 당시 의장이던 홍대환(국민의힘) 의원과 이정숙(국민의힘) 부의장, 최영희(국민의힘) 의회운영위원장, 이희주(국민의힘) 자치행정위원장이 연수단을 꾸렸다. 이들은 항일독립운동지 답사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한다며 출장 목적을 세웠다. 연수단은 항주, 상해 임시정부 청사를 비롯해 약산 김원봉의 군사간부학교 훈련지, 중국 근현대사 박물관 등을 방문했다.

방문지에 관한 설명이 각주로 표시되었지만, 링크를 그대로 ‘붙여넣기’ 했다. 따라서 어떤 정보인지 링크를 직접 눌러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카피킬러>는 상당수 표절로 분류했다. 66개 문장이 표절로 판단돼 동일하거나 의심되는 내용이었다. ‘남경총통부’를 소개하면서 나무 위키에서 내용을 가져와 링크를 달았다. 각주로 링크를 표시했으나, 바로 확인이 불가했다. <카피킬러>가 표절 출처로 밝힌 링크를 찾아 일치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 보고서가 각주로 적은 링크는 12개였고, 방문지 설명을 모두 이렇게 했다. ‘항주 임시정부 청사 방문시설 홍보자료’ 링크도 있었지만, 표절은 방문지 설명에서 나왔다.

▲2019년 12월 당시 중국을 방문한 연수단(홍대환 의장, 이정숙 부의장, 최영희 의회운영위원장, 이희주 행정자치위원장)이 쓴 보고서는 하나마나한 출처를 달았다. ‘남경총통부’를 소개하면서 나무위키에서 내용을 가져와 링크를 달았는데 각주로 링크를 달았다. 보고서는 pdf 파일이라 바로 링크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카피킬러>가 표절로 판단한 링크를 통해 내용을 확인했다.

보고서 총평과 함께 의원 개별 소감이 있었고, 여기서 표절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소감을 읽어봐도 주요하게 방문한 출장지가 관광객들의 코스인 ‘항일 유적지’ 중심이라 의정에 반영할 의미 있는 연수는 아니었다.

한편, 남구의회는 2018년과 2019년 제주와 부산 3곳에서 국내 연수를 했다. 제윤의정과 한국산업기술원에서 주관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행정사무 감사와 조례안 심사 제정 , 스피치 기법 등에 관한 커리큘럼이 있었으나, ‘문화체험’ 명목의 관광 코스도 포함돼 있었다.

▲ 대구 남구의회는 2018년~2019년 총 3차례 국내연수를 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