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5) 대구 서구의회, 달서구도 베낀 보고서 ‘복붙’

대구서구의회 표절률 19%, 달성군의회 14%

16:20

[코로나19 여파로 대구시와 8개 구·군 기초의회 국외공무 연수도 멈췄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기 직전까지 다녀온 연수는 과거보다 좀 나아졌을까. <뉴스민>은 대구시의회와 대구 8개 구⋅군의회가 지난 2018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다녀온 31개 국외공무연수 보고서를 분석했다.]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예천군의회 사태 이후 달라졌을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1) 대구중구의회 보고서 표절률 1위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2) 표절률 27%-6%로 차이 큰 달서구의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3) 19명 간 수성구의회, 보고서 소감은 3명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4) 대구 동구의회, 의장 인사말·성과까지 베꼈다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5) 대구 서구의회, 달서구도 베낀 보고서 ‘복붙’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6) 좋은 보고서 쓴 대구북구의회, 하지만 소감 표절도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7) 대구시의원, “직원이 보고서 쓰지, 의원이 쓰는 경우 있나?”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8) 민주당 의원 참여 따라 달라진 대구남구의회
[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끝) 잘하도록 제도 지원, 못하면 패널티 부과해야

대구 서구의회, 달성군의회 공무국외연수 보고서를 표절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로 살펴보니, 표절률은 19%와 14%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좋은’ 보고서라기엔 부족했다. 몇 개의 출처 표시가 있었지만, 하나마나 했고, 통째로 ‘짜깁기’한 부분도 있었다.

▲ 서구와 달성군은 2019년 한 차례씩 공무국외연수를 했다.

서구의회는 2019년 11월 6일부터 6박 8일 일정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로 해외연수를 갔다. 당시 의장이던 조영순(무소속) 의원을 포함한 서구의원 7명은 ▲시드니 그린스퀘어 도서관, 리버우드 커뮤니티센터 ▲블랙타운 시청과 시의회 ▲로토루아 시청과 시의회, 인디펜던트 리빙 서비스(장애인 지원기관)를 공식 방문했다. 연수단은 국제교류를 통한 발전적인 의정 방안을 도모하고, 자원재활용 및 복지시설, 도시재생 등 모범사례를 발굴하기 위한 출장을 떠났다.

보고서에는 방문 도시 및 장소 정보를 바탕으로, 현장 질의 내용과 1/2쪽 분량의 소감도 있었다. 연수 의원 7명 전원의 소감도 확인 할 수 있었다. 출장 전 토론회 등 사전 준비 과정도 보고서를 통해 소개했다. 그러나 출처 표시는 ‘외교부(www.nofa.go.kr)’와 ‘네이버 지식백과'(www.naver.com)가 전부였다. 어떤 정보를 외교부와 네이버 지식백과 어디에서 참고했는지 알 수 없었다. 불분명한 출처 표시로 있으나마나한 정보다.

▲ 대구 서구의회가 2019년 호주 리버우드 커뮤니티 센터를 방문해 관계자와 질의응답을 주고받고 있다. 서구의회는 의원 개별 소감 부분에 표절이 발견되지 않았다. 의원들이 모두 메모를 하며 관계자의 말을 듣고 있다. (사진= 대구 서구의회 제공)

서구의회 보고서 표절률은 19%였다. 전체 467개 문장 중 동일한 문장은 18개, 표절이 의심되는 문장은 86개였다. 표절로 확인되는 부분 상당수가 호주 노인정책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나왔다. 2014년 출간된 <시도 뉴스레터>에서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호주사무소 전문위원이 쓴 글이다. 달서구의회 2019년 11월 호주 연수단도 공무국외연수 보고서에서 해당 글을 베낀 바 있다. 서구의회는 달서구의회보다 표절 부분이 더 많다. 거의 통째로 가져왔다. ‘호주의 노인 복지’ 제도를 설명하는 3쪽 정도의 분량을 고대로 가져왔다. 출처 표시가 제대로 됐다면, 보고서 표절률은 거의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연수단장 조영순 의원은 개별 의원 소감에 표절이 없는 이유로 “동행한 의원들에게 개인적인 소감을 어려워하지 말고, 익숙하지 않더라도 솔직하게 쓰면 된다고 했다. 작성에 도움이 되도록 현장 메모도 당부했다”고 말했다. 일부 정보에 표절률이 나온 것에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 그 부분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 2014년 <시도 뉴스레터>에 ’21C 초고령화시대, 호주의 노인복지 정책을 통해 바라본 대응방안 고찰'(전국시도지사협의회 호주사무소 전문위원)에 관한 글(위).
▲ 서구의회 공무국외연수 보고서(아래) 는 호주 노인 복지 정책 설명을 출처 표시 없이 내용을 베꼈다.표절로 확인되는 문장 다수가 이 부분이다. 출처 표시가 제대로 되었다면 표절률은 많이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달성군의회도 2019년 10월 30일부터 7박 9일 동안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에서 국외연수를 했다. 당시 의장이던 최상국(국민의힘) 의원을 포함해 달성군의원 8명이 유럽 선진 지방의회 제도와 운영 기법을 배우고, 친환경 도시재생 정책과 관광 사업화 활용 사례 자료 수집을 목표로 출장을 갔다. 주요 방문지는 ▲하이델베르크 의회 ▲반슈타트 마을 ▲슈투트가르트 에너지절약 주택전시장 ▲뭔헨 신시청사, 마리엔 광장 ▲잘츠부르크 세계문화유산 역사지구 ▲친환경 태양열 주거단지 솔라시티였다.

