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11년 만에 다시 화재…“이정현 XXX아” 분노한 상인들

    시장 상인 중 약 30% 보험 가입
    권영진, “중앙 정부에서 고통받는 상인들 도와야”

    19:32

    “이정현, 야이 XXX아, 이리 와봐!”

    30일 새벽 대형화재로 지하 1층, 지상 4층인 4지구 상가 건물이 전소한 대구 서문시장은 정부 당국에 대한 원망과 가늠할 수 없는 피해로 절망이 가득했다.

    ▲서문시장 화재현장[사진=대구시]
    ▲서문시장 화재현장 [사진=대구시]

    이날 새벽 2시 8분께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4지구에 발생한 화재로 1976년 지은 4지구 상가 건물이 완전히 내려앉았다. 내부 상가 679개도 모두 전소하거나 건물이 붕괴하면서 회복 불능 상태로 확인된다.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전기·가스 등 유관기관 합동조사를 통해 화재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2005년 12월 서문시장 2지구 화재 당시에는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데만 한 달이 걸려, 이번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오후 3시 52분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서문시장을 찾았지만, 잦은 화재 사고로 분노한 일부 상인들이 이정현 대표를 향해 욕설을 쏟아냈다. 화재 현장에는 이정현 대표뿐 아니라 대구 지역 국회의원 다수가 방문해 개별적으로 화재 현장을 둘러봤다. 오후 5시에는 권영진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이 참석하는 현장 회의를 열어 대책을 의논했다.

    ▲오후 3시 52분께 서문시장을 방문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시장 상인들의 항의를 받았다.
    ▲오후 3시 52분께 서문시장을 방문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시장 상인들의 항의를 받았다.

    대구시는 이날 오후 4시 30분께 공개한 보도자료를 통해 화재 진압이 종료되면 4지구 상가에 대한 철저한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피해 상인을 위한 대체 상가 확보, 경영안정자금 보증 지원, 각종 세제 지원 방안 등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국민안전처, 행정자치부, 중소기업청 등 각 정부기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 ▲재난안전특별교부세 지원 ▲경영안정자금 보증지원 ▲기부금품 모집허가신청 ▲세제 감면 건의 등을 요청하고 , 자체적으론 ▲대체상가 확보 및 지원 ▲현장안전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피해 상인들은 정부 당국이 하루빨리 지원 대책을 세우고 피해 보상이 이뤄지길 바라면서도 소방당국이 초동 진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불신도 드러냈다.

    서문시장에서 49년째 점포를 운영 중인 김만곤(71) 씨는 “듣기로는 여기 있는 소방서(대신119안전센터)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온 소방차가 들어갔다고 한다”며 “그래서 초동진압이 잘 안 됐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용래 대구중부소방서장은 12시께 브리핑을 통해 “119 신고를 받고 바로 1분 안에 소방관이 현장에 달려갔다”며 “현장을 확인하고 소방차를 배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김 씨는 소방당국이 브리핑을 진행하며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는 투로 말한 것에도 크게 반발했다. 김 씨는 “우리는 소방서에서 시키는 대로 돈 들여서 다 설치를 했는데,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기능 안 해서 화재가 커졌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면피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문시장 화재현장[사진=대구시]
    ▲서문시장 화재현장 [사진=대구시]

    38년째 속옷류를 판매하고 있다는 김미자(64) 씨도 “(2지구 화재 후) 예방 대책이란 게 따로 없었다. 야시장 생기고 수요일, 토요일에 소방훈련을 했는데, 소방차가 왔다 가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점포가 완전히 내려앉았다. 오늘 아침에 와서 은행에 집어넣으려고 현금도 1,200만 원 있었다”며 “우리는 통장이고 도장이고 다 시장에 두고 다닌다. 폭삭 내려앉았다”고 울상을 지었다.

    화재가 난 건물은 76억 상당 보험에 들어있지만, 상가 상인 약 30% 정도만 보험에 가입해 이들의 피해 구제도 문제다. 20년째 아동복 매장을 운영해온 이 모(58) 씨는 “보험은 넣긴 넣었지만, 우리가 원하는 대로 안 넣어진다. 저 같은 경우에는 3천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는데, 여름옷, 가을옷, 겨울옷 재고가 많아서 피해액은 가늠이 안 된다”고 말했다.

    류승재 서문시장상가연합회 부회장은 “전통시장은 화재 취약 라인이어서 보험회사에서 꺼린다”며 “메이저급 보험회사는 보험을 들어주지 않고, 작은 곳에 점포 약 30% 정도가 들어있다. 보상액은 최소 1천만 원에서 5천만원 정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권영진 시장과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권영진 시장과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권영진 시장은 “연말을 대비해서 굉장히 많은 물건을 쌓아놓았는데 문제는 개별 보험을 별로 안 들어놓았다는 것”이라며 “건물 76억 외에 상인들이 공식적으로 보상받을 수 없다. 대부분 세입자들이고 어려운데 재정 지원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성금으로 지원하고, 지자체가 지원할 계획이다. 중앙 정부에서 고통받는 상인들 도와줄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한다. 새로 건물 짓는데 적어도 300억이 들 것 같다. 의견 조율하고 합의 보는 복잡한 과정도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화재 발생 이후 소방당국의 진화 작업으로 큰불은 잡혔지만, 잔불이 여전히 남아 당국의 진화 작업은 새벽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