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이태원, 반복되는 참사···“잊지 말아 달라”

이태원 참사 1주기, 세월호 참사 9주기 대구 청년‧대학생 피해자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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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피해자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을 언제까지 가져야 하나. 다시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달려왔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을 때의 충격은 굉장히 컸다. 엄마들은 며칠 공방에 못 나오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과정을 돌아보면 생존자 가족은 유가족에게 미안해하고, 피해자는 국민들에게 미안해하고, 국민은 또 피해자에게 미안해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같은 마음이 반복되고 있다” (장동원 세월호 참사 생존자 장애진 씨 아버지)

8일 저녁 경북대학교 인근 카페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세월호 참사 9주기 대구 청년‧대학생 피해자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는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 대구통일열차, 경북대 인권모임, 대구416연대가 공동 주최하고 416재단, 해양수산부가 후원했으며 지역 청년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야기 손님으로 장애진 씨(세월호 참사 생존자), 장동원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총괄팀장(장애진 씨 아버지), 이태원 참사 유가족 A 씨, 조경미 이태원 참사 유가족(희생자 조경철 씨 누나) 참석했다. 이들은 참사 당일의 기억과 이후 활동을 풀어 놓으며 ‘잊지 말아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8일 저녁 ‘이태원 참사 1주기, 세월호 참사 9주기 대구 청년‧대학생 피해자 간담회’가 열렸다.

장동원 총괄팀장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자꾸 나와서 이야기해야 해야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며 “생존자와 유가족 간 간격을 좁혀나가는 시간도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처음엔 생존자나 그 가족과 함께 있는 걸 힘들어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믿음을 갖게 됐다. 이태원 참사도 비슷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 가족협의회 활동을 하고 있는 A 씨는 “처음엔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 구급 일지 이후 찍힌 영상이나 스마트 워치 심장 박동 기록 등 아직 궁금한 게 너무 많다”며 “기억과 연대를 통해 동력을 얻고 있다.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걸 기억해 주는 것만 해도 힘이 된다”고 말했다.

장애진 씨는 응급구조사가 된 이유에 대한 물음에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다. 도보행진을 할 때 제3자들이 따라오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 마음들 때문에 응급구조과로 진학했다”며 “생존자라는 말이 따라오는 게 당연히 싫지만 없던 일로는 할 수 없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니 받아들이고 살고 있다. 다른 (생존) 친구들도 유치원 교사가 되거나 이제 졸업을 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아직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경미 씨는 “’시체팔이 한다. 남동생 팔아서 장사하냐’는 말이 너무 힘들다. 왜 시청에서 집회를 하냐. 세금을 왜 너희에게 줘야 하냐, 빨갱이라는 말도 한다. 유가족은 보상금을 받은 적이 없다. 책임자 처벌, 진상 규명,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원할 뿐”이라며 눈물을 닦았다.

A 씨도 “참사 이후 하루도 회사에 나가지 못했다. 회사를 휴직하고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유가족 협의회 활동을 하고 있다. 1년 동안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한다. 삼보일배, 전국을 다니고 전단지 돌리며 서명운동도 하고,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했다. 그런데도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과정이 전혀 진전 없고 점점 잊혀지는 게 가장 힘들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 대구통일열차, 경북대 인권모임, 대구416연대가 공동 주최하고 416재단, 해양수산부가 후원했으며 20여 명의 청년 및 시민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롤링페이퍼를 작성해 전달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