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미니#46:친절한 김기자] 뒤집힌 판결,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항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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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뉴스민 뉴스레터 담당자 김보현 기자입니다. 오늘은 뒤집힌 판결,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항소심 재판 결과에 대한 기사를 소개합니다.
 지난 17일 파견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아사히글라스 원·하청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민사소송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2심을 포함해 4건의 재판에서 불법파견이 인정됐지만 이번 재판부는 다른 결론을 내놓았는데요.
 일본계 기업 아사히글라스는 2004년 구미4공단에 디스플레이용 유리를 만드는 ‘에이지씨화인테크노한국’을 설립했습니다. GTS에 노동조합이 생긴 지 한달 만인 2015년 6월, 회사는 사내하청업체 GTS에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해지 통보를 받은 GTS는 소속 노동자 178명에게 문자메시지로 해고통보를 한 뒤 폐업을 했고요.
 뉴스민은 올해 1월, 2015년부터 9년간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 중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 해고노동자 22명의 얼굴에 대해서 썼습니다. 뉴스미니 구독자분들도 그 이야기를 함께 읽어봐주시길 바라며, 오늘 뉴스레터 시작합니다.
22일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와 비정규직 이제그만이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김 기자: 안녕하세요, 박중엽 기자님. 이번 주 ‘친절한 김 기자’가 PICK한 기사는 2월 22일 자 기사 👉연이은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인정 판결, 뒤집힌 이유는?입니다.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혐의에 무죄가 선고된 걸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와 노동계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 하던데요
  박 기자: 노동계뿐만 아니라, 불법파견 관련 근래 판결 경향을 아는 사람이나 판결의 관례를 아는 법조계에서도 꽤 이례적인 판결이라는 의견이 나왔어요. 원심(형사 1심)을 포함해서 근로자지위확인소송(민사) 1, 2심, 손해배상소송까지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과 관련한 재판 결과가 나온 게 총 4건인데 전부 불법파견을 인정했거든요. 이 상황에서 정반대의 판결을 내리려면 결정적인 사실이 더 밝혀지거나, 새로운 증거가 나오거나, 아니면 법이라도 바뀌어버렸거나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김 기자: 재판의 쟁점을 아사히글라스의 지휘 명령, GTS 사업의 실질적 편입 여부 두 가지로 나눠서 분석하셨는데 이번 판결의 핵심을 짧게 요약해주세요.
  이 기자: 핵심은 아사히글라스 사내하도급업체인 GTS가 실질적으로 ‘파견’이냐, ‘도급’이냐 입니다. 쉽게 말하면 고용된 업체 따로, 업무지시를 하고 명령하면서 쓰는 사람 따로이면 파견, 업체가 전문성 갖고 독자적으로 업체의 전문적인 업무를 스스로 판단해서 수행하면 도급(예를 들어 건설현장의 전문건설업체)인데, 앞에 판결은 모두 파견이라 판단했지만 이번에는 도급이라 판단했습니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는 노동자를 파견 형태로 사용하는 걸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요. 여기서 법원이 사내하도급의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할 때 기준을 6가지로 두는데요. 그중에서도 중요한 게 지휘명령 여부와 사업의 실질적인 편입 여부입니다.

 이번 형사 항소심 법원은 아사히글라스가 작성한 서류를 100% 믿어준 판결이에요. 그 중에서도 중요한 하나를 꼽으면 ‘검수권, 지시권’이라는 개념입니다. 법에 명시적으로 정리된 개념이 아닌, 지휘명령을 정당화하기 위한 개념이에요. 다른 재판에서는 아사히글라스의 상당한 수준의 지휘명령을 확인하고 인정했는데, 이번 재판에서는 그 정도가 원청 입장에서 품질 향상을 위해 지시하고 검수할 수 있는 정도의 경미한 지휘라고 판단했어요. 사업의 실질적인 편입 여부와 관련해서도 아사히글라스 공장 중 GTS 소속 노동자가 대부분 1층에서 근무했으니 공간적으로, 공정별로도 구분되는 독립적인 업체라 봤습니다. 그 공정이 아사히글라스가 생산하는 유리 패널 특정 세대 제품 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공정인 데도요.

 

그렇게 잘 독립된 업체면 GTS는 왜 아사히글라스와 계약을 해지하자마자 폐업했을까요?

▲2021년 12월 31일 구미시 산동면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 농성장에서 해고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김 기자: 판사의 이력에 대한 의문도 나옵니다. 주심을 맡은 김아영 판사가 민사를 수임한 태평양 출신인데, 제척 사유가 되지 않나요?

  박 기자: 사실 이 문제는 반드시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어요. 반대로 문제가 없다고도 할 수 없죠. 형사소송법에 보면 법관은 재판에서 제척, 기피, 회피할 수 있어요. 제척은 강제로 배제되는 것, 기피는 검사나 피고인이 신청하는 것, 회피는 법관 본인이 신청하는 것입니다.

 

3명의 합의부 판사 중에 판결문 초고를 쓰는 주심판사가 김아영 판사입니다. 김 판사가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오래 하다가 나중에 법관으로 임용된 후관이에요. 그런데 아사히글라스 사건중 민사 사건에서 회사 쪽 변호를 태평양이 맡았어요. 형사 사건은 김앤장이 맡아서, 김 판사와 변호인단이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요. 그래서 제척사유라고 할만하지는 않아요. 위법사항은 없는 거죠.

 

확인해보니 민사 사건 수임을 맡은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과 김 판사가 과거 태평양 근무 시기가 겹치더라고요. 물론 이것도 법적 문제는 되지 않아요.

 

자, 그러면 재판부 입장에서 위법사항이 없다고 항변할 수 있을까요? 아사히글라스 해고자들이 김 판사에게 태평양 ‘파견 판사’라고 꼬집고 있죠. 위법사항은 아니지만 정말 공정한 판결이었느냐 하는 질문이고, 여기에 대해 법원은 할 말이 없을 거예요. 믿어달라는 말 밖에는.

 

 김 기자: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향후 전망이 어떻게 될 거라 보시나요?
  박 기자: 채증법칙을 위반했다는 것은 이번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할 때 증거나 증언을 합리적으로 인용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대법원은 파기환송을 할 거라고 봐요. 그럼 이 사건은 하급 재판부로 내려와서 다시 판결해야 해요. 4심 재판이고, 거기서 끝나겠죠.
 문제는 시간이에요. 해고된 지 9년이 지났어요. 말이 9년이죠. 해고될 때 자녀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고 하면 이제 그 자녀가 대학생이 된 거예요. 그동안 아버지는 직업이 없었던 거고요. 이 세월의 무게를 재판부가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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