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연수가면 뭐하니?] (6) 좋은 보고서 쓴 대구북구의회, 하지만 소감 표절도

16:49

[코로나19 여파로 대구시와 8개 구·군 기초의회 국외공무 연수도 멈췄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기 직전까지 다녀온 연수는 과거보다 좀 나아졌을까. <뉴스민>은 대구시의회와 대구 8개 구⋅군의회가 지난 2018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다녀온 31개 국외공무연수 보고서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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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의회 공무국외연수 보고서를 표절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로 살펴보니, 표절률 12~1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출처를 표시했고, 참여 의원들의 연수 소감도 대부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표절 부분이 나온 보고서도 있고, 좋은 사례로 꼽히는 보고서도 나왔다.

▲ 대구 북구의회는 2018~2019년 총 3차례 공무국외연수를 다녀왔고, 표절률은 12~17%로 다른 의회에 비해 낮은 편이다.

북구의회는 2018년, 2019년 총 세차례 국외연수를 다녀왔다. 2018년 북구의회 재적의원(20명) 중 19명은 10월 26일부터 7박 9일 일정으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일대로 연수를 갔다. 당시 의장이던 이정열(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북구의원들은 ▲쿠알라쿰푸르 겐팅 하이랜드 ▲싱가포르 가든스바이더베이, 주릉새공원, 멀라이언 파크, URA 시티갤러리, 리틀 인디아, 마리나 베리지 ▲마라카 뉴워터비지터센터, 센토사섬 ▲푸르트자야 등을 견학했다. 수자원관리, IT단지 조성, 교통 등 다양한 분야의 성공적 스마트 솔루션 활용 사례를 학습하고, 도시관리와 문화관광 분야의 공공행정 시스템 제도를 보기위한 것이었다.

보고서를 보면 의원들은 연수를 위한 모임을 하는 등 사전 준비를 했다. 출처 표시를 한 것도 있고, 13곳의 방문지에 관한 설명과 함께 시사점 및 방문 소감도 있다. 관련한 구정 현황을 언급하기도 하고, 북구에 적용할 수 있을 지도 담았다. 방문지에 관한 소감은 각 1쪽 분량으로, 모든 방문지마다 있었다. 연수 총평도 참가의원 전원의 연수소감이 확인 가능했다.

보고서 표절률 17%는 대구 다른 기초의회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표절 부분 비중이 적어도, 표절이 발생하는 패턴은 비슷했다. 방문한 장소에 대한 설명을 여행 소개 사이트에서 가져오면서 출처 표시 없이 썼다. 이정열 의장과 차대식(국민의힘) 의원이 쓴 연수 소감에서 제천시의회 보고서(2014)와 블로그(2007) 내용이 각각 일부 일치했다.

▲ 2018년 대구 북구의회 의원 19명이 다녀와 작성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연수 보고서에서 방문지 머라이언파크 설명을 현지 여행 사이트에서 갖고 오면서 출처 표시를 하지않아 <카피킬러>가 표절로 진단했다.
▲ 2018년 당시 의장이던 이정열 의원이 쓴 연수 소감은 2014년 제천시의회 연수 보고서 내용에 적힌 각 문장과 85~96% 정도 일치했다.
▲ 차대식 의원 역시 블로그 글에서 내용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글은 2007년에 말레이시아 지역을 여행하고 쓴 글이다.

2019년 10월 28일 5박 6일간 중국 상해, 항주, 연길 일대를 다녀온 국외공무연수도 표절률 17%였다. 당시 이정열(국민의힘) 의장 등 11명이 연수단으로 떠났고, 항일 독립운동 주요 유적지 및 국제 교류 도시, 복지시설 등을 방문했다. 연수단은 ▲금산중인사회복지센터 ▲상해임시정부청사 ▲영경방, 서금로 ▲서호구 행정서비스센터 ▲서계 습지 ▲명동촌, 윤동주 생가 ▲봉오동 전투유적지 등을 찾았다.

해당 보고서도 표절 유형은 비슷했다. 장소 설명 부분을 가져오면서 출처 표시를 않고, 소감 부분은 다른 의회 보고서를 참고했다. 표절 비중이 다른 의회보다는 적어 표절률이 낮게 나온 것 뿐이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진주시의회 공무연수 보고서에서 방문지 ‘금산중인복지원’ 설명에 적힌 문장과 61~81%가 일치하기도 했다. 차대식 의원이 쓴 소감 부분은 2016년 달서구의회에서 중국을 방문하고 쓴 소감 부분과 일부 비슷했다.

