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법원,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정신적 손배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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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대구에서 불법 구금, 구타 등 피해를 당한 시민들에게 국가가 정신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돼 보상금을 받은 피해자도 보상금과 무관하게 정신적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23일 대구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채성호)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국가로부터 불법적인 구금과 고문을 당한 피해자와 피해자의 유족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정신적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청구를 인용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국가가 3,800만 원에서 1억 8,000만 원까지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 원고인 피해자들은 저마다 전두환 정권의 계엄 포고 후 영장 없이 체포돼 수십일에서 수백일 동안 불법 구금됐고, 공무원으로부터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당했다. 피해자들은 앞서 불법 구금, 가혹행위가 인정돼 보상금을 수령한 바 있지만, 정신적 피해와 관련한 배상을 받지는 못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정신적 손해배상을 규정하지 않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2021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따랐다.

재판부는 정신적 손해가 있더라도 손해배상채권 소멸 시효가 만료됐으며, 배상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과거에 지급된 보상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대한민국 정부의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공무원의 위법행위로 인해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고 후유증에 시달렸다”며 “헌법상 기본권 보호 의무를 지는 국가가 정신적 고통을 입혔음에도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대구지방법원에는 이들 외에도 5.18 항쟁 당시 피해자와 유족들이 제기한 국가 상대 정신적 손해배상소송이 각 11민사부, 14민사부에서도 진행 중이다. 두 재판부도 조만간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980년 당시 대구경북에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국가로부터 불법적인 구금과 고문을 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결을 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당시 불법구금 등 피해자이자 5.18 유공자 7명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관련 기사=법원, 대구·경북 5.18유공자 ‘정신적 손해배상’ 인정 판결(‘22.11.9))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