보고서를 보면, 연수단은 해당 기관에서 하는 일이나 궁금한 것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방문지에 대한 연수 소감과 시사점도 있었다. 달성군 의정에 반영할 것을 살핀 고민도 보인다. 비엔나 슈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을 견학하고, 달성군 남부 제지공장 소각로 증설 공해 문제와 연관지었다. 이들은 해당 시설을 방문하고 철저한 유해물질 관리와 시민들의 인식개선, 혐오시설을 관광지로 만든 인식의 전환이 시사할 점이라고 밝혔다. 달성군 현안과 관련해서는 관련 사례 발표나 시설 견학 지원, 유해물질 필터 시스템 등 개선 방향을 제시했지만, 내용은 2줄에 불과했다. 모든 방문지에 대한 구성과 서술은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연수에 대한 전반적 평가도 1쪽 분량이다. 의원 개개인의 소감은 없었고, 보고서 작성자도 누군지 모른다. 모두에게 충실한 연수였는지 알 수 없다.

▲ 달성군의회가 2019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을 견학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달성군의회 제공)

표절률은 14%로 나타났다. 연수 방문지를 설명하는 내용을 블로그에서 가져왔는데, 블로그는 건축관련 도서에서 그 내용을 가져왔다고 출처 표시를 했다. 블로거는 표시한 출처를 보고서에는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것이다. 달성군의회는 보고서 맨 마지막장에 자료수집 출처로 ▲네이버 지식백과, 나무위키 ▲한국일보(윤종원 칼럼 ‘남들과 다른 비엔나 주택정책’) ▲매일신문(산업관광 굴뚝에 피는 관광의 꽃-<1>프롤로그: 왜 산업관광인가) 3개를 표기했다. 서구와 마찬가지로 안일한 출처 표시다. 따라서 <카피킬러>는 이를 표절로 봤다.

▲ 연수방문지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에 관한 설명 일부는 블로그에서 가져왔다. 블로그는 해당 내용이 2009년 출간한 건축 관련 도서에서 나온 내용으로 출처 표시를 했다.

당시 의장으로, 연수단장 최상국 의원은 전액 자부담으로 연수에 참여했다. 최 의원은 “연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아 나는 의회 비용으로 안 가겠다고 약속했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의원들에게도 사전에 계획을 철저하게 하고 가자고 했고, 가서 소각장이나 한옥마을, 의회 문화 등 지역 현안 및 의정 활동에 도움이 되도록 배우고자 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의원 개별 소감과 출처 표시가 미흡한 점에 관해서는 “함께 연수에 동행한 사무국 직원들과 연수 내용을 공유하고 토론했다. 최종 보고서 작성을 직원들이 전담했는데, 그 부분을 놓친 것 같다”고 덧붙였다.

▲ 2017년 한국일보 칼럼 내용을 달성군의회 공무국외보고서가 가져다 썼다. 해당 칼럼을 인용했다고 맨 마지막 출처를 적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의 내용을 가져왔는지 제대로 표시를 안 해 <카피킬러>는 표절로 판단했다.

한편, 대구 서구의회와 달성군의회 모두 2018~2020년 사이 총 4차례 국내연수를 했다. 참가 의원 명단은 둘 다 확인이 어려웠다. 특히 달성군의회는 전원이 참석했다고 예산서를 기준으로 반영했지만, 실제 전원이 참석했는지는 알 수 없다.

▲ 대구 서구의회는 2019~2020년 4차례 국내연수를 했다.
▲ 달성군의회도 2018~2019년 4차례 국내연수를 했다.

국내연수에 관한 기본 정보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어렵게 확인하고, 그조차도 제한적인 것은 문제다. 연수 이후, 얼마나 충실하게 연수가 진행됐는지 확인할 길도 전무하다. 서구의회와 달성군의회를 포함한 모든 기초의회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구군민들에게 국내 연수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적절히 진행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내실있는 연수를 위한 첫 걸음은 투명한 정보 공개부터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