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소규모 학교 통폐합 나서나? 유가초 통폐합 논란

유가초 통폐합 추진에 학부모 반발···교육청, “사실상 확장 이전”

17:11

김수옥(40) 씨는 2015년 달성군 유가면으로 이사했다. 자녀를 유가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다. 전교생 오케스트라 활동 등 농촌 소규모 학교의 특성이 마음에 든 김 씨는 우선 첫째와 둘째를 입학시켰다. 이후 나머지 두 자녀도 학령기에 접어들면 유가초에 다닐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 씨는 최근 대구교육청으로부터 유가초가 통폐합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4월 대구교육청은 김 씨 등 학부모 30여 명이 참여한 자리에서 ‘유가초 이전 통합을 통한 학부모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교육청은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내 설립 중인 테크노4초등학교(가칭)와 유가초를 통합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김 씨를 포함한 학부모들은 당장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통폐합되면 자녀 교육 환경이 뒤바뀌는 것은 물론 통학 거리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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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지가 유가초등학교, 도착지가 신설되는 (가칭)테크노4초등학교다. [사진=네이버맵 갈무리]

이에 김 씨를 포함한 일부 학부모들이 반발했다. 교육청은 유가초 확장 이전이라고 설명하지만, 예산 감축 등을 위한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나섰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가면 일대는 앞서 2006년 테크노폴리스지구로 지정되며 인구 유입이 예정됐다. 이에 따라 학교 시설 수요도 발생했고, 교육청은 신설 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유가초 통합 문제는 유가면에 테크노4초가 들어서게 되자 불거졌다. 두 학교 거리가 약 4km가 되면서 통합을 고려하게 된 것이다.

앞서 대구에서는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2011년 감삼중학교 폐교, 2012년 대구남중학교 폐교, 2015년 삼영초등학교 폐교, 2015년 본리중학교·동본리중학교 통폐합 조치했다. 2016년 들어서 유가초 통폐합도 추진하며, 소규모 학교 통폐합 논란에 빠지게 됐다.

학교가 통합되면 학생으로서는 학교 환경 변화·통학 거리 변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유가초는 학교 성격도 바뀐다. 학생 100여 명의 소규모 농촌학교로 ‘전 학년 오케스트라단’ 등 독특한 교육을 받던 학생들은 1,050명(예정) 규모의 학교에서 일반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 또, 인근 아파트 단지의 학생과 외곽지에 주로 사는 현재 유가초 학생들 간 위화감도 조성될 수도 있다.

유가초등학교. 사진=유가초 홈페이지
▲유가초등학교. [사진=유가초등학교 홈페이지]

특히, 김 씨는 학부모로서 학교 통합에 전혀 동의한 적이 없는데 이미 통폐합이 기정사실화 된 것처럼 보이자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유가초 통폐합 반대에 나섰다.

이들은 “유가초 입지, 규모, 환경 조건이 좋아서 선택했다. 학부모의 의사가 존중돼야 하는데 교육청은 학부모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폐합을 추진한다”라며 “테크노4초는 지금 유가초와 여러 환경이 정반대”라고 밝혔다.

이어 “농촌 소규모 학교는 교육 다양성 측면에서 보존돼야 한다. 또한 초등학교가 없어지면 지역공동체가 무너지고 농촌 공동화 현상도 일어날 것”이라며 “특히 학생들로서는 도시학생과 위화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통폐합 계획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공청회를 열고 교육감이 참석하라”고 요구했다.

김 씨는 “일부러 유가초에 자식을 보내기 위해 이사까지 왔다. 애들도 지금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어 한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학교로 가면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교육청이 (유가초)운영 예산 절감하고 부지 활용 등으로 교육 예산 부채탕감을 염두에 뒀다는 의혹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명진 유가초 교장은 “주변에 큰 학교가 들어서서 동창회에서는 그리 가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학생이 줄어드니 통폐합한다면 그 위기는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라며 “학부형으로서는 통폐합하자는 의견도 있고 전통 있는 학교에서 계속 교육 시키자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교육청은 학교 통폐합이 아닌 학교 시설 이전이라고 반박했다.

강형구 학교운영지원과장은 “통폐합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교육청은 유가초를 지금 위치에서 테크노파크 안쪽으로 이전한다는 입장이다”라며 “교장도 지금 교장이 맡게 되고 교사, 직원도 모두 다 같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설명회를 열어 장단점을 알릴 계획이다. 설문조사도 할 계획이지만, 결정 권한은 우동기 교육감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초는 2012년 ‘행복학교’지정 이후 유가면 이외의 지역에서도 학생이 다수 유입되면서 학생수가 늘었다. 2010년 45명이었지만, 현재는 114명이다.

테크노4초 조감도. 제공:대구교육청
▲테크노4초등학교 조감도. [사진=대구교육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