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직전 발생 대구 산재 사망···시공사 “안전조치 안 됐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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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7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상가 신축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 전국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노조)가 사업주 구속, 철저한 조사,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요구했다. 노조는 회사의 공사비 절감이 사고를 불러왔다 보고 있다. 시공사 측은 “무리한 작업이었고,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관련기사=추석 앞두고, 대구 달성 건설현장 깔림 사고 1명 사망·2명 부상 (‘23.09.27.))

사고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상가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공사금액이 50억 원 미만이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사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지대가 부실한 보와 보 사이에 고정하지 않은 각파이프를 올려놓고 그 위에 약 4톤의 합판을 올려놓자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보가 무너졌다. 위에 있던 A씨는 합판들과 함께 떨어지면서 사망했고, 아래에 있던 작업자 2명은 부상을 입었다.

현장에 안전로프, 안전난간대가 없었기 때문에 A 씨는 안전고리를 걸고 작업하지 못했다. 시공사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사업주는 안전난간대와 로프 등 안전망을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공사 소속 현장소장은 “사고 당일 현장 노동자들로부터 무리한 작업을 반대하는 의견은 듣지 못했다”며 “당일 작업은 4시에 마무리됐고, 다음날 작업을 위한 준비 중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 안전 로프나 난간대가 없었다는 건 사실이다. 타설 전이라 설치가 쉬운 위치는 아니지만, 있어야 하는 게 없었던 건 맞다. 크레인이나 추락 방지 조치가 있어야 하지만 안 된 게 맞다”고 말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은 “27일 사고 발생 직후 출동했고, 해당 현장은 전면 작업 중지 조치 됐다. 행정처분 의견제출 기간 10일을 준 상황”이라며 “50억 미만 현장이라 산안법 관련 조사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사고 직후 바로 옆 구간에 같은 방식으로 작업하던 곳이다. 노조는 “사진을 보면 각파이프 4개 위에 함판을 많이 쌓아놓은 것이 보이고 철근과 철근 사이에는 안전로프조차 없다. 안전로프가 있었다면 A 씨는 안전고리를 걸고 작업을 했을 것이고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

건설노조는 5일 오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주에 대한 무거운 처벌, 현장조사에 노동조합의 참여 보장, 50억 미만 현장에 중대재해처벌법 당장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사망한 A 씨의 유족과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동료가 참석해 발언했다.

현장에서 함께 작업했던 동료 한기백 씨는 “날이 어두워진 데다가 자재 결박 등 대책을 세우고 작업해야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지휘한 소위 ‘시다우께(하도급업자)’가 빨리 하자고 해서 강행하다 사고가 일어났다”며 “이 사고는 명백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무리한 작업에 대해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의견이 있었음에도 오직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생각으로 노동을 강요한 회사의 욕심이 사람을 죽인 것”이라며 “건설현장의 중대재해는 대부분이 미리 대비하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라고 강조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