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보호소에 갇힌 이주노동자…백일 지난 딸과 생이별

    보호소 구금 외국인 코로나 감염 우려
    "특단 대책 필요···일시보호해제 요건 완화해야"
    아동 분리 상황, "유엔아동권리협약 위반" 지적도

    14:01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느닷없이 출입국사무소의 외국인 보호소가 가득 차고 있다. 국외 출항 비행기가 없어 강제 출국 대상 외국인을 제때 출국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안전한 격리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 이주노동자 딘티타오(37, 가명) 씨는 5월 31일 새벽, 딸의 백일잔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경찰에 잡혀갔다. 아내 수안하이(28, 가명) 씨와 딸을 먼저 집에 보내고 뒷정리 후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길에 승용차와 접촉사고를 냈다. 승용차 운전자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타오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서에서 타오 씨는 미등록 상태로 체류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 길로 강제 출국을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이송됐다. 집에서 타오 씨를 기다리던 하이 씨는 체포 소식에 부랴부랴 경찰서를 찾았고, 수갑을 차고 있는 타오 씨를 잠깐 만날 수 있었다. 하이 씨도 미등록 처지였지만, 이를 따질 상황은 아니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이송 전 갈아입을 옷 한 벌을 전해줬다.

    ▲사진출처=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페이스북

    하이 씨도 베트남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남편 단속이 결정적이었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남편이 일하는 공장 일감이 없어 분윳값을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하는 동안 최저임금 이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것도 긴장의 연속이었다. 보험 가입도 되지 않았고, 병원 가기도 어려웠다. 이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된 것은 취업 기간인 3년을 채우고 나서 취업 활동 기간 연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하던 공장 사정으로 해당 공장이 이주노동자 채용을 할 수 없게 됐고, 연장 신청 기한이 끝날 때까지 다른 공장을 구하지 못했다.

    미등록 처지라 딸의 출생신고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여권도 만들 수 없었다. 서울에 있는 베트남 대사관에 출생신고를 먼저 해야 했다. 타오 씨, 하이 씨는 강제 출국당하면 그만이지만 딸이 문제다. 딸의 여권을 만들려면 부모의 신분증·여권발급 동의서가 필요하다. 아버지는 외국인 보호소에 있다.

    15일, 하이 씨는 여전히 출국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보호소에 있는 타오 씨는 공중전화를 이따금 걸어 오지만,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나눠 써야 하기 때문에 한 통화에 몇 분을 넘기지 못하고 끊었다. 짧은 통화 시간은 딸의 안부를 묻기에도 부족하다.

    둘만 남은 방, 한국에서 찍은 웨딩 사진 밑에 놓인 어항 산소 발생기 소리가 유독 크게 울린다. 어항과 밥솥, 다른 한국에서 마련한 살림들 모두 나눠줄 사람을 정했다. 하이 씨의 바람은 추방당하더라도 남편, 딸과 함께 가는 것이다.

    ▲타오, 하이 씨가 살던 대구 한 원룸. 선반에 어항과 이유식, 경찰 통지서가 놓여 있다.

    대구출입국사무소에 따르면, 법무부가 정한 특별 자진 출국 기간이 시작된 2019년 12월 11일부터 6월 10일까지 대구출입국 관할 미등록 이주노동자 539명이 적발됐다. 이들 중 431명이 출국했으며, 현재 출국하지 못하고 대기 중인 외국인은 108명이다. 대구출입국 외국인 보호실의 정원은 19명이며, 대기 중인 외국인은 대구출입국 외국인 보호실과 화성, 청주, 여수 등 전문보호시설에 나눠 구금 중이다. 대구출입국은 보호소 내 외국인 밀집 상황에 대해서는 “현재 보호인원은 가변적이고 보호시설의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제공하기 어렵다”라며 자세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최근 출입국을 방문한 성서공단노동조합은 보호실 1실에 최소 10명 이상이 구금 중인 것으로 파악했고,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면회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별 자진 출국 기간, 대구출입국에 2,777명이 자진 출국 신고했고 2,203명이 출국했다. 남은 574명은 코로나19로 인해 항공편을 구하지 못한 채 대기 중이다.

    보호소 구금 외국인 코로나 감염 우려
    “특단 대책 필요···일시보호해제 요건 완화돼야”
    아동 분리 상황, “유엔아동권리협약 위반” 지적도

    출국 정체로 보호소 구금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 외국인이 다수 발생하는 상황,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라도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보호소 구금은 최소화해야 하며, 현재 구금 중인 외국인은 보호 일시 해제 청구 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보호명령서나 강제퇴거명령서를 발급받고 보호 중인 사람은 최대 2천만 원의 보증금을 내고 보호 일시 해제를 청구할 수 있다.

    난민인권네트워크, 이주인권연대 등 단체는 지난 3월 성명을 통해 “현재 당국이 미등록 외국인 단속을 줄이고 외국인 보호소 수용 인원을 최소화하려 노력하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교통법규 위반 같은 경미한 범법행위로 단속되는 등 여전히 보호소에 수용되는 외국인이 있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호소 대신 출국 명령을 발부해 자진 출국시켜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보호소에는 의사가 한 명뿐이고 의료인프라도 열악하다. 보호소 내 오랜 구금 생활로 건강이 악화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보호소 내 감염이 진행되면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철 성서공단노동조합 상담소장은 “이미 보증금 최대 2천만 원을 내고 일시보호해제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보증금 금액이 많고 심사가 까다로운데, 이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사고로 벌금이 발생한 이번 타오 씨 사건 같은 경우 벌금을 내고, 퇴거명령서를 발부한 다음 훈방조치 하는 것도 방법이다. 있는 제도를 유연하게 활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타오·하이 씨 부부 딸은 대한민국이 1991년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상 아동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협약에 따르면,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취득권을 가지고,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 비준 당사국은 이러한 권리가 실행되도록 보장하여야 하며, 권리가 실행되지 아니하여 아동이 무국적으로 되는 경우에는 특히 노력해야 한다. 또한 아동의 의사에 반해 부모로부터 분리되지 아니하도록 보장해야 할 의무도 있다. 이 의무를 위해 아동 또는 그 부모가 대한민국에 입국하거나 출국하기 위한 신청은 긍정적이며 인도적인 방법으로 신속하게 처리돼야 한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대한민국은 아동권리협약 비준국으로서 준수할 의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