차대식 의원은 “글쓰기 익숙하지 않다보니 기승전결에 맞춰 글을 쓰는 ‘어떻게’ 쓸까 고민하는 과정에 다른 보고서도 참고했다”며 “가서 열심히 현장 연수를 했던 것과 별개로 (글쓰는) 그부분에 (제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 2019년 대구 북구의회의 중국 국외연수 보고서 내용 일부. 네이버 지식백과에 있는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설명을 출처 표시 없이 그대로 옮겼다.
▲ 2019년 북구의회 중국 국외연수 보고서에 방문지 금산중인복지원 설명이 2016년 진주시의회 공무국외연수 보고서에 적힌 내용과 상당히 비슷하다.
▲ 2019년 대구 북구의회의 중국 국외연수 보고서 중 차대식 의원 소감 일부가 2016년 달서구의회 보고서 내용과 유사하다.

2019년 5월 15일부터 8박 10일 안경완(더불어민주당), 유병철(무소속), 한상열(더불어민주당), 김지연(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이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일대로 떠난 보고서는 ‘좋은 사례’다. 표절률이 낮고, 보고서 내용도 충실해서다. 내용이 일치한다고 나오는 부분도 큰 문제가 아니었다. 출처 표기를 했지만 <카피킬러>가 인식하지 못했거나, 단순 표현 상 일치였다.

안권욱 고신대 교수(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정책부위원장)를 연수단장으로, 남구의회 이정현, 정연우 의원이 동행했다. 기존 연수에선 의회 직원이 동행했지만 이들은 자부담을 통해 전문가를 초빙했다. 연수단은 정해진 견학 코스 대신 안권욱 교수를 통해 섭외를 진행하고, 직접 항공기 티켓과 숙소를 예매했다.

이들은 해당 국가로 주민 직접참여정치, 자치권, 자치단체 협력시스템을 연구하기 위해 다녀왔다. ‘운터쿨룸 게마인데’ 지역 법원과 소방서 등 공공기관을 방문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총회를 참관했다. ‘라우에넨 게마인데’ 지역에선 자치 수력박전소, 노인요양시설, 교육시설 등을 견학했다. 숙소는 호텔 대신 에어비앤비에서 묵으며 현지 주민과 교류했다.

보고서에는 연수기관 연락처나 주요 인사에 관한 정보도 담았다. 각주와 참고자료 표기도 훌륭하다. 준비과정과 현지답사, 다녀와서까지 충실하게 해당사안을 공부했음이 첨부 자료와 자료 구성에서 엿보였다. 연수보고서는 주민의 정치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지방분권에 관한 배경, 사례 등 연수 전후 다방면으로 다뤘다. 보고서는 111쪽에 달했고 형식과 내용이 전반적으로 잘 구성되어 ‘우수사례’로 꼽힐만하다.

▲ 2019년 북구의회 안경완, 유병철, 한상열, 김지연 의원이 남구의회 이정현, 정연우 의원과 함께 간 국외연수는 좋은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보고서는 각주 등 출처 표시가 잘 되어 있었고, 보고서 내용 역시 논문이라 할 정도로 충실했다. 방문한 연수기관 연락처와 관계자를 정리한 표(왼족)와 각주 등을 활용(오른쪽)해 출처 표시가 꼼꼼하게 되어있다.
▲ 보고서는 분량은 총 111쪽에 달했고, 주민 정치 효용을 높이기 위한 지방자치제도 고민이 충실하게 담겼다. 연수 기간 전후로 충실한 보고서 작성을 위해 노력했음이 드러난다.

안경완 의원은 “2015년부터 지방분권 운동을 해와서 관심이 많았고, 연수 6개월 전부터 연수 준비를 했다. 연수를 통해 현장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며 “자치 분권 선진국인 스위스의 주인의식이 ‘풀뿌리정치’, 갈등 문제 해결의 토대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북구의회도 2019년 7월 공무국외연수 규칙이 개정되었으나, 개정으로 인한 영향이 적었다. 개정과 상관없이 표절률이 낮았다. 표절률이 가장 낮은 스위스 국외 연수(12%)는 개정 전에 다녀온 출장이다.

▲ 2019년 북구의회 안경완, 유병철, 한상열, 김지연 의원 4명은 안권욱 고신대 교수를 연수단장으로 스위스로 공무국외연수를 다녀왔다. 현지 부시장의 안내로 아라우시 시찰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 = 북구의회 제공)

한편, 북구의회는 네차례 국내 연수를 경주, 제주, 포항 등을 다녀왔다. 첫 국내 연수는 제적의원 20명이 전원 참석했지만, 이후에는 3~6명이 불참하기도 했다. 북구의회의 경우 해당 의원들 누가 참석하고, 불참했는지를 정보공개 청구 자료를 통해 확인이 어려웠다. 대략적인 연수 목적 외 구체적 커리큘럼도 알 수 없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