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첫 매장 ‘대구점’ 폐점 추진···노조 반발, “대량 실업 위기”

대구점 직원들, "우리는 회사를 지키고 싶다"
민주노총·진보당, "코로나 위기 이용한 해고, 두고 보지 않을 것"

13:36

홈플러스가 국내 첫 매장으로 문을 연 대구점을 매각하고 폐점한다는 소식에 노조가 대량 실업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홈플러스 대구점은 1997년 문을 열어서 만약 폐점된다면 23년 일한 직장을 잃는 직원도 생긴다.

24일 오전 10시 30분, 대구 북구 홈플러스 대구점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경본부,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위기에 대량 실업을 양산하는 폐점을 중단하고, 밀실 매각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소유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최근 홈플러스 대구점, 둔산점, 안산점을 매각하고 폐점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점포를 매각한 후 재임차해 영업하는 방식(세일즈앤리스백)이 아니라, 폐점을 전제로 한 매각으로 노조는 대량 실업을 우려하고 있다.

홈플러스 대구점은 지난 1997년 국내 1호점으로 개장해 23년째 운영 중이다. 노조에 따르면, 대구점은 지난 2018년 창고형 매장(홈플러스 스페셜)으로 바꾸면서 약 120여 명이던 직영 직원을 현재 85명까지 줄였다. 협력 업체와 입점 업체 직원까지 합하면 약 200여 명에 이른다.

김영희 마트노조 홈플러스 대경본부장은 “대구점은 1호점으로 근속 연수가 23년인 직원도 있다. 갑작스러운 폐점 소식에 모두 상실감이 큰데, 사측은 고용 문제는 고민하지 않고 있다”며 “대구점 위치가 알짜배기 땅이기 때문에 매각 후 건물 신축 등 개발 사업을 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을 모으는데 이번 폐점은 고용을 지켜야 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MBK가 과도한 배당금을 챙기면서 회사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김영희 본부장은 “홈플러스는 2017부터 2019년까지 당기순이익 7,332억 원을 벌고, 배당금으로 1조 2,130억 원을 썼다.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챙겼다”며 “MBK가 그동안 건물을 팔아치우고 매장 월세를 내느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영업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홈플러스 대구점 직원들

대구점에서 15년째 근무 중인 진영희 조합원은 “홈플러스의 역사인 1호점 대구점이 폐점된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 그동안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았고, 즐겁고 보람 있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현실은 허탈하고 답답하다”며 “회사의 말 한마디에 우리는 불안감으로 살 수가 없다. 그동안 점포를 지키고 키워 온 동료들이 아직 일하고 있다. 우리는 회사를 지키고 싶다. 지금 당장 밀실 매각을 철회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코로나19 위기로 노동자가 잘리고 해고되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도 “이번 매각은 앞으로 닥쳐올 코로나 발 고용 위기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이걸 막아야 지난 IMF 때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홈플러스가 이미 수차례 ‘인원에 대한 구조조정이 없음’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 노조 측은 전국 단위 집회를 진행하며 ▲해운대점, 가야점 폐점설 ▲‘마트산업 포기, 고용보장 새빨간 거짓말’ 등 사실과 다른 루머와 원색적인 표현으로 오히려 위기와 갈등을 부추기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배당금 문제 지적에 대해서도 “노조 측에서 언급한 1조2000억원의 배당금은 과거 ‘홈플러스㈜’가 모회사인 ‘홈플러스스토어즈㈜’에 배당금 형태로 지급한 운영자금”이라며 “실제 ‘홈플러스’가 지급한 일반적인 개념의 배당금은 홈플러스의 지주사였던 ‘홈플러스홀딩스㈜’가 ‘한국리테일투자㈜’에 지급한 것이 해당되며, 금액은 연 214억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우선주 투자자들에게 지급됐으며, MBK와 공동투자자에는 배당금 지급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