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 북구을행, 꽃길 될까?

대구행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북구 여론조사 결과
대구 8개 구·군 중 세 번째로 낮은 대선 득표 
40% 못 넘긴 동네 3곳서 북을 투표자 88% 거주

11:47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8일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 신년인사회에 나선다. 앞서 홍 대표는 양명모 자유한국당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이 일신상 이유로 사퇴해 공석이 된 북구을 당협위원장 공모에 응모했다. 홍 대표는 7일 개인 SNS를 통해 “마지막 정치 인생을 대구에서 시작하고자 한다”며 북구을 당협위원장 신청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11월 대구를 찾은 홍 대표가 전격적으로 북구을과 달서구병 중 한 곳으로 내려오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직후엔 한국당 관계자들조차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지만, 북구행이 공식화되면서 지역 정가도 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한국당 소속 북구 기초·광역 의원 20명은 지난 5일 홍 대표 북구행을 환영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시·구의원뿐 아니라 대구 시민과 북구 주민 모두가 지역 발전과 대구 발전을 위해 홍 대표가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을 맡는 것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11월 30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구를 찾아 대구행을 공식화했다.

신년 여론조사서 13%만 홍 대표 대구행 찬성
대선 40% 득표 못한 동네도 3곳서 북을 투표자 88% 거주

하지만 이들 주장처럼 지역 여론이 홍 대표 북구행을 달갑게 받아들인다고 볼 지표는 거의 없다. 신년을 맞아 영남일보와 대구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19세 이상 대구·경북 시·도민 1,6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홍 대표 대구행에 부정적인 답변이 높았다.

지난해 12월 25일부터 27일까지 유·무선 혼합(유선 30%, 무선 70%)으로 진행된 해당 여론조사에선 홍 대표 거취에 대한 지역민 의견 조사가 진행됐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4%p, 응답률 4.7%). 홍 대표 거취에 대한 물음에서 당 대표 역할에 전념하라는 응답이 42.8%로 가장 높게 나왔고, 서울 지역 재보궐 출마하라는 응답이 31.0%로 뒤를 이었다. 대구 당협위원장을 맡으라는 응답은 13.0%에 그쳤다.(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특히 홍 대표가 당협위원장에 응모한 북구를 포함하는 대구 동부권(동구, 북구) 응답자들 중에선 11.8%만 대구 당협위원장을 맡으라고 답했다. 서부권(서구, 달서구, 달성군) 13.6%, 중남권(중구, 남구, 수성구) 12.7%에 비해서도 낮다.

지난 대선에서도 북구을 지역에서 홍 대표 지지율이 썩 높진 못했다. 홍 대표는 대구에서 45.36%를 득표했는데, 대구 8개 구·군 중 북구에선 세 번째(44.05%)로 득표율이 낮다. 북구갑과 북구을로 나누어 살펴보면 북구갑에서 48.5% 득표했지만, 북구을에선 43.2% 득표해서 상대적으로 더 낮다.

19대 대선 북구을 투표자 중 87.7%(5만 2,208명)가 몰려있는 북구 동천동(35.8%), 국우동(37.5%), 구암동(39.4%)에선 모두 40%도 득표하지 못했다.

홍 대표에 우호적인 여론이 높지 않은 상황인 데다, 당 대표직까지 맡고 있어서 홍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지역에선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북구을 지역 공천도 정태옥 북구갑 국회의원이 책임질 것이란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전해진다.

▲2017년 9월 15일 대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술핵 재배치 국민보고 대회에 참석한 홍준표 대표

홍의락, “북구을은 바퀴벌레와 독가스가 없는 건강한 곳” 자신감
정의당,  “홍준표 대구 입성에 북구을 주민 민심 싸늘” 평가절하
바른정당, “주민 분노, 한국당 후보 지지철회로 이어질 것” 비판

여론을 반영하듯 북구을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국회의원은 홍 대표의 북구을 입성 소식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의락 의원은 홍 대표가 북구을 당협위원장에 응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개인 SNS를 통해서 “대구가 ‘마지막을 시작’하는 종착점이 아니라 ‘처음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게 하겠다”며 “대구 북구을은 대구의 허파다. 북구을은 바퀴벌레와 독가스가 없는 건강한 곳”이라고 홍 대표를 비꼬아 비판했다.

홍의락 의원은 지난해 12월 31일에도 “중년층은 홍준표 대표 하기 따라 다르겠지만 홍 대표를 홍문수로 규정하는 듯하다”며 홍 대표를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성구갑에 출마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 비꼬아 언급하기도 했다.

정의당 대구시당 북구지역위원회도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홍준표 대구 입성에 북구을 주민들 민심도 싸늘하다”고 평가절하하고, “북구을 유권자들은 제대로 된 국회의원,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국회의원을 원한다. 명분 없는 홍 대표의 대구 입성은 대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바른정당 북구을 당원협의회도 6일 논평을 통해 홍 대표 환영 기자회견을 진행한 지역 시·구의원들을 비판했다. 바른정당은 “공천을 위해 대구 시민, 북구민 의사를 왜곡하고 지역민 자존심 내팽개친 이들의 궤변에 분노의 마음을 표한다”며 “주민의 분노는 결국 한국당 후보에 대한 지지철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